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고궁박물관 ‘청 황실의 아침, 심양 고궁’ 전…왕의 칼‧의복 등 청나라 건국 초기 유물 한국 나들이
국립고궁박물관 ‘청 황실의 아침, 심양 고궁’ 전…왕의 칼‧의복 등 청나라 건국 초기 유물 한국 나들이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9.12.20 14:33
  • 호수 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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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르하치 시보’, ‘순금 휴대용 향로’ 등 중국 국보급 문화재 120점 선봬
8개의 깃발로 행정‧군사조직 다룬 팔기제도, 황색 비단 갑옷 등 눈길
이번 전시에서는 병자호란을 일으켜 조선에 삼전도의 굴욕이라는 수모를 안겼던 청나라의 초기 수도 심양과 황실의 다양한 면모를 소개한다. 사진은 관람객들이 전시장에 소개된 황룡포를 구경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번 전시에서는 병자호란을 일으켜 조선에 삼전도의 굴욕이라는 수모를 안겼던 청나라의 초기 수도 심양과 황실의 다양한 면모를 소개한다. 사진은 관람객들이 전시장에 소개된 황룡포를 구경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백세시대=배성호기자] 병자호란이 삼전도의 굴욕으로 막을 내리면서 소현세자와 봉림대군이 청나라에 볼모로 끌려간다. 소현세자는 약 8년간 심양이란 곳에 머물렀는데 1644년 1월 20일부터 8월 18일까지 있었던 일을 일기로 기록했다. 국립고궁박물관에 전시돼 있는 ‘심양일기’는 각 날짜별 날씨와 일상의 동정, 본국과의 연락, 수행한 신하들의 동향 등이 담겨 있다. 그리고 이 심양일기 전시실 건너편에 심양에서 온 유물을 소개하는 전시가 열려 화제를 모으고 있다.

중국을 정복하고 300년간 통치한 청나라 황실의 내면을 살펴볼 수 있는 특별전이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 내년 3월 1일까지 진행되는 ‘청 황실의 아침, 심양 고궁’ 전에서는 후금(청)을 건립한 태조 누르하치와 태종 홍타이지의 칼과 일상복, 그리고 ‘누르하치 시보’(죽은 후 생전 업적을 기리며 올린 호칭인 시호를 새긴 인장), ‘순금 휴대용 향로’ 등 국가 1급 문물(우리나라의 국보급 유물에 해당) 등 120여점의 문화재를 소개한다. 

중국 동북지역 랴오닝성에 있는 심양(瀋陽)은 1625년 청나라 태조 누르하치가 랴오양(遼陽)에서 이곳으로 근거지를 옮기면서 후금(後金, 1616~1636)의 첫 번째 수도가 됐다. 이후 심양은 ‘성경(盛京)’으로 격상됐고 1636년, 청 태종 홍타이지(皇太極)가 국호를 청(淸)으로 바꾸고 1644년 명나라의 중요한 군사적 요충지인 산해관(山海關) 전투에서 승리한 후 베이징으로 천도한 후에는 청나라의 제2 수도가 됐다.

이러한 청의 흔적을 담고 있는 심양 고궁은 역사·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아 2004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으며, 심양 중심부에 있는 심양고궁박물원은 베이징 고궁과 함께 현재까지 전해지는 가장 온전한 중국 황실 궁궐 중의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청 황실이 시작된 곳이며 청나라 초기 황제들의 초심을 담고 있는 심양 고궁의 건축적인 면모와 함께 심양 고궁에서 귀중히 간직해온 정교하고 수준 높은 청 황실의 유물을 소개한다. 

먼저 1부 ‘후금, 일어나다’에서는 만주족의 기원과 함께 청 태조 누르하치가 13벌의 갑옷으로 군사를 일으켜 후금을 건국하고 팔기제도(八旗制度)를 수립하는 등 청나라 건국의 발판을 마련한 이야기를 소개한다. 

여기서 팔기제도는 행정‧군사조직을 여덟 개의 깃발로 조직해 다스렸던 청나라 특유의 제도이다. 무리 사냥을 하던 만주족의 전통을 반영한 것으로 청나라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팔기제도에 따라 백성들은 각 기에 소속돼 평상시에는 행정과 생산을 위한 업무를 하다가 유사 시에는 청나라 정예군인 팔기군의 병사로서 전쟁에 나섰다. 초기에는 정황(正黃), 정백(正白), 정홍(正紅), 정람(正藍)의 4색 깃발로 구성되었다가 영토와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양황(鑲黃), 양백(鑲白), 양홍(鑲紅), 양람(鑲藍)의 4기가 추가됐다. 전시에서는 각 깃발과 깃발별 갑옷을 전시해 팔기제도를 입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2부 ‘청나라의 발흥지’에서는 누르하치의 심양 고궁 건설과 홍타이지의 주도로 심양 고궁이 황궁으로서 기틀을 갖추게 되는 과정을 살펴본다. 특히 청나라 초기 황제 관련 유물이 소개되며 중국 국가 1급 문물로 지정된 ‘누르하치 시보’와 ‘홍타이지의 칼’이 주목할 만하다. 

이어지는 ‘제왕의 기상’에서는 베이징 천도 이후 청나라 황제들이 심양의 선조(先祖) 능으로 순행(巡行)을 오게 되면서 심양 고궁으로 유입된 황제의 기물(器物)과 황제의 공간에서 사용했던 예기(禮器), 의복, 악기 등을 감상할 수 있다. 국가 1급 문물이기도 한 황룡포, 건륭제가 착용한 황색 비단 갑옷과 투구 등이 특히 눈길을 끈다. 

이외에도 궁궐에서 호화로운 일상을 누렸던 청나라 황후와 비의 복식, 취향이 반영된 생활용품과 여러 보석으로 장식된 장신구, 황실 전용 물품을 제작했던 전문 작업장에서 만든 식기와 장식품, 황실에서 소장했던 회화들이 소개된다. 

청 황실은 처음엔 제왕의 미덕으로 무력을 강조했지만 나중엔 문무를 동시에 겸비하는 것을 높이 샀다. 전시에서는 이를 뒷받침하는 건륭제의 시를 새긴 묵옥책과 각종 필통‧벼루‧붓걸이 등 문방구류 등을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서양 선교사의 잦은 내왕을 보여주는 18세기 영국에서 제작된 탑 모양 도금 시계도 전시돼 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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