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인영 대한노인회 강원 영월군지회장 “재밌는 약초 강의로 노인대학생 수 3배 이상 늘려”
엄인영 대한노인회 강원 영월군지회장 “재밌는 약초 강의로 노인대학생 수 3배 이상 늘려”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9.11.08 14:00
  • 호수 69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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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공무원 30년… 지명수배 확인하는 단말기 개발로 경찰수사 큰 획 그어
경로당 회원들 대추 재배·판매…‘지원 받는 경로당’서 ‘지원하는 경로당’으로

[백세시대=오현주기자]대한노인회 강원 영월군지회는 조만간 ‘노인복지 천국’이 될 징후가 역력하다. 그것은 엄인영(71) 영월군지회장의 남다른 지혜와 노력에 의해서 가능할 것이다. 엄 지회장은 80명이던 노인대학 정원을 280명으로 늘렸고 전무했던 노인일자리를 300개나 새로 확보한 주인공이다. 

엄 지회장은 “노인에게 건강 관리와 즐거움을 주는 게 지회가 할 일”이라며 “앞으로 노인일자리 확충을 통해 이 부분을 충족시켜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1월 초, 강원도 영월읍 봉래산로에 위치한 지회에서 엄 지회장을 만나 지회 운영과 앞으로의 계획을 들었다. 엄 지회장은 2018년 4월 취임했다. 

-임기 1년을 넘어섰다. 그동안 어떤 일들을 했는지.

“제가 온 이후로 경로당에 식사도우미(100여명)가 지원됐고 거리를 깨끗하게 청소하는 환경정화 일자리도 180여개 생겼다. 영월군수와 상의해 내년에는 노인일자리를 600여개로 확충할 계획이며 그에 따라 일자리 전담 직원도 3명 늘어난다.”

-그 전에는 노인일자리가 없었나.

“시·군에서 맡아서 했다. 영월군 시니어클럽도 곧 만들 예정인데 그 역시 노인회 안에 두고 운영할 계획이다. 제가 군수께 ‘노인일자리는 노인회가 전적으로 맡아야 한다’고 말씀드렸고 군수도 그 점에 동의했다.” 

영월군지회는 타 지회와의 자매결연을 비롯 대형병원 등과 업무협약을 맺어 회원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엄 지회장은 “경기 김포시지회, 의왕시지회와 협약식을 맺고 상호 방문 등 우호교류를 해오고 있으며 회원들이 영월의료원, 제천서울병원 이용 시 할인을 받는다”고 밝혔다. 

-지회 현황을 소개해 달라.

“9개 분회, 190개 경로당이 있다. 여기는 농촌 지역이라 경로당이 산재돼 있다. 1개 리에 경로당이 2개 있는 지역도 드물게 있다. 군의 전체 노인은 1만1000여명이고 그 중 대한노인회 회원은 3000여명이다.”

-회원배가운동은.

“내년부터 노인회에 가입돼 있어야만 노인일자리를 얻도록 하는 식으로 회원을 늘리고자 한다.” 

-경로당 시설은 어떤가.

“TV·냉장고·김치냉장고 등은 기본이며 대체로 잘 돼 있다. 공기청정기, 한궁을 전 경로당에 보급했고 안마의자를 순차적으로 넣고 있다.” 

-차별화되는 경로당활성화 사업이라면.

“4년여 전부터 대추나무사업을 펼치고 있다. ‘지원 받는 경로당에서 지원하는 경로당’이란 캐치 프레이즈를 내걸고 4개 경로당에서 8000여평의 땅을 마련, 군 지원을 받아 대추나무 묘목을 재배하고 있다. 3년 뒤에는 수확이 가능해 이후부터는 판매수익으로 운영한다. 앞으로 이런 종류의 사업을 확대하려고 한다.”

-소출과 판로는.

“작년에 소규모 수확을 했고 올해는 그보다는 좀 나을 것 같다. 대추는 한약재로 많이 쓰인다.”

영월 출신의 엄인영 지회장은 경찰공무원으로 30년 봉직했다. 영월군새마을지회장, 영월군경우회장을 지냈다. 영월군향교 전교이다. 영월군지회 노인대학장(4년)을 거쳐 현재에 이르렀다. 

-영월은 어떤 군인가.

