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금요칼럼] 봉사의 이미지가 훼손되었다
[백세시대 / 금요칼럼] 봉사의 이미지가 훼손되었다
  • 김동배 연세대 명예교수
  • 승인 2019.11.01 14:29
  • 호수 69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봉사란 사회 공익을 위해

자발적 동기를 갖고

무보수로 수행하는 활동

최근 봉사의 의미 훼손돼 유감

본래의 좋은 의미 회복시켜야

10여 년 전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은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 사회봉사 300시간을 선고받았다. 그는 충북 음성 꽃동네에서 ‘사랑합니다’라고 쓰여 있는 자원봉사자 조끼를 입고 4세 이하의 어린이들이 있는 ‘천사의 집’에서 봉사활동을 하였다. 그는 신생아에게 우유를 먹이고, 어린이들이 생활하는 방을 청소하고 같이 놀아주면서 사회봉사 명령을 수행하였다. 한 아기에게 우유를 먹이는 사진이 신문에 크게 나왔는데, 할아버지가 손주에게 우유를 먹이는 따뜻한 모습이라기보다 대그룹 회장의 이미지와는 전혀 맞지 않는 치욕스러운 광경이었다. 법원은 그에게 창피를 줌으로 기업가의 사회적 책임감을 절감하도록 의도적으로 사회봉사 명령을 내린 것이다. 

금년 8월 숨은 봉사를 많이 한 경찰에게 주어지는 청룡봉사상 시상식에 경찰청장이 불참하기로 했다 하여 뉴스가 된 적이 있다. 이 시상식은 50여 년간 조선일보와 경찰청이 공동주최해 왔는데 국민들이 경찰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계기가 되었지만 수상자 심의과정에 유력 언론이 경찰 인사에 개입하는 통로가 됐다는 비판에 따라 경찰청장이 국회 일정을 핑계로 불참했다는 것이다. 청룡봉사상 자체를 없애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다. ‘청룡’이란 풍수설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는 ‘좌청룡 우백호’에서 따온 말일 텐데, 혹시 청룡봉사상이 없어진다 해도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범죄를 예방하는 헌신적인 경찰마저 없어지지는 않기를 바란다. 

최근 매우 비상식적이고 부적절하게 임명되어 국민을 분노의 소용돌이로 몰고 갔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이 봉사활동 관련 서류를 과대포장 하여 대학 입시 자료로 활용했다 하여 논란이 있었다. 대학원에 입학하기 위해 자기소개서와 함께 제출한 봉사 관련 표창장도 위조했다는 것이다. 조 전 장관의 딸이 어머니가 교수로 있는 대학에서 봉사를 해 총장이 표창장을 줬다는 것인데 이게 위조라는 것이다. 재판에서 다 가려질 것이다. 내가 대학 재임 시 입학지원서에 권위 있는 기관장으로부터 발급받았다 하며 이런저런 표창장을 첨부한 학생들이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것들이 다 가짜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위 사례들에서 보듯 좋은 의미로 사용되어져야 할 ‘봉사’란 단어가 사회봉사 명령, 청룡봉사상에 대한 비판, 봉사 표창장 위조 등 좋지 않은 맥락에 사용되어 봉사에 대한 이미지가 많이 훼손되었다. 봉사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해서 봉사를 많이 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하겠다는 생각에서 봉사의 기본 개념을 한번 살펴보기로 하겠다. 

봉사란 무엇인가? 봉사는 사회 공익을 위해 자발적 동기를 갖고 무보수로 수행하는 행동이다. 봉사는 인간의 선한 마음을 바탕으로 이타주의적인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여 사회구성원의 협동과 단합을 높이기 위해 권장된다. 우리 주변엔 다른 사람들이 보지 않는 데서, 그리고 아무런 보상을 바라지 않고 봉사하는 사람들이 많아 마음을 훈훈하게 한다. 나도 저렇게 해봐야지 하고 자극을 받는 경우도 많다. 

봉사는 여러 가지 모양으로 이루어지는데 이를 크게 분류해보면 개인적 및 단체적 봉사, 그리고 일시적 및 지속적 봉사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봉사를 학문적으로 연구하는 사람들은 개인적 및 일시적 봉사를 사회봉사, 단체적 및 지속적 봉사를 자원봉사(volunteering)라고 부른다. 물론 이렇게 엄격하게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아 혼용되기도 한다.   

사회봉사란 말은 오래전부터 익히 써왔고 공익성과 무보수성을 특징으로 한다. 자원봉사란 말은 88올림픽 개최와 함께 사용되기 시작하였고 조직성과 지속성을 특징으로 한다. 자원봉사자는 자기의 관심에 따라 공익 증진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에 소속되어 그 단체의 설립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봉사활동을 한다. 자원봉사는 박애 정신의 구현이지만 사실 궁극적 목적은 우리 삶의 ‘변화’이다. 변화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단체를 통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자원봉사는 튼튼한 민주주의를 만들기 위한 필수 요건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사회봉사든 자원봉사든 봉사는 사회의 공공선을 고양시킴과 동시에 이타적 행동을 통해 자아실현을 성취하고자 하는 활동이다. 현대사회에서 봉사는 봉사자가 바라는 사회를 만드는 데 참여하는 일이기 때문에 자기 확장(extension of self)을 위한 행동으로 평가된다. 최근 봉사활동도 재미있게 하자는 뜻에서 볼런테인먼트(voluntainment)라는 말을 쓰기도 하고, 봉사와 여행을 묶어 볼런투어(voluntour)라는 말을 쓰기도 한다. 

지역사회를 포함하여 학교, 기업, 종교기관 등 모든 민간기관이 봉사활동을 잘 할 수 있도록 정부는 재정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지자체에 설치되어 있는 자원봉사센터가 순수한 민간기관으로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 그리고 매스컴은 봉사란 말이 좋은 의미로 사용되어 우리 사회에 사랑과 정의의 문화가 확대될 수 있도록 바람직한 사례 발굴에 공을 들여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