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고객 음식에 손대는 배달원이 있다니…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고객 음식에 손대는 배달원이 있다니…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9.10.25 14:00
  • 호수 69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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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

배우 류승룡이 출연한 한 배달음식주문 어플(이하 배달앱) 광고 문구다. 철가방을 들고 말을 탄 채 우스꽝스럽게 내뱉는 그의 말은 큰 인기를 끌었고 덩달아 해당 어플 역시 배달음식주문의 상징이 됐다. 

우리나라의 음식 배달 문화는 외국에서도 인정할 만큼 발달해 거의 대부분의 음식을 안방에서 먹을 수 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배달로 먹을 수 있는 음식은 한정돼 있었다. 당시 배달 음식 3대장은 ‘치킨, 피자, 짜장면’이었다. 햄버거 프랜차이즈 업체가 전문 배달원을 채용해 배달서비스를 시작할 때 ‘이제 집에서 햄버거를 시켜 먹을 수 있다니’라며 감격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다 2010년 배달앱이 등장하면서 판도가 완전히 달라진다. 처음에는 이 어플로 주문하는 음식점이 적었지만 참여 식당이 늘면서 배달음식 시장이 급성장하기 시작했다. 이후 해당 어플에서 배달대행 서비스도 시작하면서 거의 모든 음식을 집에서 배달시켜 먹을 수 있게 됐다. 

이와 함께 성장한 것이 배달대행업체다. 

장사는 잘 될 때도 있고 안 될 때도 있다. 어떤 날은 배달이 20건이지만 어떤 날은 1건도 없을 수 있다. 이로 인해 대부분의 식당들은 배달원을 고용하는 것을 주저한다. 배달 자체를 안 하는 식당이 한 때는 더 많았다. 하지만 배달앱이 자리잡고 관련시장이 커짐에 따라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수많은 식당들이 배달에 뛰어들었다. 이때 건별 3000~4000원의 수수료를 받고 대신 배달해주는 곳이 배달대행업체다.

업체에 고용된 배달원들은 여러 식당의 음식들을 많게는 하루에 수십 건씩 배달하고 있다. 일을 한 만큼 버는 구조이기에 열심히 뛰면서 수백 만원씩 버는 배달원들도 있다. 초기에는 식당들이 대부분 수수료를 지불했지만 현재는 고객과 식당이 반반씩 지불하는 구조로 바뀌었다. 

하지만 최근 이런 배달대행업체 일부 배달원들의 행각이 문제가 되고 있다. 치킨처럼 한 두 개 빠져도 티가 안 나는 음식을 몰래 빼먹다 적발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효율적으로 일하기 위해 여러 식당 음식을 한꺼번에 받아 배달하는 이들 때문에 식은 음식을 먹는 고객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배달대행서비스는 침체된 경제 속에서 호황을 맞고 있는 몇 안 되는 사업 중 하나다. 콜택시업계에 큰 타격을 입힌 ‘카카오택시’처럼 대기업이 끼어들 여지가 충분하다. 이때 현재처럼 고객의 음식에 손을 대는 행태가 계속된다면 사람들은 골목상권보다 대기업에 손을 들어줄지도 모른다. 오승근의 노래 가사를 새겨듣기 바란다. 

“있을 때 잘해, 후회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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