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 트렌드 전망서 통해 본 2020년…신중년 ‘오팔세대’ 뜨고, 느슨해진 관계 선호한다
[신년특집] 트렌드 전망서 통해 본 2020년…신중년 ‘오팔세대’ 뜨고, 느슨해진 관계 선호한다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9.12.27 14:33
  • 호수 7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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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년생 베이비부머로 대표되는 신중년층, 사회‧문화 큰손으로 성장

전통적인 인간관계보다는 특정 목적 가지고 모이는 살롱 문화 확산

[백세시대=배성호기자] 서울 강남구에 사는 ‘1958년생’ 김철호 씨는 부동산 투자에 성공하며 앞선 세대보다 풍족한 노후 자금을 가지고 은퇴했다. 그는 최근 관심을 갖기 시작한 가수 송가인의 콘서트 및 각종 ‘굿즈’(연예인 관련 상품)를 구입하는데 아낌없이 지갑을 연다. 그러면서도 우리나라와 관계가 껄끄러워진 일본 제품 불매에 참여하고, 끈끈한 동창회 모임보다는 느슨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독서클럽에 더 많이 참석하고 있다. 물론 여기에 등장하는 김 씨는 허구의 인물이다. 매년 발간되는 트렌드(시대흐름) 전망서들이 예측한 2020년의 모습을 토대로 구성한 것이다.

김난도 교수의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 성공에 힘입어 매년 트렌드를 ‘예측’하는 전망서들이 쏟아져 나온다. 전망서들은 ‘욜로’ 열풍과 ‘나나랜드’, ‘뉴트로’ 현상 등을 예측하기도 했지만 때로는 헛다리짚기도 한다. 그렇다면 트렌드 전망서들은 2020년을 어떻게 내다볼까. 책들을 살펴보면 ‘오팔세대’의 부상, ‘새로운 관계’의 확산, ‘착한소비’ 등이 공통적으로 눈에 띈다. 

먼저 ‘오팔세대’는 김난도 교수 등이 집필한 ‘트렌드 코리아 2020’에서 제시한 개념으로 베이비붐 세대를 대표하는 ‘58년 개띠’의 ‘58’을 의미하는 동시에 자신을 위해 아낌없이 소비하고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세대라는 뜻의 ‘Old People with Active Life’(OPAL)의 앞 글자를 딴 것이다. 즉, 활기차게 노년을 살아가는 신중년층을 의미한다. 이들은 기존 시니어들처럼 노인복지관과 경로당을 중심으로 노후를 보내지 않는다. 컴퓨터 등 IT 기기에도 친숙해 이를 바탕으로 유튜브·인스타그램 등을 즐기며 현실에 안주하기 보다는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경향이 강하다. 

독서모임 등 ‘살롱 문화’ 부상

퇴직 후에도 새로운 일자리에 도전하고, 활발한 여가 생활을 즐기는 등 기존 노인과 다른 소비 트렌드를 형성한다. 젊은이들의 취향과도 비교되는 자신들만의 콘텐츠를 구축하면서 업계의 판도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자금력을 바탕으로 2018년 ‘보헤미언 랩소디’, 2019년 ‘내일은 미스트롯’ 열풍의 진원지이기도 할 만큼 문화콘텐츠 산업에도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미 우리나라에는 가족과 친척 등 전통적 관계가 느슨해지고, 과거에는 없었던 새로운 관계가 생겨나고 있는데 전망서들은 올해에는 이런 트렌드에 더 속도가 붙고 사회적 변화도 이끌어낼 것으로 보고 있다. ‘살롱 문화’ 사례가 대표적이다. 여기서 살롱은 ‘개인의 취향에 따라 선택적으로 맺을 수 있는 관계’를 의미한다. 기존 동창회, 동문회, 향우회, 사우회 등 학연, 지연 만들어진 모임은 점차 힘을 잃어가고 개인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목적으로 결성된 모임이 강세를 보인다는 것이다.

수십 만원씩 회비를 내고 참여하는 독서모임 플랫폼 ‘트레바리’, 운동 목적, 거주 지역 등 본인이 선호하는 조건을 설정하면 남녀 최대 8명씩 16명을 한 그룹으로 팀을 묶어 일종의 운동 동아리를 만들어주는 플랫폼 ‘버핏서울’, 취향을 공유하는 유료 회원제 사교 클럽 ‘문토’(토론클럽) 등 비슷한 취향을 가진 이들끼리 모이는 느슨한 모임이 대세로 떠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책은 “사람들은 이제 막연한 교류나 친목을 목적으로 타인과 만나지 않고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서로의 취향을 존중하는 인간관계를 지향한다”고 설명했다.

식기세척기 등 편의제품 인기

‘착한 소비’ 역시 주목할 만한 현상이다. ‘착한 소비’는 개인이 무언가를 구매할 때, 타인과 사회에 미치는 선한 영향력을 고려한다는 것이다.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서스펜디드 커피 운동’(커피값에 불우이웃을 위한 비용을 추가 지불)의 확산과 동물실험을 하지 않은 브랜드의 제품을 소비하고 갑질이나 성차별에 불매운동으로 대응하는 흐름이 여기에 해당한다. 

‘편리한 것이 곧 프리미엄이다’라는 의미의 ‘편리미엄’(편리함+프리미엄) 역시 주목받는 현상이다. 이는 가전업계에서 이미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미세먼지 기승으로 의류건조기, 의류관리기, 공기청정기 등이 신가전으로 주목 받은데 이어 식기세척기, 로봇청소기가 재조명받고 있다. 가사노동 단계를 최소화 해주고, 신가전의 편리함을 경험한 사용자들을 중심으로 시장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본다. 식품업계에서도 요리를 손쉽게 도와주는 동시에 맛과 품질까지 전문점 요리로 업그레이드 해주는 ‘쿡킷’ 같은 편리미엄 제품들이 급부상하고 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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