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세상읽기] 주한미군 분담금, 얼마면 되나
[백세시대 / 세상읽기] 주한미군 분담금, 얼마면 되나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9.11.15 14:30
  • 호수 69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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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요구하는 주한미군 분담금 50억 달러(약 5조8000억원)의 근거는 무엇인가. 금액의 타당성은 있는 건가. 일 년간 대한민국을 보호해준다는 구실로 터무니없는 요구를 하는 게 동맹국에 할 짓인가. 한국은 천문학적인 돈을 주면서까지 ‘안보구걸’을 해야 하는가. 

미국만 한국을 위해 무한정 손해 보는 것도 아니다. 한국도 미국의 방위를 위해 희생당하고 있다. 사드 배치가 미국 본토 방어용이란 사실을 모르는 이는 없다. 사드 배치로 한국은 중국으로부터 심각한 압력과 함께 경제적인 피해를 보고 있다. 미국은 이런 점도 간과한 채 일방적으로 분담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나라를 위협하는 국가는 북한이 첫째이고 다음 중국, 러시아 순이다. 북한은 대한민국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위협했고 중국·러시아는 카디즈(KADIZ·한국방공식별구간)를 함부로 침입하며 겁박을 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의 적은 당연히 북한이다. 

북한의 군사 위협은 핵 위협과 장사정포 같은 재래식 무기위협으로 나눌 수 있다. 북의 핵 위협 대응에 소요되는 비용은 엄밀하게 말하면 우리의 몫이 아니다. 우리가 핵을 보유하지 않는 것은 세계평화를 위해 핵무기 확산을 방지하는데 동참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상대방이 핵으로 위협할 때 핵으로 대응하는 것은 자위권적 권리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핵을 보유하지 않는 것은 미국이 핵우산으로 보호해주겠다는 약속 때문이다. 

미국이 우리를 위해 북한의 핵을 억제하지 않겠다고 한다면 우리가 핵을 보유하지 않겠다는 것도 원천무효이다. 그런 이유에서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비용은 주한미군 주둔비에 포함될 성질이 아니다. 유사시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도 우리가 핵을 보유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키는 대가로 미국이 지불해야 하는 비용으로 보아야 한다. 

미국은 핵과 관련해 한국에 많은 제재를 가하고 있다. 한국 미사일에 대한 탄두 중량 제한도 사거리 800km가 최대치다. 한미 미사일 지침은 인공위성 발사를 위한 민간 로켓에도 고체 연료를 쓰지 못하게 막고 있다. 우주 선진국들은 액체와 고체연료 로켓을 병용하는데 우리는 미사일 지침에 묶여 반쪽짜리 액체연료 로켓만 개발하고 있다. 그에 반해 태평양전쟁 전범인 일본은 고체연료 로켓도 맘대로 쓴다. 

북의 SLBM(잠수함탄도미사일)은 조만간 완성된다. 이에 대항하기 위해선 수개월 이상 바다 속에서 작전할 수 있는 원자력 추진 잠수함이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가 원자력 추진 잠수함을 자체 개발해도 군사용 핵연료를 금지한 한미 간 협정 때문에 가동하지 못한다. 

북한의 재래식 군사위협은 우리에게 크게 위협이 되지 못한다. 전문가에 따르면 북한은 6·25전쟁 같은 전면전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한지 오래다. 북한에 비해 월등한 경제력을 가진 남한은 군 예산(50조원)도 북의 수십배로 재래식 군사력은 역전된 지 오래다. 지금은 오히려 북한이 우리의 강력한 군사력을 걱정할 정도다. 북한이 9·19 남북군사합의에 서명한 것도 갈수록 격차가 벌어지는 재래식 군사력의 열세를 최소화해보겠다는 의도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북한의 재래식 군사위협만 고려한다면 주한미군 의미는 과거와 다르다. 

주한미군 분담금 해결법은 다음 두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미군의 한국 내 주둔 비용(한국인 인건비, 건설비, 군수지원비)은 단계적으로 증액해 일정 기간 후에는 전부 부담하되 일본·독일처럼 현금이 아니라 현물과 서비스로 제공하자. 두 번째는 중기 과제로 미국 전략자산 개발과 전개 등에 따르는 부담에 대해서는 한국이 돈으로 지불할 것이 아니라 군사력 증강으로 기여하자. 즉, 한국도 핵전략 자산 전개에 전투원으로서 참여하자는 것이다. 

미국의 핵우산 가격은 천정부지이며 언제 걷힐지도 모른다. 위세는 트럼프가 부리고 돈은 한국이 대는 지금의 방식으로는 안보도 믿을 수 없고 미국에 굴종적일 수밖에 없다. 돈으로 안보를 사고팔면 국가의 위엄과 생존이 함께 위험에 빠진다는 것을 역사는 가르쳐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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