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 몰락하나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 몰락하나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9.11.08 14:18
  • 호수 69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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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5일 음악전문채널 엠넷(Mnet)의 인기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시리즈를 연출한 안 모 PD가 구속됐다. 안 PD와 함께 생방송 투표를 조작해 오디션 순위를 임의로 바꿨다는 의혹을 받은 김 모 CP에 대한 구속영장도 같은 날 발부됐다.

구속된 두 사람은 지난 7월 끝난 ‘프로듀스 X 101’ 생방송 경연에서 시청자 유료 문자투표 결과를 조작해 특정 후보자에게 이익을 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을 수사해온 경찰은 제작사 등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자료를 분석하고 관련자들을 조사한 결과 제작진과 특정 기획사가 순위 조작에 공모한 정황을 포착했다. 또 6일 SBS는 안 PD가 경찰 조사에서 올해 방송된 ‘프로듀스 X 101’과 지난해 방송된 ‘프로듀스48’의 순위 조작 혐의를 인정했다고 보도했다. 아직 재판이 끝나지 않아 속단할 수 없지만 현재까지 정황으로 보면 ‘프로듀스 X 101’으로 탄생한 남자 아이돌그룹 엑스원(X1)과 ‘프로듀스48’을 통해 선발된 여자 아이돌그룹 아이즈원의 일부 멤버는 투표가 아닌 조작에 의해 발탁된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국민 대다수는 최근 일련의 사태를 통해 전례 없는 엄격한 기준을 갖춘 공정사회 건설을 요구하고 있다. 남녀평등을 주장하는 여성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비정규직 철폐, 정시제도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여기에 해당한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면 엑스원과 아이즈원은 현재 구성원 그대로 팀을 유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공정한 사회를 요구하는 흐름 속에서 불공정하게 선발된 멤버들이 큰 인기를 누리며 막대한 부를 챙기는 것을 용인해줄 사람들은 거의 없다. 

결국 공정하게 투표로 선발된 팀원들과 조작으로 떨어진 연습생, 그리고 이들을 지지해온 팬들은 큰 상처와 피해를 입게 됐다. 조작으로 선발된 팀원 역시 피해자다. 정황상 소속사가 로비를 한 것인데 후에 진실이 밝혀질 경우 비난의 화살은 해당 가수에게 고스란히 향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프로듀스 시리즈를 비롯해 ‘슈퍼스타K’, ‘쇼 미 더 머니’, ‘언프리티 랩스타’ 시리즈 등 내놓는 오디션 프로그램마다 성공시켰던 Mnet 역시 돌이킬 수 없는 치명상을 입었다. 과연 Mnet에서 향후 제작하는 오디션 결과를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더 나아가 방송사에서 제작하는 모든 오디션 결과에 대해서 누가 믿으려 할까. 이번 사건은 대한민국 오디션 프로그램의 영원한 몰락을 의미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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