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노인회 남양주시지회 등 남성 참여도 높은 경로당 비결…“당구대 설치 후 경로당 남성회원 늘었어요”
대한노인회 남양주시지회 등 남성 참여도 높은 경로당 비결…“당구대 설치 후 경로당 남성회원 늘었어요”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9.12.20 13:25
  • 호수 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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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한노인회 지회들이 저조한 남성 회원들의 경로당 프로그램 참여로 속앓이를 하고 있는 가운데 경기 남양주시지회 등이 거점경로당을 운영하면서 참여율을 높여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남양주 금곡13리펜타리움경로당에서 남성 회원들이 당구를 즐기는 모습.
최근 대한노인회 지회들이 저조한 남성 회원들의 경로당 프로그램 참여로 속앓이를 하고 있는 가운데 경기 남양주시지회 등이 거점경로당을 운영하면서 참여율을 높여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남양주 금곡13리펜타리움경로당에서 남성 회원들이 당구를 즐기는 모습.

남양주시지회, 거점경로당에 다양한 도구 보급… 노인일자리 연계

충북연합회도 칠교놀이 등 교보재 지원해 큰 호응 “지속 개발할 것”

[백세시대=배성호기자] “남성 어르신들이 참여를 안 하셔서 어쩔 수 없이 여성 어르신들 중심으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어요.” (서울 A지회 경로부장)

“화투를 치거나 장기․바둑만 두다 가시지, 함께하는 프로그램은 거의 안하신다고 보면 돼요.”(경기 B지회 경로부장)

A, B지회뿐만 아니라 많은 대한노인회 지회들의 남성회원들의 저조한 프로그램 참여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최근 남성어르신 요리프로그램 등이 대안으로 제시돼 큰 인기를 끌긴 했지만 대부분 일정기간만 운영돼 한계가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연합회와 지회가 마냥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충북연합회와 경기 남양주시지회, 부천시 소사지회 등을 중심으로 남성 어르신 참여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일부 성과를 거두고 있다. 대표적으로 남양주시지회의 경우 남양주시의 재정‧행정적 지원과 협력을 통해 2015년부터 거점경로당(구 ‘테마가 있는 경로당’)을 운영, 남성 어르신들의 프로그램 참여를 늘리고 있다. 거점경로당이란 경로당에 e-스포츠, 당구, 영화상영, 한궁, 슐런 등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남녀 회원들이 자연스럽게 이를 함께 하며 여가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남양주시지회는 2019년 12월 현재 전체 525개 경로당 중 126개소를 거점경로당으로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효과는 수치로도 나타나고 있다. 거점경로당 126개소의 회원 수는 7600여명으로 이중 41%(3100여명)가 남성 회원이다. 반면 나머지 399개소(2만2183명)의 남성 회원수는 전체의 32.7%인 7249명에 머물고 있다. 경로당 별 인원을 50명으로 잡았을 때 거점경로당의 남성 회원이 4명 이상 많은 것이다. 

남양주시지회가 거점경로당을 통해 남성 회원의 참여를 높일 수 있었던 첫 번째 이유는 회원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해준 데 있다. 지난 12월 7일 남양주시 금곡13리펜테리움경로당(이하 금곡경로당)에서는 남성어르신들과, 여성어르신들이 번갈아 가며 당구를 즐기고 있었다. 2016년 거점경로당으로 등록된 후 당구대와 e-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게임기 등을 지원받은 금곡경로당은 여성 회원 중심에서 남녀가 함께 어울리는 경로당으로 탈바꿈했다. 

다만 단순히 도구만 들여놓는다고 무조건 잘 되는 것은 아니다. 주도적으로 회원들을 다독여 도구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타 지회에서 이를 벤치마킹하기도 했지만 실패로 끝난 사례도 많다.

남양주시지회는 노인재능나눔활동지원사업을 연계해 참여도를 배가시켰다. 당구치는 법이나 e-스포츠를 활용할 수 있는 강사를 선발해 해당 경로당에 배치, 이들로 하여금 프로그램을 운영하도록 맡긴 것이다.

금곡경로당은 수준급(4구 당구 250점)의 실력을 보유한 정택조 회장이 재능나눔 강사로 활동하며 남성회원들의 참여를 독려했다. 후에 준프로(4구 당구 1000점) 실력을 가진, 체육교사 출신 김명학 어르신이 회원으로 참여한 뒤에는 여성 어르신들에게도 당구를 가르치면서 남녀가 함께 즐기는 프로그램으로 발전했다. 김 어르신은 매주 월‧수‧금요일 남성과 여성 회원에게 당구를 가르쳤고 여성 회원들을 1년 만에 100점까지 치는 실력으로 만들었다. 게임기를 활용해 볼링 등을 치는 e-스포츠 역시 정택조 회장 주도하에 매주 3차례 이상 남녀가 함께 즐기는 운동으로 자리잡았다. 

단순히 당구와 e-스포츠를 즐기는 데만 그치지 않고 그간 따로 놀았던 남녀회원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가 형성됐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거점경로당이 된 이후 자연스럽게 노래교실, 체조 등 여성어르신 중심 프로그램에도 남성어르신들이 대거 참여하기 시작했다.   

정택조 회장은 “남양주시와 남양주시지회에서 지원받은 다양한 도구를 남녀가 함께 즐기면서 분위기가 좋아졌고 그 결과 경로당이 활기차진 것 같다”고 말했다.   

충북연합회도 행복리더 사업을 하면서 치매예방 교구를 제작, 보급했는데 이를 통해 남성어르신들의 참여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그간 경로당에서 즐길거리가 없던 남성어르신들이 칠교놀이 등을 하면서 새로운 재미를 깨달았고 이로 인해 경로당에서 진행하는 타 프로그램에도 하나둘 관심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이에 충북연합회는 향후 다양한 도구를 개발 지원해 남성 어르신 참여를 늘려나갈 계획이다.

엄영숙 충북연합회 경로당광역지원센터장은 “그간 경로당에는 남성 회원들의 관심을 끌 교구나 도구가 부족했던 것이 현실”이라면서 “치매예방 외에도 어르신들이 감탄사를 내뱉으며 신선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교보재를 개발해 보급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노인회 관계자들은 남녀 회원을 함께 아우를 수 있는 경로당 리더를 발굴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좋은 도구와 강사가 있어도 경로당 회장이 무관심하면 지속성을 갖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남양주시 덕소16리경로당이 이를 잘 보여준 사례다. 거점경로당 중 영화 보는 경로당으로 운영 중인 이곳은 김점선 회장의 헌신으로 올해 8명을 포함, 빠르게 남성 회원이 늘고 있다. 

장기‧바둑을 두지 않는 남성 회원들이 경로당에 별다른 흥미를 보이지 못하고 방황하다 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 김 회장은 참여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다. 회원의 의견을 수렴해 영화를 선정한 후 발품을 팔아 DVD를 구매했다. 또 틈틈이 자체 노래교실을 운영해 남성회원들의 참여를 늘렸다. 경로당은 큰 편이 아니지만 매일 40명 이상 오가고 그 중 절반 가까이가 남성 회원일 정로로 활성화돼 있다. 회장의 주도하에 남녀가 함께 어울리는 분위기가 형성돼 경로당 프로그램에도 남성 회원이 자연스럽게 참여하고 있다.

김 회장은 “회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하고 경로당에서 웃고 즐기고 행복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면 남자든 여자든 자연스럽게 오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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