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후원 2층 정자 ‘원정’ 아래에 온돌 있었다
경복궁 후원 2층 정자 ‘원정’ 아래에 온돌 있었다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9.11.22 15:38
  • 호수 6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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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돌구조가 발견된 향원정터 발굴현장 전경.
온돌구조가 발견된 향원정터 발굴현장 전경.

가장자리 따라 도넛형 확인… 연기는 굴뚝 없이 빼내

경복궁 후원에 있는 육각형 2층 정자인 보물 제1761호 향원정(香遠亭)은 도넛 형태로 가장자리만 온돌시설을 갖춘 건축물로 확인됐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와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는 지난 9월 시작한 향원정 발굴조사를 통해 그동안 실체를 알지 못한 독특한 온돌 구조를 찾아 11월 20일 공개했다.

온돌시설이 설치된 정자는 드문 편인데, 향원정은 불을 때는 아궁이가 있어 온돌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인공 바람을 만들어 보내는 풍동 실험과 연기로 공기 흐름을 알아내는 연막 실험으로는 정확한 연도(煙道·연기가 다니는 통로)와 연기 배출구를 파악하지 못했다.

궁능유적본부와 연구소는 콘크리트로 덮인 온돌 바닥에서 얇고 넓은 돌인 구들장은 발견하지 못했지만, 구들장 밑으로 낸 고랑인 고래둑과 불기운을 빨아들이고 연기를 머물게 하려고 온돌 윗목에 깊이 판 고랑인 개자리를 확인했다. 연도는 향원정 기단 아래를 통과해 정자가 있는 섬 동북쪽 호안석축(護岸石築·호숫가에 돌로 쌓은 시설) 방향으로 연장된 것으로 드러났다. 육각 정자에서 가장자리를 따라 축조한 온돌시설이 온전히 나타나기는 처음이다.

배병선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장은 “일반적인 정자는 사각형 평면에 온돌과 마루가 있다”며 “향원정은 1층은 온돌이고 2층은 마루인 생소한 형태”라고 말했다.

향원정의 도넛형 온돌 구조는 일반적인 온돌과 비교하면 특이한 것으로 평가된다. 보통은 방바닥 아래에 고래 여러 줄을 놓아 전체를 데우지만, 향원정은 육각형 가장자리로만 연기가 다니게 했다.

궁능유적본부는 발굴조사 결과를 반영해 구들과 연도를 복원하고, 일부 부재를 교체할 방침이다. 또 옛 사진을 근거로 지붕마루 중심에 세우는 절병통과 외부 난간을 복원하고, 이완된 기단과 석축을 다시 조성할 계획이다. 남쪽으로 향했던 다리인 취향교(醉香橋)는 원위치인 북쪽으로 이전한다. 재개방 예정 시점은 내년 7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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