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를 찾아줘’ 실종된 자식을 찾기 위한 엄마의 처절한 사투
영화 ‘나를 찾아줘’ 실종된 자식을 찾기 위한 엄마의 처절한 사투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9.11.22 15:44
  • 호수 69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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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애 14년 만의 스크린 복귀… 토론토영화제 등 해외에서 먼저 인정
실종 아동 찾는 가족의 고통 다루면서 아동학대 문제 정면으로 비판
이영애의 14년만의 스크린 복귀작으로 주목 받는 이번 작품은 실종 아동 문제의 심각성을 정면에 다뤄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극 중 한 장면.

[백세시대=배성호기자] “엄마로서 출연을 결정하기 전 많이 고민했다.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것보다 ‘현실’은 상상 이상으로 잔인하고 힘들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 작품이 알려줄 것이 정말 많다. 배우 입장에서는 여러 가지를 생각해서 용기를 냈다.”

11월 19일 서울 광진구 건대입구 롯데시네마에서 열린 영화 ‘나를 찾아줘’ 언론시사회에서 이영애는 이 작품에 출연한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486명. 현재 20년이 넘도록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 국내 실종 아동의 숫자다. 가족들은 고통 속에서 보내는 와중에도 아이를 찾기 위해 포기하지 않는다. ‘나를 찾아줘’는 이 같은 아픈 현실을 담아 주목받는 작품이다

이영애의 14년만의 영화 복귀작으로 화제를 모으는 ‘나를 찾아줘’가 11월 27일 개봉한다. 9월 막을 내린 제44회 토론토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돼 해외에서 작품성을 먼저 인정받기도 했다. 이번 작품은 6년 전 아들을 잃어버린 한 엄마가 우연히 실종된 아이를 봤다는 제보를 받고 이를 추적하는 과정을 그린다.

작품은 아이를 잃은 ‘정연’(이영애 분)의 고통스런 생활을 보여주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정연과 남편 명국(박해준 분)은 전국을 돌며 아들을 찾기 위해 노력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무엇보다 두 부부에게 숱하게 이어지는 거짓 제보가 이들의 가슴을 더욱 아프게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정연은 또 낯선 이에게서 아들을 봤다는 제보를 받는다. 허위 제보일 수도 있지만 신체적 특징까지 모두 같았다는 설명을 듣고 즉시 낯선 마을로 향하게 된다. 

어느 수상한 바닷가에 도착한 정연은 자신의 등장을 경계하는 듯한 경찰 홍경장(유재명 분)을 만나고 이상함을 느낀다. 여기에 더해 행동 하나 하나가 의심스러운 마을 사람들을 만나면서 의구심은 증폭된다. 바다 낚시터를 운영하며 사는 마을 사람들은 유독 정연의 등장을 경계하고 비슷한 아이를 본 적도 없다고 입을 모았다. 정연은 홍경장과 마을 사람들이 뭔가 숨기고 있음을 직감하고 아이를 찾기 위한 추적을 시작한다.

작품은 결말을 쉽게 예측하기 힘든 긴장감 넘치는 전개로 상영시간을 꽉 채운다. 진실을 파헤치는 정연의 시선을 통해 드러난 불편하고도 괴로운 진실은 아픔과 안타까움 그리고 분노를 자아내게 한다.

정연을 경계하며 진실을 은폐하고 왜곡하며 모르는 척 외면해 버리는 사람들. 그들이 감추려는 충격적 진실이 마침내 밝혀지지만 예상치 못한 더 큰 비극과 마주해야 한다. 작품은 아동학대의 심각성을 정면으로 비판한다. 그 과정을 묘사한 장면은 충격적이기도 하다. 정연의 아들로 추정되는 소년은 초등학생 정도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고된 일을 하고, 쇠줄에 묶여 있는가 하면, 일상적인 언어·신체적 폭력에 노출돼 있다. 폭행 때문에 귀를 다쳐 잘 듣지도 못한다. 무연고자나 장애인을 비인간적으로 착취한 사실이 드러난 ‘신안군 염전 노예 사건’을 떠오르게 하는 부분이다. 

또 작품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일에 바빠, 실종 아동 문제에 무관심하고, 목격하더라도 외면한다는 대사를 통해 현실을 지적하기도 했다. 상영시간 내내 계속되는 안타까움과 슬픔, 씁쓸함은 더 이상 실종 아동 전단지를 가볍게 넘기지 못하게 한다. 

작품은 이를 통해 결국 우리가 살면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 지켜내야 하는 것들, 외면해서는 안 되는 것들에 대해 되돌아보게 만든다. 그리고 긴 고난의 끝엔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해서는 안 될 삶의 고귀함이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며 긴 여운을 남긴다.

무엇보다 오랜만에 충무로로 복귀한 이영애의 연기가 빛났다. 두 아이의 엄마가 돼서 돌아온 이영애는 자식을 찾기 위해 헌신하는 강인한 어머니상을 보여준다. 아들을 그리워하지만 밖에서는 내색을 안하는 모습부터 진실을 찾기 위해 겁없이 나서는 이영애의 모습은 그간 단아했던 이미지와는 완전히 다르다. 복귀 전 마지막 영화였던 ‘친절한 금자씨’에서의 변신과도 또 다르다. 

특유의 청순함을 벗어던지고 화장기 없이 헝클어진 머리로 아이를 찾기 위한 긴 여정에 나서는 모습을 통해 전에 없던 강렬함을 선사한다. 여기에 온 몸을 던진 처절한 혈투신과 후반부 극한 감정에 치닫는 모습의 연기는 이영애의 진가를 입증한다.

홍경장 역의 유재명도 초반 코믹하고 능청스러운 모습과 함께 누구보다 냉혹하고 이중적인 인물을 그리며 극에 몰입도를 높인다. 그가 시종일관 이영애와 대립하다 절정에 이르는 과정은 이 영화의 백미다. 남편으로 등장한 박해준도 많은 분량은 아니었지만 실감나는 연기로 영화에 힘을 보탰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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