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집 ‘시니어로 살기’ 낸 김동배 연세대 명예교수…“나이 들어도 배우며 살면 노년이 인생의 황금기”
에세이집 ‘시니어로 살기’ 낸 김동배 연세대 명예교수…“나이 들어도 배우며 살면 노년이 인생의 황금기”
  • 조종도 기자
  • 승인 2019.11.29 15:19
  • 호수 6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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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후엔 스스로 규범 세워야…혼자보단 동료 시니어와 함께 해보길
젊은이와 시니어 ‘준비된’ 만남의 기회 많이 마련해야 세대갈등 극복

[백세시대=조종도기자] 푸르렀던 나뭇잎이 어느새 샛노랗고 붉게 물드는 것처럼 사람이 나이 들어 늙어가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자연의 이치다. 하지만 희망도 없이 낙엽의 때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화려한 단풍의 때를 즐기는 인생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평생을 노인복지학 연구에 몰두해온 김동배 연세대 사회복지대학원 명예교수(70)가 에세이집 ‘백세시대 시니어로 살기’(좋은피알)를 펴냈다. 2008년부터 ‘백세시대’ 신문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한 김 교수가 지난 5년간 ‘금요칼럼’에 썼던 글들을 모은 것이다.

김 교수는 이번 책에서 노년의 심리 내면을 좀 더 깊이 탐구해 삶과 죽음을 두루 반추하는 내용을 담았다. 인생과 세상을 어느 정도 조망해 볼 수 있는 나이의 노년학자로서 이 시대에 어르신으로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하는 질문에 대한 응답을 시도하고 있다.

김 교수와 만나 그가 책에서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번 책에 어떤 내용을 담았나.

“노인 대신 좋은 뜻이 담긴 어르신이라는 말이 정착되고 있다. 어르신을 영어로 바꾸면 ‘시니어’쯤 된다. 어르신이든 시니어든 가정과 사회에서 존경받는 분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후손과 후배들에게 지혜로운 조언도 해주고 삶의 표본을 보여주며, 본인의 노년기 삶도 잘 계획을 해서 결국은 편안한 죽음까지도 맞이할 수 있는 분을 가리킨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하면 이런 시니어의 삶을 살 수 있을지 말하고 싶었다.”

-시니어(어르신)와 노인의 차이는 뭔가.

“노인은 정부의 공식적인 용어다. 이에 비해 시니어(어르신)는 격조 있는 말이고 듣기도 좋고, 새로운 차원에서 노년기를 접근해보는 용어라고 본다. 주체적이고 긍정적이며 마음이 열리는, 참여적인 의미의 말이다.”

-노년이 ‘인생의 황금기’인가.

“생각하고 계획하는 것에 따라 노년은 인생의 황금기가 될 수 있다. 물질적이고 신체적인 것을 가리키는 게 아니라 내적인 측면을 강조한 말이다. ‘살아보니 인생은 이런 것’이란 깊고 명료한 깨달음이고, 그 의미대로 살아보는 것이다. 그래서 마음이 편안해지고 남들이 별 것 아니라고 평가하는 것에도 가치를 두고 감사하게 된다. 그런 삶이 바로 인생의 황금기다.”

-인생의 황금기를 누리려면.

“우리시대의 스승인 김형석 선생님은 ‘인생의 황금기를 누리려면 배우고 성장해야 한다’고 말씀하시는데 전적으로 동감한다. 배우겠다는 의욕이 있으면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살아간다.”

-노인복지를 전공하게 된 계기는.

“사회복지학 공부를 같이 하던 미국인 친구들과 노인복지 실습을 하며 ‘왜 노인복지를 전공하는지’ 물었더니 ‘할머니, 할아버지와의 좋은 추억이 있어서’라는 답변을 들었다. 내게도 할머니, 할아버지에 대한 좋은 기억이 있었다. 그 기억이 살아나며 노인복지 공부하는 게 좋아졌다.”

김 교수는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도미 유학, 켄트주립대에서 사회학 석사를, 미시간대학에서 사회복지학 석사와 도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0년 연세대에 부임한 후 국내 최초의 사회복지학 전문대학원을 설립해 초대원장을 지냈으며 2015년 은퇴해 명예교수로 있다. 한국노년학회장과 ‘영성과 사회복지학회’ 학회장 등을 역임했다. 

-은퇴 후 달라진 게 있다면.

“은퇴 전에는 ‘열심히 돈 벌어라’ ‘행복한 가정을 꾸려라’ 등 사회규범에 따라 살면 칭찬도 받고 보상을 받는다. 허나 은퇴 후에는 그런 규범이 사라진다. 열심히 한다고 칭찬하지 않고 게으르다고 누가 핀잔하지 않는다. 은퇴하면 스스로 일을 만들어야 하고 규범도 스스로 세워야 한다. 몇 달 몇 년은 그게 가능하지만 노년기 내내 계속하긴 쉽지 않다. 그래서 노년기는 인생의 축복일 수도 있고 혼란기가 될 수도 있다. 규범화는 혼자보다는 동료 시니어들과 여럿이 같이 하는 게 좋다. 노인복지관, 노인대학, 절이나 교회나 성당에서 정보를 교환하는 게 중요하다. 안 그러면 헤맬 수 있다.”

-신앙이 노인의 삶에 도움이 되나

“종교를 가지면 현세에도, 죽음 이후에 대해서도 편안한 마음을 갖게 된다. 내가 성실하게 살았으니 사후에도 보장이 되리라는 희망이 생긴다.”

-세대 간 갈등, 어떻게 풀어야 할까.

“경로당이나 노인복지관, 종교기관, 평생교육기관 등이 잘 준비한 프로그램을 통해 시니어와 젊은이가 만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냥 만나면 어르신들은 또 잔소리 하게 된다. 어르신들은 먼저 젊은이와 대화하는 법을 배울 필요가 있다.”

-젊은이들이 해야 할 노력이 있다면.

“젊은이들은 자신들 생각으로만 세상을 살아간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좋든 싫든 모든 사람들은 전통 가운데 살아간다. 그것이 문화다. 좋은 문화, 계승해야 할 문화는 어르신에게 배워야 한다.”

-우리나라 노인복지,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나.

“현금을 주는 것은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으로 좋지 않다고 본다. 현금이 필요한 분들에겐 선별적으로 주면 된다. 오히려 돈은 서비스 제공기관에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데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운동프로그램을 비롯해 심리치료, 사회활동 프로그램 등. 그 프로그램을 보다 많은 사람이 이용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드는 일도 중요하다.” 

-독자로서 본 백세시대는.

“‘백세시대’ 신문은 날이 갈수록 독자들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더 풍부하고 더 짜임새 있게 싣고 있음을 느낀다. 시니어들이 친구처럼 여기는 신문으로 계속 발전하길 바란다.”

조종도 기자 jdcho@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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