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주문결제기 사용법 배우는 어르신들…“무인주문기도 자꾸 연습해보니 익숙해졌어요”
무인주문결제기 사용법 배우는 어르신들…“무인주문기도 자꾸 연습해보니 익숙해졌어요”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9.11.15 13:43
  • 호수 6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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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가 전국에서 최초로 어르신을 위한 무인주문결제기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해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서초구IT교육센터에 설치된 키오스크를 활용해 커피 주문을 연습하는 어르신의 모습.
서울 서초구가 전국에서 최초로 어르신을 위한 무인주문결제기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해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서초구IT교육센터에 설치된 키오스크를 활용해 커피 주문을 연습하는 어르신의 모습.

4년 전부터 시범도입 되다 지난해부터 급증… 동네 분식점서도 활용

서울 서초구, 식음료 주문‧영화티켓 발권 연습하는 프로그램 개발 호평

[백세시대=배성호기자]“원하는 메뉴를 누르고, 하단에서 선택한 음료가 맞는지 확인하고, 옆에 있는 결제 수단을 선택하고….”

지난 11월 11일 서울 서초구 서초1동자치회관. 무인주문기인 ‘키오스크’ 사용법을 익힌 김진선(62) 씨가 강사가 알려준 대로 메뉴 주문을 ‘연습’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다소 서툴렀지만 강사와 함께 수업에 참여한 어르신들의 응원을 받으며 서서히 적응해 나갔다. 김 씨는 “무인주문기만 보면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이제는 시도해볼 용기가 생겼다”며 교육 소감을 밝혔다.

최근 패스트푸드 매장을 비롯, 키오스크를 도입하는 매장이 빠르게 늘고 있는 가운데 서울 서초구 등서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 주목받고 있다. ‘천막’이나 ‘현관’을 뜻하는 터키어에서 유래한 키오스크(Kiosk)는 4~5년 전부터 일부 패스트푸드점에서 시범적으로 도입됐다. 그러다 인건비 절감 효과 등이 입증되면서 지난해부터 급증하기 시작했다. 시내 중심지의 프랜차이즈 식당에서부터 동네 분식집까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2017년 키오스크를 처음 도입한 KFC는 불과 1년 만에 거의 모든 매장에 키오스크를 설치했다. 맥도날드와 버거킹 역시 200여 곳에 키오스크를 도입했다.

같은 원리로 작동하는 대형 마트 무인계산대도 늘고 있는 추세. 대형 마트 3사가 운영하는 무인계산대만 전국에 1000대를 넘었다. 가장 먼저 2005년 셀프 계산대를 도입한 홈플러스는 390대를, 롯데마트와 이마트도 각각 400여대, 350여대를 운영하고 있다.

점포에 사람이 없는 무인 편의점도 증가하고 있다. 신용카드로 본인 인증을 하면 출입문이 열리고 셀프 계산대에서 고객이 스스로 결제할 수 있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문제가 생기면 본사에서 무인점포 내 CCTV와 마이크를 통해 실시간으로 고객과 대화하므로 실제 매장에는 아무도 없다. 2017년 5월 가장 먼저 무인편의점을 도입한 곳은 세븐일레븐. 현재 12곳을 운영 중이고 이마트24는 21곳, CU와 GS25도 점포 수를 늘려가고 있다.  

키오스크는 비대면으로 몇 번만 화면을 누르면 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매장마다 화면 구성에 차이가 있어 디지털기기가 낯선 노년세대와 40~50대가 특히 이용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상황이다. 심지어 20~30대 젊은 세대들도 가게마다 다른 키오스크 사용에 애를 먹기도 한다. 

직장인 김슬기(29) 씨는 “선물 받은 쿠폰을 사용하려고 키오스크 화면을 한참 뒤져봤지만 어떻게 써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면서 “뒤에서 사람들이 기다려 초조한 마음에 식은땀을 흘리며 5분 넘게 이것저것 누르다 겨우 결제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서초구는 어르신 세대가 겪는 이러한 어려움을 줄여주기 위해 지난 8월 키오스크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교육프로그램을 설치한 43인치 대형 키오스크(대당 300만원)를 지역 내 모든 주민센터와 어르신복지관 등 총 23곳에 배치해 누구나 연습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함께 만 55세 이상 주민을 대상으로 키오스크 활용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동 주민센터, 노인종합복지관 3개소, 느티나무쉼터, 서초구 IT교육센터 등 매달 교육기관별로 진행되는데 반응도 좋다. 교육 효과를 높이기 위해 한 번에 10명 내외로 운영 중인데 교육대기자가 줄 설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올해 말까지 교육을 받는 어르신이 1500여명에 달한다.

교육에서는 키오스크를 활용해 패스트푸드·카페 음료 주문, 영화티켓 발권, 고속버스 티켓 발권, 민원서류 발급, 은행 ATM 이용 등을 실습할 수 있도록 했다. 

강의를 들은 송의순(68) 씨는 “자식과 손주들이 일과 학업으로 바빠서 궁금해도 물어보기가 힘들었다”면서 “몇 번 해보니 충분히 해볼만 하다는 자신감이 붙었다”고 말했다. 

또 키오스크 사용은 물론 카카오 택시 부르기, KTX 예매하기 등 실생활에 유용한 스마트폰 활용법도 배울 수 있다. 스마트폰 어플 설치와 지도앱 보는 법도 기본적으로 가르쳐준다. 뿐만 아니라 어르신 눈높이에 맞춰 세심하게 가르쳐줘 효과를 높였다.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어르신들이 미래 기술 환경과 소통하며 살맛나는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업그레이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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