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팔레트
하루치 양식을 위해
암시로만 어둠 안에 떠 있는 섬
매일 매일 예습되고 있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거미는 줄을 쳐놓고 먹잇감을 기다리고, 걸려든 하루살이는 제 삶을 마감한 채 저녁이 그 곁을 쏜살같이 지나치고 있다. 하루가 저물고 있다.
오늘 하루 우리는 어떻게 우리들의 시간을 보냈을까. 정신없이 일을 하다 무엇이 내 곁을 스쳐갔는지 모르는 사람, 무료와 적막 속에 갇혀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사람, 잠자리에 들면서 이만하면 잘 살고 있다 스스로 만족하는 사람 등, 제각기 나름대로의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모두는 무엇인지도 모른 채 허공에 걸려 파닥거리는 저 한 마리 하루살이 같은 건 아닐까. 매일 예습만 하다 마감 날짜도 모른 채 살고 있는 어릿광대는 아닐까.
디카시‧글 : 이기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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