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두면 좋은 지식 17] 확증편향 (確證偏向)
[알아두면 좋은 지식 17] 확증편향 (確證偏向)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9.11.29 14:20
  • 호수 69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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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에 맞는 정보만 보고 나머지는 무시하는 것

‘시안견유시 불안견유불(豕眼見惟豕 佛眼見惟佛).’

‘돼지 눈에는 모든 것이 돼지로 보이고, 부처 눈에는 모든 것이 부처로 보인다’는 고사성어다. 

2019년 현재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 중 하나를 표현한 말이기도 하다. 조국 전 장관 임명과 함께 가족 문제가 터지자 지지세력과 반대세력으로 극명하게 갈려 자신들에게 맞는 정보만 취합해 사건을 바라보는 ‘확증편향’ 현상이 도드라지게 나타났다. 

확증편향이란 선입관을 뒷받침하는 근거만 수용하고,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선택적으로 수집하는 것이다.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현상인데, 정보의 객관성과는 상관없다.

실제로 조 장관 지지자들은 서초동으로 몰려가 수사의 부당함을 주장했고 반대하는 사람들은  광화문으로 몰려가 사퇴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같은 수사결과를 두고 자신들의 입장(지지 혹은 반대)에서 유리한 정보만을 인정하면서 현재까지도 무죄를 외치는 쪽과 유죄를 주장하는 쪽으로 극명하게 갈려 있다. 

확증편향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시작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 역사에서도 간신의 목소리에만 귀를 기울여 폭정을 저지른 왕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2010년 유명가수 타블로의 미국 스탠퍼드 학위를 둘러싼 논란도 확증편향의 대표적인 예이다.  

타블로는 명백히 스탠퍼드 대학교의 학사와 석사 통합 과정을 조기 졸업했지만 한 누리꾼이 “스탠퍼드 대학교 졸업자 명단을 확인해 보니 타블로가 없었다”는 가짜 뉴스를 퍼트리면서 문제가 됐다. 몇몇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이를 사실처럼 받아들인 것이다. 당사자가 나서서 입증하고 학교 측에서 나서서 졸업생이 맞다고 확인했지만 이미 가짜라고 인식한 네티즌들은 이조차 믿지 않았다. 이로 인해 타블로는 심각한 피해를 입어야 했다. 아직까지도 가짜라고 믿는 사람이 있다는 점은 확증편향의 무서운 점을 잘 보여준다. 

더 큰 문제는 유튜브 전성시대가 시작되면서 확증편향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유튜브는 ‘추천 알고리즘’을 적용해 시청자의 기호와 취향에 최적화한 동영상을 선별해 보여준다. 예를 들어 야구 동영상을 시청하면 계속해서 시청자가 즐겨볼 만한 관련 동영상을 추천해주는 방식으로 이용자를 유튜브에 붙잡아 두는 기술이다. 

이용자로서는 더 보고 싶은 영상을 제공받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유튜브 체류시간이 늘어나게 된다. 유튜브는 이것을 기반으로 광고 노출을 해서 큰 상업적 수익을 거두고 있다. 문제는 정치 동영상을 볼 때에도 한쪽 입장의 동영상만을 시청하도록 해 균형 잡힌 판단을 할 수 없게 한다. 

확증편향에 빠지지 않기 위해선 자신의 생각과는 다른 일이 일어나고 증거가 발견됐을 때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 할지라도 결코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 ‘나는 언제든 틀릴 수 있다’는 열린 생각을 가지고 상황을 보다 객관적으로 바라봐야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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