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 2020년 ‘백세시대’의 제안 ‘세대 갈등을 넘어 세대 공존으로’
[신년특집] 2020년 ‘백세시대’의 제안 ‘세대 갈등을 넘어 세대 공존으로’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9.12.27 13:28
  • 호수 7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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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와 경제 불황으로 세대 갈등이 사회 문제로 떠오르는 가운데 함께 일하거나, 서로의 지식을 전수해주는 방식으로 세대 공존을 추구하는 사업들이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문화로청춘 ‘어르신&협력프로젝트’에 참여한 어르신과 청년들이 함께 만든 음식을 나눠 먹는 모습.
고령화와 경제 불황으로 세대 갈등이 사회 문제로 떠오르는 가운데 함께 일하거나, 서로의 지식을 전수해주는 방식으로 세대 공존을 추구하는 사업들이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문화로청춘 ‘어르신&협력프로젝트’에 참여한 어르신과 청년들이 함께 만든 음식을 나눠 먹는 모습.

청년의 촬영기술, 어르신의 스토리 합치니 수준급 영화 ‘마당’ 탄생

어르신‧청년 함께 일하는 카페 성업… 식품 명인 어르신 기술 전수도

[백세시대=배성호기자] 지난 11월 서울 노원노인종합복지관에서는 35분 분량의 단편영화 ‘마당’의 시사회가 열렸다. 노원구에 거주하는 권준희, 박숙희, 박창영 등 7명의 어르신들이 어린 시절 마당과 얽힌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낸 작품이다.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어르신들이 그 당시 추억을 재현하는 내용을 담으며 잔잔한 감동을 선사했다. 특히 아마추어의 작품이라고 볼 수 없는 높은 완성도가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전문 촬영기술을 갖춘 젊은 세대와 다양한 이야기를 가진 어르신 세대가 함께 만든 작품이어서 가능했던 것이다. 제작에 참여한 권준희 어르신은 “촬영이 능숙한 청년들과 우여곡절을 경험한 노인들의 소통으로 탄생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세계적으로 고령화가 빨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노인으로 대표되는 구세대와 청년들로 구성된 신세대 간 세대 갈등이 주요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에선 지하철 무임승차와 일자리 문제 등 세대 갈등이 다양하게 나타나는 가운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세대의 공감과 공존을 위한 다각적인 시도가 나와 주목받고 있다. 백세시대는 2020년 ‘세대갈등을 넘어 세대공존으로’ 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우리사회의 다양한 노력과 시도를 집중 소개하고자 한다. 

기존에도 독거노인의 집에 대학생이 하숙할 수 있도록 리모델링 등을 지원하는 룸쉐어링(주거공유) 사업이 진행되기도 했다. 대학생들은 시세보다 싼 값에 하숙을 할 수 있고 수입이 없는 독거노인은 임대료를 받는 효과가 있어 서울 노원구를 비롯 여러 지자체에서 잇달아 도입했다. 하지만 세대 차이를 넘어서지 못해 참여 노인과 학생들이 점차 줄면서 아예 사업을 접는 곳도 발생하는 등 주춤한 상태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혼자 사는 게 익숙해진 노인과 조부모와 살아 본 적 없는 대학생이 한 집에서 어울리지 못하는 사례가 많았고, 점차 신청자가 줄면서 사업을 접게 됐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인과 청년이 함께 일하는 일자리가 생겨나는 등 공존을 위한 새로운 시도들이 계속 등장하고 있다. 지표가 개선되긴 했지만 아직도 많은 청년들이 취업난에 시달리고 있고 노후 준비를 충분히 못한 노인들 역시 일자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노인일자리가 늘면서 청년들의 일자리를 빼앗는 것 아니냐며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지난 달 문을 연 경기 포천의 ‘카페 하모니’와 서울 성북 ‘더 스토리’ 등은 노인과 청년이 함께 일하는 일자리여서 눈길을 끈다.

