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욱’하는 분노조절장애, 상담·약물치료 받아야
‘욱’하는 분노조절장애, 상담·약물치료 받아야
  • 이수연 기자
  • 승인 2019.12.13 16:12
  • 호수 69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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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적인 화 참지 못하고 폭발…부정적 감정 억누르기만 해선 안 돼
일기쓰기‧울기 등 통해 평소 감정 조절…우울증 등 원인질환도 치료를

[백세시대=이수연기자] 사회에서 벌어지는 사건‧사고 가운데 “순간의 화를 참지 못하고 벌어진 일”이라는 분노조절장애를 언급하는 내용이 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 꼭 뉴스에 나오는 사건이 아니라도 지하철에서 갑자기 소리를 지르거나 길에서 스치듯 부딪힌 사람에게 불같이 화를 내는 사람 등을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습관 및 충동장애(분노조절장애)로 진료받은 사람은 2013년 4934명에서 2017년 5986명으로 증가했다.  

분노조절장애는 정신적 고통 후의 분노나 억울함, 좌절감, 모멸감 등이 조절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남아 행동으로 이어지는 질환이다. 자신이 무시당했다고 느끼거나 비교를 당하거나 이용당했다고 생각하면 참지를 못하고 그 반감으로 분노를 표출한다. 이러한 상황을 지속적으로 겪으면서 자존감도 낮아진다. 현대사회에서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발견되며 노년층도 예외는 아니다. 일본에서는 최근 자신을 제어하지 못하는 ‘폭주노인’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분노조절장애는 범죄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경찰청이 발표한 2016 통계연보에 따르면 강력범죄(상해나 폭행, 폭력 범죄와 방화 등) 40만8036건 중 범행 동기가 우발적이거나 현실에 불만이 있는 ‘분노 범죄’가 35%(14만5754건)에 달했다.

단순히 성격 탓으로 치부하고 넘어가기에는 도를 지나치는 경우가 있고, 자신이 분노조절장애를 겪는지 알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다양한 분노조절장애의 증상과 진단 방법 등을 알아본다. 

◇우울증 등 감정 조절에 어려움 생기면 표출되기도

분노조절장애는 스트레스 상황에 장기간 노출되거나 화가 과도하게 쌓인 것이 잠재돼 있다가 감정을 자극하는 상황이 올 때 폭발하는 특징을 보인다. 마음속에 억누르던 화가 어느 순간 폭발해 병적으로 표출되는 것이다. 

이지원 순천향대 부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사소한 일로 쉽게 짜증을 내고, 화를 참지 못하고 분노를 폭발하거나 폭언이나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분노조절장애에 해당한다”며 “아무에게나 그러지 않고 가족이나 자신보다 약한 상대에게 화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분노가 심해지면 뇌의 교감신경이 잘 조절되지 않아 신체 반응까지 흥분하게 만든다. 이렇게 될 경우 합리적인 생각과 의사결정을 할 수 없게 된다. 

분노조절장애는 다양한 정신의학적 상태와 관련이 있다. 가장 흔한 이유는 우울증과 같이 감정 조절에 어려움이 생기는 경우다. 기분이 우울해지면서 부정적인 생각만 들고 감정 기복이 커져 사소한 일에도 굉장히 예민해지고, 별일도 아닌데 욱하고 화를 낸다.

정영철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우선 분노조절장애가 어떤 원인으로 발생했는지 본인 스스로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며 “원인에 따라 치료법이 달라지는데 뇌에 문제가 있으면 약물치료가, 외부적인 요인 등으로 인해 발생했다면 상담치료가 각각 이뤄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자가진단으로 분노조절장애 확인해

분노조절장애는 환자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만약 자신이나 주변에서 공격적인 언어를 내뱉거나 동물이나 타인에게 물리적 공격성을 나타내는 모습이 3개월 동안 평균 주 2회로 꾸준히 나타날 때는 전문의의 상담이 필요하다. 또 재물을 손상시키거나 동물이나 타인을 다치게 하는 폭발성 행동이 12개월 동안 3회 이상 나타날 때도 상담을 받아야 한다. 

만약 화가 조절되지 않는다거나 욱하는 마음을 다스리기 어렵다고 느껴진다면 분노조절장애 자가진단법 기준(표)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총 12개 항목을 체크했을 때 1~3개가 나오면 ‘어느 정도 충동 조절 가능’, 4~8개는 ‘충동 조절이 조금 어려움’, 9~12개는 ‘전문가와 심리상담 필요’로 분류된다. 

자가진단을 통해 분노 조절이 조금 어려운 단계가 나왔다면 소리 내서 울기, 편지나 일기 쓰기 등을 통해 스스로 감정을 조절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눈물을 흘리면 마음에 안정이 느껴지고, 분노할 때의 감정을 글로 옮기면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어 통제력이 생길 수 있다.

분노조절장애는 약물치료와 상담 치료 등을 통해 환자가 분노를 조절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분노조절장애 때문에 병원을 찾는 사람들은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등의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환자에 따라 적절한 약물을 선택해야 한다. 주로 사용되는 약물로는 SSRI(선택적 세로토닌 억제제)로 뇌 내의 세로토닌 분비를 증가 시켜 공격성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인지행동치료를 통해 분노 성향이나 적개심, 분노 조절, 공격성 등을 줄일 수 있도록 하고, 집단치료나 가족치료 등의 치료를 병행할 수 있다.

이수연 기자 syle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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