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A부장 회사 건물서 의문사…‘살인적’ 인사정책 탓? 비난댓글 '러시'
현대중공업 A부장 회사 건물서 의문사…‘살인적’ 인사정책 탓? 비난댓글 '러시'
  • 최주연 기자
  • 승인 2019.11.07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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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팀원” 직책이동에 무력감? 뒷말 무성…직장서 사람 죽었는데 사망 동기 확인 안 돼
회사측 “방침 따라 인사이동 다반사…스트레스 개인차 있을 수 있다”, “퇴사시키려 압박 줬다”사실무근

[백세경제=최주연 기자] 현대중공업의 부장급 직원이 회사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직급은 부장, 직책은 부서원이었던 쉰 살의 그는 네 달 전 이 부서의 부서장 직책을 달고 있었다. 팀을 책임지고 이끌던 역할에서 하루아침 팀원이 된 그가 심리적인 압박과 고통을 받았을 것이란 추측이 유일하게 추정되는 사망원인이다.

그러나 이 일에 대해 근로자와 사용자의 입장은 확연히 갈렸다. 고인이 된 부장의 동료는 폭압적인 인사정책이 그를 사지로 몰고 갔다고 주장하지만, 회사의 입장은 달랐다. 압박감은 개인차이며 인사이동은 일상적인 일이라는 것이다. 유서 하나 남기지 않은 부장은 사망 동기도 불명확한 채 자살로 판명됐다.

현대중공업의 부장급 직원이 회사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지만 사망 동기가 확인되지 않아 의견이 분분하다. 팀을 책임지고 이끌던 역할에서 하루아침 팀원이 된 그가 심적으로 압박과 고통을 받았을 거라는 추측이 유일하게 추정되는 사망원인이다. (사진=현대중공업 노조 홈페이지 캡처)
현대중공업의 부장급 직원이 회사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지만 사망 동기가 확인되지 않아 의견이 분분하다. 팀을 책임지고 이끌던 역할에서 하루아침 팀원이 된 그가 심적으로 압박과 고통을 받았을 거라는 추측이 유일하게 추정되는 사망원인이다. (사진=현대중공업 노조 홈페이지 캡처)

7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울산 현대중공업 선행도장부 A부장이 지난달 10일 새벽 6시께 선행관 4층 탈의실 앞 복도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망 시점은 10일 0~1시 사이로 추정되며 출근하던 동료직원에 의해 발견됐다.

사망한 A부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원인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유서를 남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 A부장의 환경변화가 유일한 단서가 됐고 그런 결정을 내린 동기를 추정할 수밖에 없다.

A부장은 1994년 입사한 이래 20년 넘게 근속하며 선행도장부 부서장까지 맡았다. 그러나 지난 7월께 부서장에서 보직 해임됐고, 자신이 이끌던 부서의 부서원으로 최근까지 일하고 있었다.

일부 매체에서는 그가 해당 부서의 신입직원 직급인 ‘스태프’로 배치됐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 내용대로라면 A부장은 팀장에서 하루아침에 스태프가 된 셈이며 이는 모두가 ‘불편한’ 상황이었다. 당시 현장에서는 “이전 직책이 적성에 맞지 않고 업무 스트레스가 커서 본인이 자원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한 노조 대의원은 9월 중순 A부장이 “내가 오고 싶어서 왔겠냐. 위에서 가라고 해서 왔지”라며 토로한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이와 관련해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7일 [백세시대]와의 통화에서 “경찰 조사 결과 자살로 확인됐고 유서가 발견되지 않아 동기는 확인할 수 없었다”면서 “퇴사시키려 압박을 줬다는 말들은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그는 “스탭이라는 직책이 없거니와 팀장하시다가 팀원이 되신 건데, 그런 경우는 인사지침에 따라 다반사”라면서 “가뿐해하는 분도 있고 허탈감을 느끼는 분도 있는데 이건 개인차가 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A부장은 부장 직급은 그대로 유지한 채 직책이 팀장(부서장)에서 팀원(부서원)이 변경된 것뿐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보상 등 유족과의 일련의 위로금 지급이 있었냐는 질문에는 “자살로 판명이 났고 동기가 확실하지 않기 때문에 지급되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중공업지부 익명게시판에는 A부장을 기억하고 애도하며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된다”, “회사의 인사정책이 그를 사지로 몰고 갔다”는 의견들이 많았다.(사진=현대중공업 노조 홈페이지 캡처)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중공업지부 익명게시판에는 A부장을 기억하고 애도하며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된다”, “회사의 인사정책이 그를 사지로 몰고 갔다”는 의견들이 많았다.(사진=현대중공업 노조 홈페이지 캡처)

현대중공업 동료들은 회사의 입장과는 달랐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중공업지부 익명게시판에는 A부장을 기억하고 애도하며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된다”, “회사의 인사정책이 그를 사지로 몰고 갔다”는 의견들이 많았다.

한 익명의 작성자는 “A부장 자살 건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된다”라면서 “폭압적인 인사발령 가해자가 있을 것이고 가담한 사람도 있을뿐더러 목격자로서 설명해야 할 사람도 있을 것”이라고 분노했다. 그는 “집행부가 나서서 해결해 주시면 안 되겠냐”며 “정말 좋았고 우리를 위한 사람”이었다고 적었다.

이 게시물에 대한 댓글로 “도장부는 자체적으로 감사 한 번 해야 될 듯. 물이 썩어서 냄새가 진동한다”, “반항하지 않으니 안하무인식으로 인사정책을 펼친다”, “회사랑 관련없는데 회사에서 목숨 끊었겠나, 그것도 본인이 일하던 사무실에서?”, “명퇴한 부장 출신인데, 그 사람 마음이 참 여린 사람이었다” 등의 A부장의 명복을 빌면서 회사의 인사정책을 비난하는 의견들이 많았다. 반면 “내려오는 법도 배워야지, 좌천되는 사람이 한 둘인가”라는 의견도 일부 있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비조합원이라 조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면서 “부서장에서 부서원이 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지는 않지만 아예 없다고 볼 수는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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