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신의 한수:귀수편’ 맹기바둑부터 다면기까지… 화려한 내기바둑의 세계
영화 ‘신의 한수:귀수편’ 맹기바둑부터 다면기까지… 화려한 내기바둑의 세계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9.11.01 14:58
  • 호수 6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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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 정우성을 잇는 권상우의 액션연기 볼만… 시종일관 긴장감 넘쳐
바둑규칙 몰라도 영화에 금세 빠져들어… 이야기구조 단순해 호불호
2014년 바둑 액션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며 호평받은 ‘신의 한수’가 외전격인 ‘신의 한수: 귀수편’으로 돌아온다. 이번 작품에서도 일색바둑, 다면기바둑 등 이색적인 바둑대결을 그려 큰 볼거리를 제공한다. 사진은 극 중 한 장면.
2014년 바둑 액션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며 호평받은 ‘신의 한수’가 외전격인 ‘신의 한수: 귀수편’으로 돌아온다. 이번 작품에서도 일색바둑, 다면기바둑 등 이색적인 바둑대결을 그려 큰 볼거리를 제공한다. 사진은 극 중 한 장면.

[백세시대=배성호기자]2014년 개봉해 350만명을 동원하며 호평 받은 영화 ‘신의 한수’. 주인공 태석(정우성 분)은 교도소 독방에서 옆방의 사내와 벽을 두드리는 방식으로 바둑을 두지만 한 번도 이기지 못한다. 이후 태석은 상대가 ‘맹기바둑’(바둑판이 없이 머릿속으로 좌표를 외워서 두는 바둑)으로 자신을 이겼다는 것에 놀란다. 이 사내는 ‘귀신의 수’를 쓴다 해서 ‘귀수’라 불리는 인물이다. 하지만 정작 영화에서는 그에 관한 많은 이야기를 다루지 않아 수많은 궁금증만 남겼다.  

내기바둑을 소재로 바둑액션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신의 한수’가 이런 귀수의 이야기를 담은 외전으로 돌아온다. 11월 7일 개봉하는 ‘신의 한수: 귀수편’은 전편에서 풍문으로 떠돌던 전설의 인물인 귀수의 15년 전 이야기를 다룬다. 

정우성에 이어 이번에는 권상우가 주인공 귀수로 분해 내기바둑이라는 허구의 스포츠를 소재로 한 독특한 세계를 선보인다.

작품은 부모를 잃고 누나와 함께 기원 일을 돕던 어린 귀수가 프로 바둑기사인 황사범 때문에 모든 것을 잃고 고향을 떠나는 것으로 시작된다. 떠돌이였던 그를 거둬준 이는 바둑 고수 ‘허일도’(김성균 분)였다. 허일도는 어린 귀수의 자질을 알아보고 그를 내기바둑의 세계로 이끈다. 혹독한 훈련을 받은 귀수는 이내 눈으로 보지 않고도 머릿속으로 판을 그려낼 수 있는 경지에 이른다.  

하지만 허일도가 승부욕 강한 부산잡초(허성태 분)에 의해 목숨을 잃게 되고 귀수 역시 가까스로 죽음의 위험에서 빠져나온다. 가까스로 살아남은 그는 암흑의 세계에 발을 깊숙이 들이고 두 사람에 대한 복수를 준비한다. 

그때 만난 게 ‘똥선생’(김희원 분)이다. 귀수는 똥선생과 함께 전국의 바둑 고수들을 찾아 내기바둑을 벌이며 자신의 능력을 시험해 나간다. 승리가 계속될수록 복수의 때는 다가오고 결국 누나를 유린한 황사범을 찾아내 마지막 결전을 준비하지만 뜻하지 않은 위협이 그를 덮쳐온다. 

작품은 여러모로 도박꾼들의 이야기를 실감나게 다룬 ‘타짜’ 시리즈와 스포츠를 소재로 한 복수물을 떠올리게 한다. 모든 것을 잃은 주인공이 한을 품고 스승을 만나 수련을 통해 적과의 대결에서 승리를 거둔다는 단순한 구조이다. 이는 액션에 보다 집중하게 하는 효과가 있지만 주인공의 행동에 공감하기 힘들게 한다는 단점도 있다. 실제로 단순한 이야기 구조와 익숙한 설정들은 극에 대한 몰입도를 떨어트린다. 

반면 전편보다 발전된 ‘도장깨기’ 형식의 현란한 바둑 액션은 타짜 시리즈에서 적재적소 등장하는 현란한 도박 기술을 떠올릴 정도로 흥미롭게 다가온다. 바둑의 묘미인 두뇌 싸움보다는 다양한 대국 방식과 화려한 액션, 개성 있는 캐릭터를 통해 재미와 볼거리를 주는데 중점을 둔다. 현실성을 덜고 만화적 상상력을 과감히 차용해 전작과 차별화를 꾀했다. 특히 실제 기사들이 이벤트성으로 두는 바둑에 상상력을 더한 독특한 내기바둑 방식들이 등장해 시종일관 눈길을 사로잡는다.

작품에서는 프로기사들도 어렵다는 맹기바둑을 비롯해 정해진 시간 내에 빠르게 수를 둬야 해 순발력이 필요한 ‘초속기바둑’, 단 한 색깔의 바둑돌로 대국을 하는 ‘일색바둑’, 저울 위에 죽은 바둑돌을 올리면 특수장치가 가동되는 잔인한 방식의 ‘사석바둑’, 그리고 한 명의 바둑 고수 귀수가 100명의 바둑 기사들과 번갈아 대결을 펼치는 ‘다면기바둑’까지 색다른 경기방식이 그려진다. 바둑 룰에 대해 잘 모르더라도 금세 빠져들 만큼 전개가 쉽고 흥미진진하다. 

무엇보다 ‘액션 장인’이라 불리는 권상우의 액션은 통쾌함을 선사한다. 영화를 위해 8kg을 감량한 그는 물을 머금은 바둑알을 손에 감아 타격하거나, 주물공장에서 온몸을 던져 싸우는 장면 등을 통해 작품의 핵심이 바둑이 아닌 액션임을 잘 보여준다. 무협지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그의 거칠고 투박한 리얼 액션은 눈을 즐겁게 한다. 또한 권상우는 감성 연기에 있어서도 깊은 인상을 남긴다. 외롭고 쓸쓸한 귀수라는 캐릭터를 특유의 슬픈 눈빛으로 표현하면서 냉철하게 바둑 두는 기계가 아닌 선택과 책임을 반복하는 인간 귀수의 고통을 잘 보여준다.

여기에 귀수를 쫓는 외톨이를 연기한 우도환, 귀수와 대립하는 장성무당 역을 맡은 원현준, 부산잡초로 분한 허성태 등의 호연이 더해지면서 어둠의 세계를 택한 귀수의 수를 돋보이게 한다.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작품의 분위기를 가라앉지 않게 잡아주는 김희원(똥선생 역)의 농익은 코믹연기 또한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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