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등록 경로당’ 지원 조례 악용소지 많아”
“‘미등록 경로당’ 지원 조례 악용소지 많아”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9.11.15 13:45
  • 호수 69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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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진주시 등 잇단 제정에 노인복지계 우려의 목소리
최근 진주시 등 기초 지자체에서 미등록 경로당 지원 조례를 잇달아 제정하고 있지만 악용할 소지가 많아 노인복지계에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진은 충북의 한 미등록 경로당.
최근 진주시 등 기초 지자체에서 미등록 경로당 지원 조례를 잇달아 제정하고 있지만 악용할 소지가 많아 노인복지계에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진은 충북의 한 미등록 경로당.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작은 경로당’ 지원이 목적”이라고 하지만

인근에 경로당 있는데 사적모임 만들어 “경로당 인정” 요구 많아

[백세시대=배성호기자]“미등록 경로당은 노인복지법에서 정한 미신고 경로당과는 별개로 봄이 타당하며 목적과 효과를 저해하지 않으므로 조례 개정 후 지원이 가능하다.”

지난달 말 열린 제215회 진주시의회 임시회에 미등록 경로당 지원을 골자로 하는 ‘진주시 경로당 지원 등에 관한 조례 전부개정안을 상정했고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대한노인회 정식 경로당으로 등록하려고 했지만 요건이 모자랐던 미등록 자연부락 경로당에선 환영할 조치이다. 하지만 뻔히 지역 내 경로당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적모임을 만들어 인정해달라고 주장하는 단체들에게 악용당할 소지가 있어 강력한 제어 장치가 필요해 보인다.  

최근 경남 진주시를 비롯해 경기 안성시, 강원 정선군 등서 미등록 경로당 지원 조례를 잇달아 개정했다. 미등록 경로당은 말 그대로 대한노인회 소속 정식 경로당으로 등록을 하고 싶어도 노인복지법에서 정한 ‘20명 이상의 65세 이상 회원’을 비롯해 화장실, 20㎡ 이상의 거실이나 휴게실, 전기시설 등 등록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경로당을 지칭한다. 보통 외진 시골에 있는 마을 사랑방과 폐교를 리모델링해 시설 기준을 맞추지 못한 경로당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대한노인회 안성시지회 관계자는 “일부 자연부락 경로당의 경우 인근 경로당까지 걸어서 1시간 이상 걸리고 회원 대부분이 90대에 가까워 어쩔 수 없이 미등록 경로당을 이용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특히 미등록 경로당은 지역 내 대한노인회 경로당이 있음에도 사적 친목모임을 만들어 경로당이라 주장하는 불법 ‘미신고 경로당’과는 완전히 다르다. 2019년 6월 현재 전국적으로 대한노인회 정식 경로당으로 등록하기를 원하는 미등록 경로당은 504곳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경기도가 가장 많이 있고 경북도 등이 그 뒤를 잇는다. 

또한 지원을 받는다고 해도 정식 경로당에 미치지 못한다. 강원 정선군의 경우 정식 경로당의 절반 정도만 지원하고 타 지역에서는 냉‧난방비 정도만 지원한다. 진주시도 이 같은 원칙을 적용해 내년부터 타 지자체와 비슷한 규모로 지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악용을 막기 위해 지자체별로 기준을 정해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 또 미등록 경로당 회원 중 대부분이 대한노인회 회원으로 가입했고 회장도 선출해 분회 회의에 정식으로 참석하고 있다. 

이런 미등록 경로당 지원을 최초로 공론화한 건 경기 안성시의회다. 김지수 시의원이 대표 발의한 ‘안성시 미등록 경로당 지원 조례’가 2016년 9월 열린 안성시의회 제159회 임시회에서 가결되면서 부터다. 

하지만 조례를 이송 받은 안성시가 노인복지법과 지방재정법 등에 저촉된다며 해당 조례의 공포를 거부하고 시의회에 재의를 요구한다. 이후 같은 해 12월 안성시의회 제161회 정례회에서 안성시장의 요구로 다시 본회의에 상정했고, 표결결과 의원 9인 중 8인의 찬성으로 재차 통과됐다.

해당 조례는 경로당으로 등록하기 위한 시설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각종 지원에서 소외당하고 있는 대한노인회 정식 가입을 원하는 미등록 경로당에 대해 마을의 노인 복지를 위해 최소한의 지원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안성시 조례는 지역 내 노인사회 분열을 조장하는 사적모임의 무분별한 난립을 막기 위해 10년 간 한시적으로 지원 기간에 제한을 둬 주민과 행정이 책임의식을 갖고 노력할 수 있도록 보완장치도 마련했다. 

하지만 안성시는 조례를 또다시 공포하지 않고 해당 조례의 지원 대상인 미등록 경로당은 노인복지법상 미신고 경로당에 해당하므로 지원대상이 될 수 없다며 2017년 2월 대법원에 ‘조례안재의결무효소송’을 제소했다.

그리고 대법원은 같은 해 9월 판결 선고에서 안성시의 청구를 최종 기각했다. 안성시의회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후 강원 정선군의회와 경남 함안·남해·산청·거창·합천군 등이 잇달아 관련 조례를 제정하고 이번에 진주시의회도 대열에 합류했다. 

열악한 환경 개선에 대해 공감하고 있지만 노인사회에서는 이에 대해 대체적으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미등록 경로당 지원이 필요하다면 지원 조례에 ‘대한노인회 정식 경로당으로 등록을 원하지만 여건이 안 되는 미등록 경로당’이라는 문구를 삽입해 무분별한 사적 친목 모임 난립을 원천봉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노인복지전문가는 “최근 노인사회 분란을 야기하려는 세력들이 악용할 수 있는 조례”라면서 “조례를 제정한 지자체는 지금이라도 개정을 해야 하고 추후 예정이 있는 지자체에서도 건전한 노인사회 건설을 위해 이 점을 명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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