“과거엔 화력발전소, 대한중석, 대한석공, 쌍용양회같은 큰 공장이 있었으며 대한민국 산자부 예산의 50%가 집중될 정도로 번성했다. 군민도 13만명을 헤아렸지만 지금은 4만명으로 줄었으며 광산도 문 닫고 화력발전소(가스)와 쌍용양회만 남아 있다.”

공기 맑고 물 좋은 영월은 노인들이 살기 좋은 군이다. 게이트볼, 골프장, 수영장, 축구장 등 각종 스포츠시설이 동강 변에 모여 있다. 문화관광산업을 육성해 곤충박물관, 별마로천문대, 김삿갓문학관 등 박물관, 전시관이 30여개에 이른다. 유네스코에 등재된 장릉은 단종의 묘와 함께 엄흥도 등 단종을 위해 순절한 충신 264인의 위패를 모신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노인대학 정원을 3배 이상 늘렸다고.

“퇴직 후 대학에서 약초를 전공했다. 전임 지회장의 권유로 노인대학에서 ‘약초로 지키는 건강’을 주제로 강의했다. 노인대학장을 맡고나서 예산을 고려해 출향인 자원봉사 특강을 실시했다.”

엄인영 영월군지회장(오른쪽 세번째)이 직원들과 지회 앞에서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엄 지회장 오른편이 최봉걸 사무국장.
엄인영 영월군지회장(오른쪽 세번째)이 직원들과 지회 앞에서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엄 지회장 오른편이 최봉걸 사무국장.

‘출향인 자원봉사 특강’이란 외지에 나가 나름 성공한 지인을 강사로 초빙해 지난 삶의 역정을 노인들에게 들려주는 것이다. 엄 지회장은 “나눔과 배려의 차원에서 고향을 지킨 노인들에게 전할 선물도 가지고 오면 더 고맙겠다고 부탁했더니 어떤 이는 빵을, 어떤 이는 가방 수십 개를 들고 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학생 수가 획기적으로 늘어난 결정적인 사건(?)이 있었다. 엄 지회장은 이석호 청호나이스 회장이 영월 출신이란 사실을 알고 전화로 특강을 부탁했다. 이 회장은 고향을 방문해 강의할 사정이 안 된다며 대신 버스를 보내 노인대학생들을 평택공장으로 초청해 강의도 들려주고 견학도 시켜주고 기념품도 전달했다. 

엄 지회장은 “홍삼 엑기스에 화장품 세트까지 받아든 노인들이 너무 좋아하더라. 그 일이 알려지면서 학생이 확 늘었다”며 웃었다. 

-경찰공무원 30년 간 에피소드라면.

“저는 도둑 한명 잡아보지 못한 경찰이었고 ‘교통 딱지’ 한번 떼지 못한 경찰이었다. 그렇지만 한 가지 한 일이 있다. 경찰청 범죄기록과 연계해 지명수배자나 차량 등을 현장에서 확인하는 단말기(HDT·Hand Dater Tank)를 개발해 경찰 수사에 기여했다고 자부한다.”

엄 지회장은 사찰에서 수상한 차량의 번호를 메모해 경찰서로 돌아와 경찰청 범죄기록과 조회한 결과 뒤늦게 수배차량인 것을 알고 크게 실망한 적이 있다. 엄 지회장은 “당시엔 경찰서에 단말기 한 대 뿐이었다. 손에 쥐고 다니는 단말기가 있다면 사건 해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며 “기술적인 문제는 서울 세운상가에서 해결했다”고 말했다.

엄 지회장은 일흔 나이에도 배움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약초에 이어 효 석사과정을 하고 있다. 엄 지회장은 “요즘은 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효 인성교육을 요구하는 직장, 단체들이 많다. 그런 곳을 비롯해 노인대학, 연찬회에서 강의할 요량으로 일주일에 한두 번 인천 성산효대학원에 나간다”고 말했다

-임기 내에 꼭 이루고 싶은 일은.

“첫째가 노인일자리 확충이고 두 번째는 노인회관 건립으로 군수에게 부탁해 놓았다. 지금 회관은 선배 노인들이 십시일반으로 마련한 땅에 건물을 지어 군에 기부채납한 것이다. 당시만 해도 튼튼하고 멋진 건물이었지만 지은 지 50년이 넘어 낡고 비좁아 지회 업무를 원활히 수행할 수가 없는 상태다.”

오현주 기자 fatboyo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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