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복 박사의 한방이야기] 8.입냄새 유발 ‘매핵기’ 스트레스와 내시경 검사
[김대복 박사의 한방이야기] 8.입냄새 유발 ‘매핵기’ 스트레스와 내시경 검사
  • 김대복 한의학 박사
  • 승인 2019.12.03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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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냄새를 일으키는 질환은 다양하다. 입냄새와 연관 있는 다양한 질환과 치료법을 김대복 한의학박사(혜은당클린한의원장)가 연재한다. <편집자 주>

질환은 두 가지가 있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이다. 목 이물감과 입냄새를 일으키는 ‘매핵기’는 눈에 보이지 않는 질환이다. 매핵기는 말을 할 때, 침을 삼킬 때, 음식을 섭취할 때 불편함이 느껴지는 증상이다. 이는 자극된 목의 비정상 기능으로 생각할 수 있다. 상식적으로나 의학적으로나 목에 이물감을 일으키는 소인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육안으로 보아도, 내시경으로 검사해도 목 상태는 지극히 정상으로 확인된다. 목안의 표면도 말짱하다.

이 경우 진단 결과는 ‘이상 없음’으로 나온다. 때문에 환자의 고통에 공감하고, 하소연을 듣는 의사는 버거울 수밖에 없다. 환자가 꾀병을 부리는 게 아님은 분명하다. 하지만 기계적 검사에서, 정밀 검진에서 불편함을 일으킬 객관적 요인을 찾을 수 없다. 이때 할 수 있는 말은 “예민한 성격과 연관 있어요. 미지근한 물을 자주 마시고, 말을 많이 하지 마세요”라는 조언 정도다.

때로는 스트레스로 인한 신경성 진단을 내리기도 한다. 신경성 목 이물감, 신경성 입마름, 신경성 위염 등이다. 신경성은 신경 계통 이상으로 인해 나타나는 증세다. 신경은 교감신경과 부교감 신경이 있다. 이중 교감신경은 신체를 항진시킨다. 불안과 위기를 느끼거나 중요한 일을 앞둔 상태에서 효율적으로 일을 처리하기 위한 준비태세를 갖추게 한다.

이로 인해 맥박과 혈압이 상승하고, 근육은 긴장한다. 소화 기능이 약해지고, 포도당이 분비되고, 부신피질에서는 코티졸 호르몬이 분비된다. 이 같은 현상이 반복되면 과민성대장증후군 등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신체의 외관에서는 비정상적인 요인을 찾기 어려운 게 대부분이다. 이때 ‘신경성’이라는 표현을 많이 한다.

이는 의학과 과학의 불완전성을 의미한다. 의학과 과학은 보이지 않으면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구취도 원인 물질이 보이는 경우는 진단이 쉽다. 목 이물감의 경우 목의 염증이 있으면 진단도, 치료도 쉽다. 이물감은 주로 인후두염이나 성대결절로 생긴다. 문제는 목 이물감과 구취의 소인을 목에서 찾을 수 없는 경우다. 심한 경우 이물감으로 인해 호흡곤란, 가슴 답답, 스트레스, 불면증, 우울증이 발생함에도 목 안이 깨끗하다. 이는 스트레스와 연관이 깊다.

한의학은 질환 판단에서 특정 부위에 한정하지 않는다. 인체라는 거시적 관점에서 살핀다. 목이물감도 오장육부의 정상 기능 여부를 확인하며 목의 이상을 알아보는 미시적 접근을 한다. 증상을 인체 종합적으로 파악하는 한의학에서는 내시경 결과 ‘이상 없음’이나 신경성으로 진단되는 목이물감을 ‘매핵기’로 접근한다.

동의보감 외형편에서 매핵기가 설명돼 있다. “칠정(七精)으로 기가 울결되면 담연(痰延)이 생긴다. 이것이 기를 따라 몰리면 덩어리 같이 된다. 이 덩어리가 명치 밑에 있으면서 목구멍을 막는다. 마치 매화씨나 솜뭉치 같은 것이 있는 것 같다. 뱉어도 나오지 않고, 삼켜도 넘어가지 않는다.”

칠정(七情)은 인간이 느끼는 희(喜) 로(怒) 우(憂) 사(思) 비(悲) 공(恐) 경(驚)이다. 칠정에 연연해 마음이 상하면 신경성 식도경련이 일어난다. 가슴과 얼굴에 열감이 올라오게 된다. 히스테리의 일종인 매핵기는 신경질적인 사람, 스트레스에 수시 노출되는 사람에게 흔히 나타난다. 마음이 상하여 담기(痰氣)가 인후두에 장애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람에게 흔한 화병의 한 부분이다. 화병이 있는 사람에게는 목이물감 발생 확률이 높다.

거시적 진단의 매핵기는 다시 세분된다. 매핵기를 비롯하여 화담증, 조담증, 흉격열증 등으로 나뉜다. 매핵기의 근본적 치료는 스트레스 감소다. 또 체력과 면역력 증강으로 만성피로에서 벗어나야 한다. 증상에 맞는 한약처방은 근복적 치료를 빠르게 한다. 매핵기에는 증상과 개인의 체질을 고려해 해울통기탕, 가미사칠탕, 반하후박탕 등을 처방한다. 또 약침액 경혈주사, 거담제, 소화기관 운동촉진 약재 등도 사용될 수 있다.

<김대복>

한의학 박사로 혜은당클린한의원장이다. 주요 논문과 저서에는 '구취환자 469례에 대한 후향적 연구', ‘입냄새 한 달이면 치료된다’, ‘오후 3시의 입냄새’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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