박호준 대한노인회 경북 문경시지회장 “분회 돌며 거리 청소…청소년들에 어른다운 모범 보이려”
박호준 대한노인회 경북 문경시지회장 “분회 돌며 거리 청소…청소년들에 어른다운 모범 보이려”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9.10.25 13:46
  • 호수 6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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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잘 사주는 지회장’… 이사회, 분회 사무장 간담회 때 점심 대접
도지사 공약 ‘행복도우미’ 시범사업 사례 발표 “잘했다” 평가 받아

[백세시대=오현주기자]박호준(79) 대한노인회 경북 문경시지회장은 ‘밥 잘 사주는’ 지회장이다. 이사회 때는 물론이고 분회 사무장들과의 간담회에서도 점심을 산다. 경로당을 순회하며 노인을 행복하게 해주는 ‘행복도우미’도 예외는 아니다. 

박호준 지회장은 “처음 지회에 와서 보니 남아 있는 게 없더라. 이사회를 하고나서 그냥 헤어질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라면서 “지난 3년간 (지회 행사에)개인적으로 쓴 돈 중 영수증이 있는 것만도 1000만원이 훨씬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지회장은 이외에도 분회의 선진지 견학서부터 총회에 이르기까지 참석자들 손에 수건 한 장이라도 들려 보내는 등 금전적인 지원을 많이 했다. 

10월 말, 경북 문경시 점촌5길에 위치한 문경시노인복지관 내 지회에서 박 지회장을 만나 지회 발전에 헌신한 시간과 앞으로의 계획 등을 들었다. 박 지회장은 2016년 4월, 문경시지회장에 취임했다. 

-지회 사업 중 소개할 만 것은.

“올 한해 지속해서 한 사업이 ‘지역사랑캠페인’이다. 문경시 14개 읍·면·동을 다니며 지역의 환경정화를 하는 것을 말한다. 오전 10시 30분에 모여 거리 청소를 한 시간 정도 하고 같이 점심식사를 하며 친목도 쌓고 지역의 경로당 현안도 듣는다. 그 자리에는 분회장을 비롯 경로당 회장들과 읍·면장, 유지 등도 동참한다.”

-어떻게 하게 됐나. 

“노인 강령 중 세 번째 항목에 ‘우리는 청소년을 선도하고 젊은 세대에 봉사하며 사회정의구현에 앞장 선다’라는 실천 사항이 있다. 노인이 젊은이들에게 지역 발전을 위해 무언가를 한다는 것을 보여주자는 취지에서 시작했다.”

행사 참여자들은 조끼에 어깨띠를 두르고 거리 곳곳을 다니며 휴지 등을 줍는다. 지역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지회 부회장과 직원들을 포함해 40~50명이 참여한다. 캠페인을 마친 후에는 플래카드를 내걸고 기념촬영도 한다. 봄철에 여러 곳을 돌았고 한여름엔 쉬고 가을에는 다른 행사 때문에 미뤄졌다. 현재 3곳이 남았다. 한 가지 재밌는 사실은 이날의 비용을 박 지회장 개인이 부담한다는 점이다.

-사비로 캠페인을 한다고.

“지회 돈으로 하면 회비로 밥 사먹고 다닌다는 말을 들을 수 있다. 그래서 점심, 음료수까지 사비로 한다. 간혹 돈을 내고 싶다는 분에겐 다른 명목으로 지회에 기부하면 좋겠다고 권한다.” 

박 지회장은 이사회는 물론 분회 사무장 간담회 때도 개인 돈을 쓴다. 그는 “제가 오자마자 분기별로 열던 이사회를 큰 행사 직전에 열면서 총 7차례 이사회를 개최했다. 이사회 마치고 그냥 돌아가게 할 수 없어 식사 대접을 한다. 분회의 사무장들이 누구보다도 고생 많이 하지만 역대 지회장들과 밥 한 끼 먹지 못했다. 연초, 연말에 간담회를 열고 식사대접을 한다”고 말했다.

-경로당활성화 사업을 소개해 달라.

“경로당 행복도우미란 걸 경북도에서 하고 있다. 주로 60세 미만의 여성들로 구성됐으며 경로당을 순회하며 노인들에게 기쁨과 만족을 드리는 일을 한다.  이게 이철우 도지사 공약이었다. 우리 지회가 두 달간 시범사업을 맡아 한 후 도내 23개 시·군 워크숍에서 사례발표를 하고 잘 했다는 소리를 들었다. 지난 추석 이후부터 시행하고 있다. 실제로 노인들이 행복도우미가 온다고 좋아하며 들뜬 마음으로 기다리는 모습을 봤다.”

