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세상읽기] “청와대와 참여연대”
[백세시대 / 세상읽기] “청와대와 참여연대”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9.11.08 14:42
  • 호수 69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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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정부가 두 개나 된다. 국무총리 등 각 장관들로 구성된 원래의 정부와 청와대가 그것이다. 설사 청와대가 옥상옥이라 하더라도 두 개의 정부가 협치해 국민을 위한 국정을 편다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후자가 너무 비대해지고 막강해져 전자의 존재 자체가 무시당하고 있다.  

오늘날 경제, 외교, 안보정책은 모두가 청와대 비서실 작품이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닮아가는 작금의 한국 경제를 만든 주인공 역시 청와대 비서실이다. 일자리가 사라지고 소득이 줄어드는 역효과를 낸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주도한 이가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란 사실을 모르는 이는 아무도 없다. 

우리 경제의 가장 심각한 징후는 올해 들어 추락하고 있는 물가지수로 나타난다.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두 달 만에 마이너스를 벗어났지만 여전히 0%를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9월 물가상승률에서 한국은 최저를 기록했다.  

물가상승률이 최저란 사실은 경제 역동성의 저하를 의미한다. 저물가는 저금리·저성장의 또 다른 척도이다. 요즘 은행에 돈 1억원을 맡겨도 한 달 이자가 10만원이 조금 넘는다. 그러니 돈을 쓰지 못하고 소비가 위축된다. 저금리의 저주다. 무엇보다 잠재 성장률이 2%대 중반으로 떨어진 건 암담하다. 올해는 그나마 달성하지 못해 1%대의 성장률이 예고돼있다. 

이처럼 한국경제가 끝없이 추락하고 있는데도 청와대는 ‘괜찮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 경제가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강변한다. 세월호 배가 가라앉고 있는데도 가만히 있으라고 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청와대 비서실은 대통령의 ‘참모’이다. 참모는 최고 관리자의 스케줄 관리, 정보수집, 자문, 권고, 협의조정 등 조언자의 구실을 하면서 주군을 돕는 일을 한다. 대통령제 국가에서는 대통령을 돕는 참모조직이 바로 청와대 비서실이다. 대통령은 행정부의 수반으로서 전문가 집단인 비서관의 보좌를 받아 국가의 나아갈 방향을 결정하고 국무총리와 각 장관을 통해 정책을 집행한다. 

현 정부의 청와대는 박정희·전두환 정권의 청와대와 비슷한 규모로 한국 현대사에서 세 번째로 강한 ‘이상한 정부’이다. 여당은 청와대 앞에서만 서면 한없이 작아지고 사법부 역시 청와대가 하는 일에 ‘묵언수행’ 중이다. 거기다 생각이 다른 이에게 무차별 포격을 가하는 댓글부대가 공론장을 휘젓고 있다. 

국론이 분열되더라도 청와대에 권력이 집중되더라도 국정이 잘 돌아가면 국민은 참고 견딘다. 실정은 전혀 그렇지 않다. 국제 환경은 최악이다. 일본과는 경제 제재-지소미아 종료 문제로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가고 있다. 대미 관계도 부정적이다. 한미동맹 균열마저 우려된다.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과 밀착해 카디즈(KADIZ·한국방공식별구역)를 넘나들며 우리를 겁박하고 있다. 북한은 문재인 대통령을 비난·능멸한다. 모두 청와대의 잘못이다.

청와대 비서실은 헌법에도 없는 기구이다. 원로 헌법학자 허영 경희대 석좌교수는 “대통령이 지금처럼 사실상 수석비서관회의를 통해 국정 운영하는 것이야말로 헌법정신에 어긋난다. 헌법에는 수석비서관이란 이런 단어는 들어가 있지도 않다”고 말했다.

아울러 간과할 수 없는 점은 청와대 비서관 대부분이 한국 대표 시민단체로 불리던 ‘참여연대’ 출신들이란 점이다. 장하성-김수현-김상조로 이어진 역대 청와대 정책실장이 모두 참여연대 출신이고 조국 전 민정수석, 말 많은 탁현민 전 청와대 행정관 등 핵심 인물들도 참여연대 출신이었다. 

출신을 거론하는 이유는 참여연대가 국가적 갈등을 폭발시킨 ‘조국 사태’에 꿀 먹은 벙어리가 되는 등 시민단체의 사명인 ‘권력 감시’라는 원래의 존재 이유를 망각한 채 ‘권력 잡기’에 몰두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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