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한국에 방위비 분담금 5배 인상 요구…무리한 요구로 한미동맹 훼손 말아야
[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한국에 방위비 분담금 5배 인상 요구…무리한 요구로 한미동맹 훼손 말아야
  • 이수연 기자
  • 승인 2019.11.01 14:00
  • 호수 69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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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한국을 상대로 내년 방위비 분담금의 대폭적인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10월 23~24일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열린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2차 회의에서 미국은 50억달러(약 6조원)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올해 분담금 1조 389억원의 5배 이상이다. 

방위비 분담금은 주한미군의 주둔 경비 중 ‘방위비 분담 특별협정’에 따라 한국이 직접적으로 부담하는 비용을 특정해 가리키는 말이다. 이 협정에 따라 한국은 미군 주둔 경비 가운데 인건비, 군사시설비, 군수지원비를 부담하고 있다. 2009년 8차 협정과 2014년 9차 협정에서 유효기간 5년에 합의했으나 2019년 3월 서명한 10차 협정은 유효기간을 1년으로 정했다. 원칙적으로 10차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은 올해 12월 31일 종료된다. 

2020년 방위비 분담금 합의를 위해 한‧미는 9월 24~25일과 10월 23~24일 각각 서울과 하와이에서 두 차례의 협상을 진행했다. 외교부는 “한미동맹과 연합방위태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상호 수용 가능한 합의가 도출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이를 위해 앞으로 긴밀히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어느 한쪽의 일방적 요구가 아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우리 측은 올해 분담금이었던 1조 389억원 규모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준의 분담금을 원하는 반면 2차 회의에서 미국 측은 주한미군 운용에 50억 달러가 든다며 대폭 인상을 요구했다. 

이와 관련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방위비 협상은 기본적으로 지금까지 유지해온 틀 안에서 해야 한다”며 미국 측의 항목 추가 요구에 부정적 입장을 내비쳤다. 한미 양국 모두 연내 협상 타결을 원한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지만, 양측의 입장차가 커 협상에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또 최근 제임스 매티스 전 미국 국방장관의 연설문 비서관을 지닌 가이 스노드그래스의 저서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은 미국을 가장 많이 이용해 먹는 나라”라며 “한국이 70조원 규모의 방위비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는 내용이 나오기도 했다. 70조원은 한화로 약 600억달러이며, 이 금액이 어떤 근거로 책정된 것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수혁 신임 주미대사는 10월 30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특파원 간담회에서 “미국이 제시하는 숫자는 현재까지 정의가 뚜렷하지 않다”며 “항목별 세부 명세나 정확한 수치를 내놓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거론되는 분담금 액수에 연연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양측 협상 대표가 막 협상을 시작한 단계이고 11월에 열리는 3차 협상부터 윤곽이 나올 것이기 때문에 아직 항목별로 협의하는 단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 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동맹국들에 대해 과도한 방위비분담 압박을 가하는 데 비판적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 상원 군사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잭 리드 의원은 29일(현지 시간) 미국의소리 방송에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이 한미 상호 방위와 안보, 특히 북한과 관련해 상당히 기여한 ‘값진 동맹국’임을 인식해야 한다”며 “공정한 분담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댄 설리번 공화당 의원도 “한국이 새 주한미군 기지인 캠프 험프리스 건설비용의 대부분을 부담했다”면서 “핵 없는 한반도라는 전략적 목표를 명심하는 동시에, 오랜 동맹으로서 걸어온 길을 고려해 방위비 분담 협상에 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주한미군은 한국의 안보만을 위해 주둔하는 것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는 관례와 상식을 뛰어넘는 무리한 요구다. 미국 정부는 일방적인 분담금 증액 등으로 동맹 관계와 신뢰가 훼손될 경우 미국측에도 득보다 실이 많다는 걸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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