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속담·성어 13] 경적필패(輕敵必敗)
[아하! 속담·성어 13] 경적필패(輕敵必敗)
  • 김순근 기자
  • 승인 2019.10.25 14:25
  • 호수 6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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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를 깔보면 반드시 패함…자만과 방심을 경계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손흥민이 디펜딩챔피언 독일을 상대로 추가골을 넣는 모습. 독일은 한국을 얕잡아 보다 0-2로 패했다.	사진=연합뉴스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손흥민이 디펜딩챔피언 독일을 상대로 추가골을 넣는 모습. 독일은 한국을 얕잡아 보다 0-2로 패했다. 사진=연합뉴스

“경적필패입니다. 너무 방심했어요!”

지난 10월 15~16일 서울에서 펼쳐진 전국노인건강대축제 장기대회 2일째 경기가 열린 대한노인회 서울연합회 강당. 서울 대표인 오모 선수(69)는 16강전에서 패한 뒤 매우 허탈한 표정으로 경기장 밖으로 나왔다. 오 선수는 올해 120명의 내로라하는 장기고수들이 출전한 서울시 노인장기대회에서 매 경기마다 우위를 점하며 1위를 차지해 이번 대회의 강력한 우승후보로 떠올랐다.

그런데 어이없이 16강에서 탈락한 뒤 아쉬움에 경기장을 떠나지 못하며 허탈해하는 오 선수를 한 심판이 알아보고 말을 건넸다. 

“전에 선생님 경기때 제가 심판했었어요. 그때 정말 펄펄 날으셨는데…이번에 상대를 너무 얕잡아봤어요. 너무 방심했다고요. 경적필패입니다!”

이에 오 선수도 자신이 우세한 초반 전세에 자만심을 갖고 방심했음을 인정했다. “경적필패 맞아!”

장기와 바둑에서 많이 사용되는 용어인 ‘경적필패’(輕:가벼울 경, 敵:대적할 적, 必:반드시 필, 敗: 패할 패)는 상대를 가볍게 여기면 반드시 패한다는 뜻이다. 즉, 겉으로 보기에 상대가 허술하거나 약해보여도 막상 승부에 임하게 되면 절대로 깔보지 말고 최선을 다할 것을 강조한 말이다. 

손자병법에서 유래했다는 이 고사성어는 동서고금의 거의 모든 병법서에 등장할 정도로 상대가 있는 싸움에서 반드시 명심해야 할 기본 중의 기본으로 통한다.

동물의 왕 사자도 토끼를 사냥할 때 최선을 다한다고 하는데, 사람은 상대와 실력 등에서 차이가 많이 나면 얕잡아보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우리는 살아가면서 알게 모르게 많은 ‘경적필패’ 상황을 경험하거나 목격한다. 

사업에 승승장구하다가 한순간에 망하거나, 축구에서 다 이겨놓고 마지막에 어이없이 역전패하거나, 권투에서 시종 상대를 제압하다 경기종료 직전에 일격을 당해 KO패 하는 등. 모두가 상대나 상황을 가볍게 여겨 경계심을 푼 탓이다. 

상대를 가볍게 보지 말라는 ‘경적필패’는 조직의 위기관리에 효율적이다. 그만큼 준비나 대비가 철저해져 승리를 견인하는 원동력이 된다. 또 자만과 거만함 대신 겸손해져 조직에서 인심을 얻고 평판도 좋아진다.

때문에 ‘경적필패’는 매일매일 전투를 치르듯 치열하게 살아가는 오늘날 직장인에게 꼭 필요한 좌우명이라 할 수 있다.

김순근 기자 skkim@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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