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향기 맡으며 즐기는 가을 여행지…눈물이 나면 기차 타고 가보라고 시인이 읊은 선암사
문학 향기 맡으며 즐기는 가을 여행지…눈물이 나면 기차 타고 가보라고 시인이 읊은 선암사
  • 이수연 기자
  • 승인 2019.10.25 14:55
  • 호수 6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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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스님 ‘무소유’에 감명받아 지어진 길상사…기생의 슬픈 사랑 담겨
김유정문학촌에서 작품 속 주인공들 만나… 정지용문학관도 가볼만
선암사 대웅전, 석가모니불을 모신 대웅전은 선암사의 중심 법당으로 앞마당에는 삼층석탑(보물 제395호) 2기가 나란히 서 있다.
선암사 대웅전, 석가모니불을 모신 대웅전은 선암사의 중심 법당으로 앞마당에는 삼층석탑(보물 제395호) 2기가 나란히 서 있다.

[백세시대=이수연기자]독서와 문학의 계절인 가을을 맞아 문학작품 속 장소를 찾아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한국관광공사는 한국문학의 정취가 묻어나는 여행지를 소개했다. 서울 성북동의 길상사와 강원 춘천의 김유정문학촌, 충북 옥천의 정지용 문학관 등이다. 걷기 좋고, 주변 풍광도 빼어날 뿐만 아니라 문학 작품 속 이야기 현장을 탐방할 만한 곳들이다. 

◇백석 시인과 법정 스님의 이야기 담긴 길상사

서울 성북동의 길상사는 1997년 12월에 창건해 20년 남짓 된 사찰로 역사는 짧지만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가 풍부한 곳이다. 길상사는 원래 1970년대 서울 3대 요정 중 하나였다. 고급 요릿집이 절집으로 탈바꿈한 데는 법정 스님과 ‘내사랑 백석’을 쓴 김영한 작가의 이야기가 있다.

대원각을 운영했던 김영한 작가는 어린 시절 가난 때문에 기생이 되었고, 이후 함흥에 머물던 중 백석 시인을 만나 사랑에 빠졌다. 신분 차이 때문에 이루어지지 못한 두 사람은 백석 시인이 월북한 후 아예 만나지 못하게 된다. 

이후 대원각을 운영하다 ‘무소유’라는 책에 감명을 받아 법정 스님을 만난다. 그는 10년 동안이나 대원각을 시주하겠으니 절을 만들어 달라고 청한다. 처음엔 거절하던 법정 스님도 제안을 받아들였고, 개·보수를 거쳐 길상사가 탄생했다. 건물 40여 채와 대지 2만3140㎡로 시가 1000억원이 넘는 규모였다. 당시 김영한 작가는 ‘그까짓 1000억원은 백석의 시 한 줄만 못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진영각에는 법정 스님의 영정과 친필 원고, 유언장 등이 전시돼 있다. 유골은 진영각 오른편 담장 아래, 스님이 생전에 줄곧 앉은 나무 의자는 진영각 옆에 놓여 있다. 

•주소:서울 성북구 선잠로5길 68 •홈페이지:gilsangsa.info •전화: 02-3672-5945 •입장시간: 04시~19시(새벽 예불 시간에는 조용히 관람) •입장료:없음 

◇김유정 소설 속 배경이 모여있는 김유정 문학촌 

강원도 춘천의 김유정문학촌은 ‘봄봄’, ‘동백꽃’ 등을 쓴 소설가 김유정의 고향인 실레마을에 조성된 문학 마을이다. 실레마을에서 태어난 김유정은 줄곧 서울에서 생활하다 23살의 나이에 귀향한다. 처녀작인 ‘산골 나그네’를 발표한 것은 귀향 후 2년 뒤인데, 실레마을에서 실제로 목격한 일을 소재로 한 것이다. 이후 김유정의 소설 대부분이 실레마을에서 구상되었고, 작품의 등장인물 상당수가 마을에 살던 사람들이었다. 

소설 '봄봄' 속 점순이의 키를 재는 장면.
소설 '봄봄' 속 점순이의 키를 재는 장면.

김유정 문학촌 입구에는 마을의 지도와 작품의 배경이 된 장소를 설명하는 안내판이 있다. ‘동백꽃’의 배경이 된 뒷산과, ‘산골나그네’에 등장했던 물레방아, ‘봄봄’의 장인 김봉필의 집 등 실레마을 전체가 김유정 선생의 작품 배경이다. •주소:강원 춘천시 신동면 실레길 25 •전화:033-261-4650 •입장시간: 11월~ 2월 9시 30분~ 17시(월요일 휴무)  •입장료:개인 2000원, 단체 1500원, 65세 이상 무료 

◇정호승의 시처럼 답답한 마음 털어내기 좋은 선암사

1999년에 출간된 정호승 시인의 시집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에는 ‘선암사’라는 시가 수록되어 있다.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선암사로 가라’로 시작해 ‘선암사 해우소 앞/등 굽은 소나무에 기대어 통곡하라’로 마무리된다.

선암사 해우소
선암사 해우소

시에서 선암사 해우소는 쌓였던 근심과 걱정을 모두 풀어내고 다시 힘을 내 살아갈 수 있게 만드는 위로와 정화의 기능을 가진 공간으로 묘사된다. 시에 등장한 해우소는 전남문화재자료 214호(순천선암사측간)이기도 하다. 언제 지어졌는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적어도 1920년 이전부터 지금의 모습을 갖추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선암사 안에서도 놓치지 말아야 할 문화재는 대웅전 앞에 자리를 지키고 있는 두 석탑이다. 선암사 동·서 삼층석탑으로 보물 제395호다. 2단으로 이루어진 기단 위에 3층의 탑신을 올린 형태이다.

•주소:전남 순천시 승주읍 선암사길 450 •전화: 061-754-5247 •입장시간: 07시~19시 •입장료:어른 1500원 어린이 1000원(2019 순천방문의 해 할인), 65세 이상 무료

◇고향의 향수 찾아 떠나는 정지용 문학관

충청북도 최남단에 위치한 옥천에는 정지용 시인의 일생과 문학세계를 짐작할 수 있는 생가와 문학관이 있다. 정지용 시인은 1902년 약상을 경영하던 정미하의 맏아들로 태어났다. 17세인 1918년 서울로 올라가기 전까지 옥천에서 살았다. 그가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한 시 ‘향수’에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아 도란도란 거리는’ 고향의 풍경이 그려져 있다. 

문학관은 전시실과 문학 체험 공간으로 나누어져 있다. 문학관 내 해설사들이 시인의 삶과 작품에 대한 해설을 진행한다. 문학관에 마련된 공간인 시 낭송실에서는 시인의 시를 목소리 내어 읽어볼 수 있다. 

•주소:충북 옥천군 옥천읍 향수길 56 관공서(정지용문학관)  •전화 :043-730-3408•입장시간:  09~18시 •입장료:무료

이수연 기자 syle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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