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노인회 부산 해운대구지회 태평노인자원봉사클럽… 반찬 만들어 어려운 이웃에 전달 “보람 커”
대한노인회 부산 해운대구지회 태평노인자원봉사클럽… 반찬 만들어 어려운 이웃에 전달 “보람 커”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9.10.25 15:46
  • 호수 69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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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80대 전업주부 출신 회원 20명, 8월부터 30여 가구 제공
식사 안한 채 기다릴 홀몸 어르신 생각에 태풍 불어도 배달
대한노인회 부산 해운대구지회 소속의 태평노인자원봉사클럽 회원들이 경로당에서 반찬을 만들고 있다.
대한노인회 부산 해운대구지회 소속의 태평노인자원봉사클럽 회원들이 경로당에서 반찬을 만들고 있다.

[백세시대=오현주기자]“그 집 홀몸 어르신은 당뇨를 앓고 있어 달면 안된다고 해요.”

“지난번에 반찬을 갖다드린 집은 혈압 때문에 싱겁게 먹는다는데….”

10월 23일, 부산 해운대구 반송동에 위치한 태평경로당. 15평 미만인 비좁은 공간에 커다란 식탁을 차려놓고 회원들이 마주보고 앉아 반찬을 만들며 주고 받는 대화이다.

이들은 부산 해운대구지회 소속의 태평노인자원봉사클럽 회원들로 한 달에 두 차례(매달 14, 23일) 반찬을 만들어 홀몸 어르신 등 주변의 어려운 이웃에 전달하는 봉사를 해오고 있다. 올해 8월에 시작해 매달 10가구씩 총 30여 가구에 반찬을 제공했다.

반송동 태평경로당 회장이자 클럽의 코치인 심학출(79) 회장은 “평생 전업주부로서 살아온 경로당 회원들이 잘 할 수 있는 봉사가 무엇인지 논의한 끝에 어머니의 손맛을 살려 반찬을 만들어 어려운 이웃에 전달하는 봉사를 택하게 됐다”며 “70~80대 초반의 여성회원 20명으로 구성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조별로 나뉘어 재료 장보기, 손질, 요리 그리고 수혜자에게 배달 등을 물 흐르듯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다. 

김정순(73) 태평경로당 총무이자 클럽 코치는 “클럽에 제공되는 20만원의 활동비로 장을 본다. 어르신들이 딱딱한 음식을 씹지 못해 연하면서도 영양분이 많은 반찬을 위주로 메뉴를 짠다”고 밝혔다. 반찬 종류는 우엉·꽈리고추 등 조림과 시금치·숙주 등 나물무침과 제육볶음 등이다.

반찬 만드는 날은 아침부터 경로당이 북적인다. 평소에는 남녀 회원들이 1, 2층에 어울려 있지만 이 날만은 남성 회원들은 2층으로 쫓겨(?) 간다. 클럽 회원들은 조별로 분주하게 돌아간다. 한 조는 방을 깨끗이 청소하고 식탁과 조리기구를 준비하고 또 한 조는 시장에 나가 재료를 구입해와 씻고 다듬는다.  

클럽 회원은 “반찬 만드는 날은 기분이 설레면서도 살짝 긴장이 된다”며 “과거 자식과 남편 밥상을 차리는 것보다 더 신경이 더 쓰이고 정성도 기울이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이 클럽이 활동하는 반송동은 1960년대 후반 수재민과 도시개발에 따른 철거민이 모여 정착한 동네이다. 따라서 여전히 어려운 이웃의 사정을 헤아리는 푸근한 골목문화가 살아 있다. 클럽 회원들은 주민들 중 누가 도움의 따듯한 손길이 필요한 지 대강 알고 있다. 수혜자는 주민센터와 보건소와 협력해 발굴하고 있다.

이 클럽의 민효식(81) 회원은 “제가 반찬을 전해주면서 ‘맛이 있었느냐’, ‘다음엔 어떤 반찬이 드시고 싶은가’ 묻기도 한다”며 “어르신에게서 ‘받기만 하고…미안해서 우짜노…’라고 고마워하는 말을 들으면 더 잘 해야겠다고 다짐한다”고 말했다.

또 우원자(78) 회원은 “반찬 가져가는 날은 식사도 거른 채 기다리는 분도 있기 때문에 지난 번 태풍이 불었을 때도 반찬을 배달했다”며 “반찬 봉사를 하면서 몸은 좀 바빠졌지만 그만큼 보람도 크다”고 활짝 웃었다. 

대한노인회 부산연합회 김희주 자원봉사센터장은 “작년에 경로당 회원들로 구성된 반찬지원 봉사클럽 4개를 운영한 결과 반응이 좋아 올해 15개 클럽을 신규로 늘려 총 19개 클럽이 활동 중”이라며 “앞으로 반찬봉사활동에 참고가 될 수 있도록 계절별 요리 종류와 반찬사진을 수록한 매뉴얼을 제작·배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장권세 부산 해운대구지회장은 “봉사활동은 노인들이 새로운 역할을 찾아내고 그로 인해 만족감을 얻어 건강에도 도움을 주는 최상의 사회활동”이라며 “힘든 순간에도 웃음을 잃지 않고 봉사하는 회원들은 노인들의 귀감이자 지회의 자랑”이라고 말했다.

오현주 기자 fatboyo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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