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금요칼럼] 지속가능한 복지국가의 길
[백세시대 / 금요칼럼] 지속가능한 복지국가의 길
  • 서상목 한국사회복지협의회 회장
  • 승인 2019.12.13 15:17
  • 호수 69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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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복지국가 위해선

‘일자리 복지’ 등 다양한 노력 필요

 복지를 정부만의 역할로 볼 순 없어

 기업은 사회공헌 활동 추구하고

 개인도 ‘사회적 책임’ 다해야

국가의 발전단계는 크게 세 가지 형태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국가가 국방, 치안 등 최소한의 역할만 담당하는 ‘야경국가’, 둘째는 국가가 경제발전에도 역점을 두는 ‘발전국가’, 그리고 셋째는 국가가 경제발전은 물론 국민 전체의 복지 향상에 힘쓰는 ‘복지국가’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모든 선진국은 ‘복지국가’ 건설을 위해 선의의 경쟁을 했고 그 결과 큰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인구 고령화로 복지지출 증가 속도가 빨라지고, 석유파동, 금융위기 등으로 경제성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증가하면서 ‘복지국가’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러면 이를 위한 해결책은 무엇일까?

우리나라에서 사회복지 정책에 대한 관심은 경제발전이 상당 수준 궤도에 오른 1970년대 후반 이후 시작되었다. 1977년에 건강보험제도가 도입되고, 1988년 국민연금이 실시되면서 한국에서도 선진복지제도가 단계적으로 시행되었다. 1990년을 전후해 종합사회복지관 등 각종 사회복지서비스 기관이 지역별로 운영되기 시작했고, 2008년 노인 장기요양보험제도가 도입되면서 우리나라 사회복지는 제도적으로 거의 완성단계에 이르게 되었다. 특히 2010년 지방선거를 계기로 복지가 선거공약의 핵심영역으로 부각되면서 우리는 사회복지의 ‘지속가능성’을 염려해야 하는 단계까지 진입하였다. 특히 고령화가 일본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출산율은 세계에서 가장 낮은 0.98명에 불과하기 때문에, 현재 추세가 지속된다면 복지지출 확대로 인한 정부재정의 건전성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을 맞게 될 것이라는 게 국내외 경제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이에 대한 해법은 크게 세 가지 방향에서 찾을 수 있다. 첫째, 복지에 경제와 경영 개념을 접목시켜 사회복지 분야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다. 이러한 시도는 1990년대 후반 영국에서 ‘제3의 길’이라는 정책으로 처음 시도되었다. 복지시책 수혜자에게 직업훈련 및 알선 등의 활동을 통해 일자리를 마련해주고 이를 거절하는 사람에게는 복지혜택을 주지 않는 방법이다. 이를 ‘일자리 복지’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도 1998년 ‘기초생활보장법’이 제정되면서 근로능력이 있는 복지수혜자에게 근로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그런데 이 경우 일을 해서 소득이 높아지면 각종 복지혜택이 없어지기 때문에 스스로 일자리를 찾으려는 의욕이 낮아진다는 게 문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근로소득이 일정 수준 미만인 경우 정부가 ‘근로장려금’을 지원하는 제도가 추가로 시행되고 있다.

둘째, 사회금융시장을 활성화하여 사회혁신을 촉진시키는 것이다. 이 역시 영국의 토니 블레어 노동당 정부가 2010년부터 10년간 열정적으로 추진한 정책이다. 경제에서 금융시장은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자금을 모아 투자 효율이 가장 높은 부문에 투입함으로써 자원배분의 효율을 극대화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사회복지와 사회개발 부문에서도 같은 원리를 적용하여 여유자금이 사회적 성과를 최대화하는 방향으로 사용되도록 하는 것이 사회금융시장의 기능이다. 영국에서 시작된 사회금융시장의 발달은 미국, 호주 등 영어권 선진국가로 급속히 확대되었고,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사회금융시장이 점진적으로 개발·확산되고 있다. 

셋째, 사회복지는 정부만의 역할이라는 소극적 시각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기업은 사회공헌 차원에서 그리고 개개인은 시민정신 차원에서 ‘모두 함께 만들고 누리는 복지사회’를 건설하는 시대적 과업에 동참하는 것이다. 기업은 주주만의 이익을 위해 활동해야 한다는 것이 신자유주의자 밀턴 프리드먼의 지론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좁은 시각의 기업관은 1980년대 이후 크게 바뀌었다. 이제는 기업이 중장기적 관점에서 이익 극대화를 위해서는 주주만이 아니라 기업근로자, 부품공급자, 지역사회 등 다양한 이해당사자를 고려해 경영을 해야 회사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이른바 ‘이해당사자 이론’이 경영학의 대세를 이루게 되었다. 그래서 지금은 세계 굴지의 기업 대다수는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이른바 ‘공유가치창출(CSV: Creating Shared Value)’을 기업경영의 핵심가치로 삼고 있다. 

이에 더해, 건전한 시민정신에 바탕을 둔 사회구성원 개개인의 사회적 책임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은 기부금으로, 시간이 있는 사람은 자원봉사활동으로, 그리고 재능이 있는 사람은 재능기부로 각자의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면 ‘모두 함께 만들고 누리는 복지사회’의 구현’은 실현 가능함은 물론 지속 가능한 국가 목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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