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세상읽기] 김기현 전 울산시장
[백세시대 / 세상읽기] 김기현 전 울산시장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9.12.06 15:26
  • 호수 69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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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전 울산시장 주변에 대한 하명수사,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 무마 의혹 여파가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12월 4일, 이 둘을 ‘친문(親文) 게이트’로 지정하고 진상조사위를 꾸렸다. 진상조사위원장을 맡은 곽상도 의원은 “김기현 사건은 수사를 지휘한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이 핵심이 아니다. 수사를 지시한 것으로 의심되는 청와대 관련자를 수사해야 한다”며 “조국 전 민정수석,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등 여권 인사 20여명을 검찰 고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현 전 울산시장의 청와대 선거 개입 의혹 사건으로 우리 사회가 또 다시 갈등과 반목의 골에 빠져들고 있다. 핵심은 문재인 대통령의 절친 중 하나인 현 울산시장을 당선시키기 위해 청와대가 지난 지방선거에 개입했으며 그 결과 당시 직전 울산시장이었던 김기현이 낙선했을 것이라는 의혹이다. 

이 사건을 보면서 제3자의 입장에서 몇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김기현 전 울산시장은 어떤 인물인가. 만약 청와대가 선거에 개입하지 않았더라도 재선이 가능했을까. 청와대, 경찰의 도움으로 시장에 당선됐을 것이라는 국민 의혹에 대해 현 울산시장은 왜 일언반구도 없을까. “맨몸으로 정정당당히 붙어보자”며 재선거로 신임을 받는다면 좋지 않을까. 

김기현 전 울산시장을 선거 전인 지난해 2월 초 만난 적이 있다. ‘백세시대’ (606호) ‘인물 포커스’에 그를 등장시키기 위해서다. 김 전 울산시장의 첫인상은 깔끔하고 진솔하며 서민적이었다. 머리에 기름을 잔뜩 바르고 허세에 찬 걸음걸이를 보이는 일부 지자체장들과 분위기가 달랐다. 선한 눈빛과 엷은 미소, 차분한 목소리가 인터뷰 후에도 오래 동안 기억에 남았다.

그는 서울대와 동대학원 법학과를 나와 25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부산지법 울산지원 판사로 법조인의 첫발을 내디뎠다. 변호사를 거쳐 17·18·19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2014년 제6대 울산시장에 당선돼 현재에 이르렀다. 의원 입법활동이 뛰어나 ‘NGO 선정 국정감사 우수의원’, ‘대한민국 선정 입법우수의원’, ‘제18대 국회 대한민국 헌정대상’ 등을 수상했다.

법관을 선택한 이유를 묻자 “돌이켜 생각해보면 중학교 시절,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해서 성공하고 말겠다고 다짐한 것이 법학을 전공한 계기가 됐다”고 대답했다. 법조인 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을 들려달라고 하자 한 트럭운전자의 누명을 벗겨준 일을 소개했다. 

그는 “변호사 시절 교통사고로 구속된 트럭운전기사가 있었다. 현장조사와 서류검토 결과 운전기사의 과실이 아니며 억울하게 구속됐다는 걸 알게 됐다. 하지만 운전기사가 억울함을 증명하려면 상당한 어려움이 따라야 했고 그걸 증명했더라도 그에 상응하는 변호사 보수를 줄 수도 없는 처지였다”며 “잠시 고민을 했지만 죄가 없는 것을 알면서도 모른 척 하는 건 직무유기요, 사람의 도리가 아니라고 여겨 백방으로 노력한 결과 운전기사는 법원 판결에서 다행히 무죄판결을 받았다”고 기억했다.

김 전 울산시장은 이 변론이 계기가 돼 소외된 이들을 돕는 의로운 정치인의 꿈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그 사건을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어느 날 중년의 남자가 변호사사무실을 찾아와 그때 이야기를 들려주며 음료수 박스와 함께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바로 당시의 트럭 운전기사였다. 그 일이 계기가 돼 정치를 하면서도 정치인은 가진 사람보다는 못 가진 사람에게 더 관심을 많이 가져야 하고 힘 있고 강한 자보다 소외되고 약한 자들에게 더욱 도움을 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김 전 울산시장에게 판사, 변호사, 국회의원, 지자체장 중 어떤 자리가 가장 힘든가 물었다. 그는 “시장의 역할이 가장 복잡하고 어렵다. 정해진 시간 내에 최종적으로 결정해야할 사안이 많은데다가 각각의 정책이나 사업마다 다양한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어서 부담감이 크다”고 말했다. 

김 전 울산시장에 대한 혐의가 바로 ‘가족(동생)의 다양한 이해관계에 맞물린’ 것이지만 검찰 수사 결과 모두 무혐의로 밝혀졌다. 김 전 울산시장이 힘든 시간을 잘 극복해내 원하는 바를 이루는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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