◇청년 매니저와 어르신 바리스타

‘카페 하모니’는 바리스타 청년 매니저와 16명의 어르신이 함께 일하는 카페로 어르신은 하루 3시간씩 순번제로 근무한다. 청년 매니저가 매장 관리를 맡고 어르신이 음료를 제조한다. 아메리카노, 카페라테, 유자차 등 각종 음료가 시중가보다 20 ∼30% 저렴해 가격 경쟁력도 있다. ‘더 스토리’ 역시 청년 1명과 노인 3명이 참여하는 카페로 청년은 음료 제조와 재고 관리 등 카페 운영에 관한 전반적인 업무를 담당하고 노인들은 고객 응대와 매장 위생관리 등 꼼꼼한 손길이 필요한 분야에서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카페 하모니에서는 청년과 노인의 일자리 갈등이란 찾아볼 수가 없다.

카페 하모니에서 근무하는 김숙자 어르신은 “청년이 잘하는 것과 노인이 잘하는 것이 있는데 이를 잘 조화시켜 누구나 오고 싶은 카페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식품명인 노하우 젊은이에게 전수

지난해 8월부터 4개월간 어르신들이 가진 지혜를 청년들에게 전수해 세대 공존을 추구하는 시도도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후원한 ‘식품 숙련기술 대물림 교육’을 통해 국내 식품명인 6명이 국떡, 한과, 부각, 음청류 등 4개 분야를 대상으로 조리 노하우를 1대 1로 대물림해주고 있다. 호남대 외식조리과학과가 진행한 교육에서는 육포 명인 임화자, 남도의례 음식장 최영자·이애섭·민경숙, 부각 명인 오희숙씨 등 음식 대가 6명이 직접 기술을 전수했다. 또 하상용 전 빅마트 대표와 안향숙 창업전략성장연구소 대표 등은 창업의 길라잡이 역할을 했다. 수강생 대부분은 40세 미만으로, 20대 초반 도시농부에서 조리 전공 대학생, 중년 주부까지 다양하다.

무형문화재 17호이기도 한 민경숙 명인은 “명인은 레시피를 남긴다는 신념으로 교육에 참여했”며 “다들 열정적으로 배우고 잘 따라와 줘서 고맙고 뿌듯하다”고 말했다. 

기술을 물려받은 김진수 씨는 “전통 한식을 기반으로 한 양식으로 가게를 내고 싶었는데 명인들의 기술을 배우면서 한층 자신감과 목표의식이 생긴 것 같아 좋았다”고 밝혔다.

반대로 ‘두드림퀵’의 사례는 청년이 가진 능력이 어르신들에게 긍정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두드림퀵은 지난 5월 시작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으로 노인 지하철 택배 플랫폼이다. 서울대학교 사회공헌 경영학회 ‘인액터스’의 프로젝트 중 하나로 대학생들이 기업가 정신을 활용해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자 시작했다. 기존 지하철택배는 건당 20~30%의 수수료를 떼지만 두드림퀵은 전액 어르신들이 가져갈 수 있도록 했다. 

서울 관악시니어클럽, 광진시니어클럽, 송파시니어클럽, 우리마포시니어클럽은 두드림퀵과 업무 협약을 맺었고 현재 노인 택배원 5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주문지와 가장 가까운 시니어클럽의 택배원을 배정함으로써 더욱 신속하고 효율적인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제휴 시니어클럽과 택배원을 점차 확장할 예정이다. 

또한 ‘어르신&협력프로젝트’를 통해선 어르신과 청년이 함께 문화를 즐길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문화원연합회에서 어르신을 대상으로 한 문화프로그램인 ‘문화로 청춘’ 사업으로 지난해에는 서울 노원구, 충북 옥천군 등에서 25개 프로그램이 운영됐다. 대표적으로 옥천문화원에서는 옥천군 이원면 어르신과 청년이 함께 인터넷 방송 활동과 신문 제작을 진행해 호평 받았다. 어르신들이 지역 청년과 함께 두 달에 한 차례 영상과 신문 등을 제작하며 자연스럽게 유튜브 등 새로운 미디어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장재원 씨는 “이번 활동으로 어르신들이 유명한 미디어들을 접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라며 “사업 종료 후에도 마을 어르신들과 소통이 유지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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