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노인 무임승차 개선” 여론 높아…정부·국회가 개선 방안 내놔야
“지하철 노인 무임승차 개선” 여론 높아…정부·국회가 개선 방안 내놔야
  • 조종도 기자
  • 승인 2019.11.08 13:35
  • 호수 69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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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우앤서베이 조사, 10명 중 8명 “현행 제도 문제 있다”

노인 무임승차 연령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

지하철 이용할 수 있는 정액 교통카드 제안

“혜택 줄이면 안돼…정부서 적자 보전” 주장도

[백세시대=조종도기자]노인 인구 1000만시대로 진입하는 2026년, 그 이후에도 65세 이상 모든 노인들이 지하철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을까. 

최근 한 온라인 패널 조사(동일한 대상자에 반복적인 설문)에 의하면,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8명은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 제도에 대해 ‘문제가 있다’면서 개선 또는 폐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엘림넷 나우앤서베이는 10월 8일부터 21일까지 자체 패널 1500명(남성 841명, 여성 659명)을 대상으로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 해결 방안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우리나라 지하철 노인 무임승차 제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76%가 ‘문제가 있다’(‘개선 필요’ 63%, ‘폐지’ 13%)고 응답했다. ‘만족한다’는 응답자는 24%에 불과했다. 이 설문조사에 응한 패널은 10대에서 60대까지로 온라인 조사의 특성상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참여했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부정적인 의견이 예상보다 높게 나왔다.

‘다음 중 지하철 노인 무임승차 혜택 개시 연령으로 가장 적당한 것은?’이란 질문에는 ‘70세’(40%)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65세(31%), 72세(11%), 63세(9%), 67세(8%)가 그 뒤를 이었다. 현재 무임승차 연령인 65세보다 높여야 한다는 의견(59%)이 우세한 것이다. 

그렇다면 현 제도를 어떻게 개선하기를 원할까. 제시된 6가지 안 가운데 ‘오전 7~10시, 5~8시 등 출퇴근 시간에는 노인 무임승차 혜택을 제외한다’가 28%로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다. ‘무임승차 혜택 대신 지하철 정액카드(예, 월 7만5000원)를 지급한다’가 24%로 두 번째였다. 이어 ‘노인요금 50% 할인으로 대체한다’(20%), ‘무임승차 혜택을 극빈층으로 제한한다’(15%), ‘현 제도를 유지하고 중앙정부가 적자 보전에 필요한 예산을 지원한다’(11%) ‘현 제도를 유지하고 일반인 기본요금을 올려서 철도 공기업의 적자를 보전한다’(1%) 등의 순으로 응답률이 높았다.

지하철 노인 무임승차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것은 도시철도를 운영하는 광역자치단체들이 무임승차로 인한 거액의 적자를 보전해줄 것을 중앙정부에 계속 문제제기 하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22일 열린 ‘서울시-더불어민주당 예산·정책협의회’에서 서울시는 ‘지하철 무임승차’에 따른 2020년 예상손실액 4134억원을 전액 중앙정부에서 보전해줘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도시철도가 있는 서울·부산·대구·인천·광주·대전 도시철도공사 영업적자는 지난 2017년에만 1조 3680억원에 달했다. 

이렇듯 서울시를 비롯한 광역지자체들이 겪는 재정적 어려움은 작지 않다. 지하철 무임승차제가 ‘노인 이동권 보장’, ‘외부활동을 통한 건강 증진’이라는 노인복지 차원에서 시행되고 있는 만큼 국가예산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원영희 한국성서대학교 교수(사회복지학과)는 “지하철 무임승차 제도는 우리나라 노인층의 취약한 경제상황을 고려할 때, 노인복지적 측면에서 정당화될 수 있다”면서 “이 제도의 축소 또는 폐지로 인한 이동권 제약은 노인의 신체 및 정신건강의 약화, 사회참여 저하, 사회관계망 축소 등으로 이어져 삶의 질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 교수는 “이동권 제약의 부정적 영향으로 인해 파생되는 비용은 무임승차 운영비용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고광선 경복대 교수(대한노인회 서울연합회 사무처장)는 “지하철 무임승차 비용은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분담하는 방식으로 개편돼야 한다”면서 “지금처럼 중앙정부가 뒷짐을 지고 있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고광선 교수는 “차제에 제도를 바꿔 현금 또는 교통카드 형태로 모든 노인들에게 교통비를 지원하는 방식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현재 노인들은 지하철은 무료로 이용하지만 버스는 할인요금 적용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출퇴근 시간 무임승차 혜택 제외’는 실효성 있는 대책이 될 수 있을까.

본사가 단독 입수한 서울교통공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오전 7~9시, 오후 5~7시 경로 무임승차 인원은 일평균 12만2000명으로 동 시간대 전체 이용승객의 약 7.5%였다. 이 시간대 무임 손실금은 600억원이었다. 러시아워 시간만 따질 때, 2018년 전체 경로 손실금(약 3539억원)의 17%수준이었다. 

출퇴근 시간 무임승차 혜택을 제외한다고 해서 지하철 적자 문제가 해결되는 수준은 아니지만, 혼잡도를 낮춤으로써 지하철 차량 추가편성을 줄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일하는 노인들(노인 인구의 30%)도 많은데 출퇴근 시간대 이용을 강제로 제한하는 것은 생존권을 침해하는 것이란 반발이 생길 수 있다.

고광선 교수는 “출퇴근 시간에 노인의 지하철 이용을 제한하는 것은 일하는 노인의 생존권을 위협하기 때문에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이처럼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제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야 하고, 개선안의 효과성에 대한 치밀한 분석이 전제돼야 한다.

문제는 정부와 국회 등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개선해야 할 주체들이 먼 산 바라보듯 구경하고 있는 점이다. 무임승차 혜택을 줄일 경우, 최근 노인이 된 연령층이나 앞으로 노인에 편입될 베이비부머들의 반발이 두려워 사회적 논의조차 진전시키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노인복지 전문가들은 “지하철 무임승차, 노인 기준연령 상향 등 민감한 문제일수록 국회가 나서서 문제를 풀어야 하는데 손을 놓고 있다”면서 “국회가 일본, 독일 등 고령화를 일찍 경험한 외국의 사례를 검토하고 토론회, 공청회를 열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국민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조종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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