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슈가맨’ 양준일의 비상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슈가맨’ 양준일의 비상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9.12.27 13:59
  • 호수 7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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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스토 로드리게즈. 1942년 미국 미시건주에서 히스패닉계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대학교에서 철학을 공부한 뒤에 노동자로서 사회생활을 시작한다. 취미로 술집에서 노래를 하곤 했는데 한 음반사 관계자의 눈에 띄어 1970년에 두 장의 앨범을 발표한다. 하지만 앨범은 고작 6장을 판매하는데 그쳤고 로드리게즈 역시 가수 활동을 접고 건설 노동자로서의 삶을 살아간다. 그렇게 40년이 흐른 어느 날 그의 앞에 낯선 사람들이 나타난다. 이들은 그가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남아공에서는 슈퍼스타로 떠올랐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로드리게즈는 결국 70대가 돼서 다시 통기타를 들게 됐고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이 거짓말 같은 과정은 2012년에 공개된 다큐멘터리 ‘서칭 포 슈가맨’에 고스란히 담겼고 전 세계에 신선한 감동을 선사했다. 

최근 국내에서도 ‘슈가맨’ 로드리게즈와 비교되는 인물이 한명 등장했다. 바로 1990년대 초반 활동했던 양준일(51)이다. 어린 시절 미국으로 이민을 간 재미교포였던 그는 20대 초반 한국으로 돌아와 뉴 잭 스윙이란 생소한 장르의 음악을 선보여 주목받았다. 당시만 해도 아직 트로트가 득세하던 시기였기에 자유분방한 옷차림과 함께 마이클 잭슨을 연상시키는 춤사위를 선보인 그의 무대는 충격적이었다. 하지만 그는 당시 재미교포에게 부정적이었던 방송가와 사회의 시선을 감내해야 했고 비자발급 거부 등 차별까지 받아 가수 활동을 접어야 했다. 

그러다 지난해 초 유튜브를 통해 양준일은 재발견된다. 현재 국내 가요계의 상징이기도 한 가수 ‘GD’를 빼닮은 외모로 큰 주목을 받았고 지금에 와서 다시 봐도 세련된 무대가 ‘시대를 앞서갔다’는 평을 받으며 유튜브 스타로 급부상 한 것이다. 다만 이미 미국으로 돌아간 그의 소식을 국내에서 아는 이들은 없었다. 

공교롭게도 그를 되찾은 것은 ‘서칭 포 슈가맨’에서 힌트를 얻어 만든 JTBC 음악예능 ‘투유 프로젝트 - 슈가맨’에서였다. 우여곡절을 겪다 미국에서 웨이터로 살고 있었던 그는 ‘슈가맨’에서 여전히 세련된 무대를 선보였다. 방송 이후 미국으로 돌아갔지만 인기가 더 높아지면서 최근 다시 한국 가요계로 복귀를 노리고 있다. 

100세시대라고는 하지만 우리 사회는 사실상 40대 이후 한 번 미끄러지면 재기하기 힘든 구조다. 이런 현실에서 지천명을 넘긴 양준일이 젊은 사람들에게 통할 수 있다는 것은 굉장히 큰 의미로 다가온다. 양준일 열풍이 단발성으로 끝나지 않고 오랫동안 지속돼 50대 가수도 얼마든지 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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