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금요칼럼] 희망이 안 보여도 희망을 품자
[백세시대 / 금요칼럼] 희망이 안 보여도 희망을 품자
  • 김동배 연세대 사회복지대학원 명예교수
  • 승인 2019.12.27 14:13
  • 호수 7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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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나라가 어디로 가는지

오리무중인데 동문서답만

불확실과 불안에 짜증나더라도

많이 걷고 크게 웃고 기도하며

어르신들, 평정심 유지하시길

내 기억에 남아있는 우리나라의 국가적 재난 몇 가지는 아직도 아찔하고 가슴 아프다. 

먼저 생각나는 것은 1995년 6월 서울 서초동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이다. 502명의 사망자, 937명의 부상자, 그리고 6명의 실종자가 발생했다. 사고 수개월 전부터 균열 등 건물 붕괴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으나 형식적인 보수공사만 했을 뿐이다. 이 사고는 설계, 시공, 유지관리의 부실에 따른 예고된 참사였다. 한국전쟁 이후 가장 큰 대형 참사로 기록되고 있는 이 사고는 그 1년 전 32명의 생명을 빼앗아간 서울 성수대교 붕괴 사고와 함께 우리 사회의 급속한 산업화 폐해와 안전불감증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고, 시민 생활에서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각성을 강하게 촉구한 사건이었다.  

그다음은 1997년 11월 IMF 금융위기이다. 국가가 가진 외환이 급속히 줄어들어 매우 불리한 조건으로 IMF에 돈을 빌린 사건이다. 우리 사회 전체를 뒤흔들면서 많은 기업이 문을 닫았고, 우량기업이 헐값으로 외국 자본가들의 손으로 넘어갔고, 실업자와 비정규직 근로자가 속출하는 등 경제가 크게 위축되었다. 하지만 정부와 국민들은 ‘금 모으기 운동’ 등을 통해 의연하게 대처하면서 예상보다 빨리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국가부도 사태를 막은 국민들은 나라 사랑의 저력을 과시했다는 점에서 스스로 감동하였다. 국민들이 똘똘 뭉치면 어떤 역경도 극복할 수 있다는 신화를 쓴 것이었다.    

최근의 일로는 2014년 4월 전남 진도 인근 해상에서 승객 304명이 사망·실종된 세월호 침몰 사고이다. 이 사고는 특히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난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 2학년 학생들이 탑승해 어린 학생들의 피해가 커서 더욱 마음을 아프게 했다. 진상규명과 피해 보상을 위한 특별법과 특별조사위원회가 만들어지는 등 국가적인 수습책을 강구했으나 정부의 미온적인 대응은 결국 정권의 몰락을 초래하였다. 이 사고는 국가란 무엇이고 정부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원론적인 질문을 하게 하였고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위정자의 책임이 막중함을 일깨워준 사건이었다.  

이 사고들은 사회적으로 엄청난 충격과 비극을 낳았지만 한편 이것들을 반면교사로 삼아 우리 사회는 한 단계 발전하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잘 산다는 것은 경제적 부의 축적만이 아니라 질서, 안전, 규칙 같은 것을 잘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고 국민들이 단합하면 우리도 일류국가를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즉, 문제는 많이 있었지만 그래도 나라는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데 국민들이 동의하고 지지하였다. 

지금까지 국민들은 ‘자기 행동을 법의 테두리 안에서 자유롭게 정하되 그에 대해 책임을 진다’라는 원칙에 입각해 살아왔다. 대한민국에 사는 보통 사람에게 삶의 키워드가 있다면 그것은 ‘자유’와 ‘책임’인 것이다. 개인이 속한 가정과 단체에 그런 원칙을 요구하고 정부도 그 원칙에 따라 정책을 펼쳐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런데 문(文) 정부가 들어선 이후 그런 믿음과 기대가 깨지고 말았다. 건물이 붕괴되고 경제가 무너지고 배가 뒤집히는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총체적 부실과 그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 것에 국민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국체(國體)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도대체 나라를 어디로 이끌고 가려는지 오리무중인 점이다. 올바른 방향이 아닌 것 같다고 국민들이 의문을 제기해도 무응답이거나 동문서답만 내놓을 뿐이다. 정책 각 부문에 국민들이 수긍할만한 타당성도 없고 조령모개하여 국민의 불안을 가중시킨다. 정책 추진에 있어서 전문가의 의견보다 대통령의 개인적 신념이나 유사한 사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편향된 견해를 일방통행으로 밀고 나간다. 선거철이 다가오니 표를 얻을 속셈인지 포퓰리즘이 뻔한 정책을 마구 쏟아놓는다. 실정을 미화하고 국민을 현혹시키려는 것은 아닌지 고개가 갸우뚱해지는데 정부는 아니라고 말한다. 가짜 뉴스 같은 게 난무하여 도대체 갈피를 잡을 수 없다. 실망된 기업은 불확실한 국내보다 외국에 투자하고, 안전을 염려하는 개인은 나라를 등지고 외국에 이민 가려는 경향이 높아진다는 보도가 국민들 사이에 우울을 자아낸다. 양보하고 타협해서 문 정부가 내세우는 ‘포용 사회’로 가는 게 아니라 사회 전반에 갈등과 분열로 짜증만 일으킨다. 국민을 이렇게 극단으로 몰아 흑 아니면 백을 강요하여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시대는 과거에 없었던 것 같다. 도대체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의 종착지는 어디인가? 

그러나 이러한 불확실과 불안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은 좌절과 분노가 아니라 희망을 얘기하는 나라가 되어야 하겠다. 이 나라가 어떻게 만들어진 나라인가? 어르신들은 새해 경자년엔 나라가 주는 스트레스에 눌려 있지만 말고 “결국 정의가 승리할 거야!” 하면서 평정심을 회복하는 비법(?)을 찾아야 하겠다. 이럴 때 건강마저 잃으면 정말 큰일이기 때문이다.

첫째, 많이 걷자, 걷는 것은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유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둘째, 크게 웃자. 별 일 아니어도 크게 웃자. 때로 허리가 꺾어지고 땀이 날 정도로 웃으면 모든 스트레스가 사라진다. 셋째, 기도하자. 명상도 좋고 묵상도 좋다. 나라를 위해, 그리고 나의 노년생활을 위해 기도하면 불안하고 짜증나는 일도 긍정적인 생각으로 바뀔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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