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에 ‘서울우리소리박물관’ 개관… 전국 팔도 ‘향토민요’를 한자리에서 생생히 감상
서울 종로구에 ‘서울우리소리박물관’ 개관… 전국 팔도 ‘향토민요’를 한자리에서 생생히 감상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9.11.29 15:17
  • 호수 69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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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우리의 소리를…’ 통해 수집된 1만8000여 곡 등 민요 자료 전시
카페처럼 조성한 음원감상실 눈길… 별채에 연구자 위한 아카이브도
11월 21일 서울우리소리박물관 개관식에 참관한 박원순 서울시장이 향토민요인 '널을 뛰면서 하는 소리'를 듣고 있다.
11월 21일 서울우리소리박물관 개관식에 참관한 박원순 서울시장이 향토민요인 '널을 뛰면서 하는 소리'를 듣고 있다.

[백세시대=배성호기자] “이 소리는 00에서 00을 할 때 함께 부르던 노래입니다.”

MBC 라디오 ‘지금은 라디오 시대’와 ‘정오의 희망곡’ 등을 즐겨 듣는 사람이라면 이와 같은 멘트로 시작하는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를 들어봤을 것이다. 1991년 4월 20일에 첫 선을 보인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는 퇴직한 최상일 전 MBC 라디오 PD(현 서울우리소리박물관장)가 한반도 각지의 민요를 맛배기 식으로 들려주는 짤막한 방송이다. 지금까지도 여러 방송에서 패러디 되면서 라디오를 잘 듣지 않는 사람들에게까지 알려져 있다. 30여 년간 방송을 위해 900여개 마을을 찾아가 수집, 채록한 ‘향토민요’만 해도 1만8000여 곡에 달한다. 

이와 같이 구전으로 내려오던 우리소리인 향토민요를 한데 모은 박물관이 개관했다. 11월 21일 서울 종로구에 문을 연 ‘서울우리소리박물관’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오고 있지만 지금은 듣기 어려워진 ‘향토민요’를 체계적으로 보존하고, 시민들에게 우리 전통을 경험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향토민요는 지역 사람들이 삶의 현장에서 부르던 노래다. 전문 소리꾼이 부르는 ‘통속민요’와 달리, 민중들의 입을 통해 전해져서 지역의 삶과 정서는 물론 언어적 특징까지 고스란히 담겨있어 그 가치 또한 매우 크다. 지역 특유의 정서와 소박한 특징을 엿볼 수 있어 민중의 생활상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자료다.

우리소리박물관은 이처럼 사라져가는 전국 각지의 향토민요 2만 곡을 수집해 시민 누구나 듣고 보고 경험해볼 수 있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지난해 ㈜문화방송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를 통해 수집한 향토민요와 당시 사용된 녹음장비, 답사노트 등 관련자료 일체를 무상기증 받았다. 또 2000여 곡은 국가무형문화재와 전문 국악인 등이 직접 기부했다. 뿐만 아니라 릴 재생기, 옛 음악교과서, 지금은 구할 수 없는 LP음반, 공연의상 같은 실물작품 5700여 점도 보존돼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우리소리박물관은 서민들의 삶과 애환이 묻은 전국 각지의 우리소리 ‘향토민요’를 시민 누구나 쉽게 경험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체계적으로 보존·계승하기 위한 국내 최초의 향토민요 전문 박물관”이라며 “전통문화의 거리 ‘돈화문 국악로’에서 우리 전통음악의 계승과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는 공간으로 운영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창덕궁 앞 고풍스런 한옥에 들어선 우리소리박물관은 크게 4개 전시실로 꾸며졌다. 먼저 1층에 들어서면 고급 카페를 연상케 하는 ‘음원감상실’이 있다. 음원감상실에는 1~3인용 소형 책상마다 헤드셋과 민요 선곡을 위한 디스플레이가 설치돼 있는데 헤드셋을 끼면 서민의 삶과 애환이 묻은 전국 팔도 대표 민요를 들을 수 있다. 작곡가도 모르고 악보도 없지만 오랜 세월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온 민요를 듣다 보면 민중의 삶과 희로애락을 느낄 수 있다.

우리소리박물관은 찾은 관람객들이 다양한 소리 체험을 하고 있다.
우리소리박물관은 찾은 관람객들이 다양한 소리 체험을 하고 있다.

지하 1층 ‘상설전시실’에서는 첨단기법으로 향토민요가 불리는 현장에서 보고 듣는 것 같은 이색체험을 해볼 수 있다. 집, 강과 바다, 논과 밭, 장례 같이 향토민요가 불렸던 장소를 3D모형, 착시 애니메이션 인형(조이트로프) 같은 장치를 통해 감상할 수 있다. 인물별 노래도 감상할 수 있다. 장치 앞에 마련된 나팔관이나 헤드셋에 귀를 기울이면 멸치잡이 어민, 나무꾼 등 선조들이 부른 민요를 들을 수 있다. 그 외에도 우리의 소리를 즐겁게 게임으로 즐기는 ‘장단의 달인’을 비롯한 다양한 콘텐츠를 접할 수 있다.

향토민요에 뿌리를 둔 통속민요 ‘아리랑’을 전시한 공간도 눈길을 끈다. 지금 널리 알려진 아리랑 일부는 1926년 영화 ‘아리랑’ 성공을 계기로 전문 음악인들이 다듬어 만들었다. 이러한 아리랑은 강원도 지역 등서 모를 심으며 불렀던 ‘아라리’와 ‘자진아라리’ 등에서 비롯됐다. 전시 공간에서는 이처럼 향토민요에서 통속민요로 발전해 간 아리랑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다.

지하 2층 ‘영상감상실’에는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대형스크린과 양 옆의 고음질 음향시스템으로 아름다운 자연의 소리와 영상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넓은 공간은 아니지만 안락한 의자에 누워 우리의 소리를 들으며 휴식을 취할 수 있다.

1층 별채에 마련된 ‘우리소리 아카이브’는 2만여 곡의 향토민요 음원 전체를 체계적으로 분류‧보존하고 있는 공간이다. 전시에 포함되지 않은 더 많은 소리들을 자료검색대를 통해 검색하여 들어볼 수 있고, 심화학습을 위한 서적, CD플레이어도 마련돼 있다.

서울시는 개관을 계기로 인근에 위치한 궁중음악 중심의 서울돈화문국악당과 서민음악인 향토민요 전문 박물관인 우리소리박물관을 묶어 ‘돈화문 국악로’로 운영, 우리 전통음악을 조화롭고 균형 있게 보존‧계승해 나갈 계획이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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