박호준 문경시지회장(사진 중앙)이 사무실에서 직원들과 기념촬영했다. 박 지회장 왼쪽이 임수정 사무국장.
박호준 문경시지회장(사진 중앙)이 사무실에서 직원들과 기념촬영했다. 박 지회장 왼쪽이 임수정 사무국장.

문경시지회는 사무실 입구에 행복도우미 사무실을 마련해 이곳에서 매일 아침 행복도우미들의 회의가 열린다. 박 지회장은 첫 교육 시간에 “여러분은 행복을 가져다주는 사람들이므로 먼저 자신들이 행복해야 다른 사람에게 행복을 가져다줄 수 있다”라고 인사말을 했다.

-경로당 시설은 어떤가.

“TV·냉장고·에어컨은 기본으로 들어가 있다. 공기청정기, 안마의자도 전 경로당에 보급했다.”

문경시지회는 14개 분회, 368개 경로당을 두었다. 문경시 인구 7만2000여명 중 노인이 2만1000여명이다. 대한노인회 회원은 1만3200여명이다.  

박호준 지회장은 문경 출신으로 서울과 문경 등지에서 식품제조업을 오래 했다. 가은읍개발위원장, 민족중흥회 문경시지역회장을 역임했다. 대한노인회 가은읍 분회장을 지냈다.

박 지회장이 오고부터 지회가 활기를 띠었다. 시로부터 예산 지원이 늘어나 경로당활성화 사업도 많아졌고 더불어 지회 위상도 높아졌다. 박 지회장은 “문경시장이 노인회에 협조를 아주 잘 해주신다. 노인회장 되기 전부터 잘 지내온 사이”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또 다른 경로당활성화 사업은.

“많은 예산을 들여 분회와 경로당에 한궁을 보급했으며 한궁대회를 통해 노인건강증진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우리는 게이트볼대회를 일 년에 세 번 치른다. 지회장기대회, 노인의 날 시장기대회에다 소촌 애경원이라는 요양원에서 지원하는 소촌애경원기대회 등이다. 그때마다 한궁대회를 접목시켜 열고 있다.” 

이동영화사업도 활발하다. 강사 한 명이 영화장비를 승용차에 싣고 전 경로당을 순회하며 ‘국제시장’ ‘워낭소리’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등의 영화를 상영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박 지회장은 “강사가 빈손으로 가지 않고 영화 보며 간식 드시라고 챙겨간다”며 “경로당활성화 성과가 좋아 시로부터 업무용 승합차도 한 대 제공 받았다”고 말했다.

-대한노인회와 인연은.

“사업을 아들에게 물려준 후 한동안 서예에 심취했다. 매일 외출하는 저를 주위에서 가은읍 수예리경로당 회장으로 추대했다. 그런 후 가은읍분회장의 유고로 분회장에 추대됐고 전임 지회장이 임기 만료로 물러나게 되자 역시 주위의 권유로 지회장 선거에 나섰다.”

-사업하면서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은.

“칡즙 제조·판매를 오래 했다. 칡즙을 90도 온도로 끓여 냉각 살균해 비닐 포장할 경우 냉장고에 바로 넣지 않으면 썩는다. 보관 방법을 찾기 위해 길고 고통스런 시간을 보내야 했다. 물론 돈도 많이 들어갔다. 다행히 ‘레토르트살균’이라는 고압살균법 개발에 성공해 전국에서 생즙을 가장 많이 판매했다.”

-재선이 된다면 하고 싶은 일은.

“노인대학 정원이 350명으로 인원 통제가 잘 안 돼 질서를 잡고 싶다. 간식 주는 날은 어떻게 아는지 인산인해를 이룬다(웃음). 강사 섭외 등도 노인대학장이 맡아하는 게 낫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박호준 지회장은 인터뷰 끝으로 “우리가 어른답게 행동해야 이 사회도 어른다운 사회가 된다. 그렇지만 어른다운 노릇 하기가 쉽지 않다. 각자가 ‘모범어른’으로서 어른다운 노릇하며 살아야 가능한 일이다”고 말했다.

오현주 기자 fatboyo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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