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IT 교육 해법으로 주목받는 ‘노노교육’
어르신 IT 교육 해법으로 주목받는 ‘노노교육’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0.01.03 14:22
  • 호수 7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어려운 내용도 동년배가 알려주니 이해가 잘돼요”
최근 노인IT교육 분야에서 어르신 강사를 배치해 눈높이를 맞춘 교육을 진행, 효과를 보며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SK텔레콤에서 운영하는 스마트폰 교실에서 한 어르신 강사(왼쪽)가 또래 노인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하는 모습.
최근 노인IT교육 분야에서 어르신 강사를 배치해 눈높이를 맞춘 교육을 진행, 효과를 보며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SK텔레콤에서 운영하는 스마트폰 교실에서 한 어르신 강사(왼쪽)가 또래 노인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하는 모습.

노인복지관 등 스마트폰 교육 수료생 중 우수자 선발해 강사 활용

영어 모르고 터치 방식이 낯선 어르신 눈높이에 맞게 설명해 효과

[백세시대=배성호기자] 지난 12월 30일 서울 은평구 은평노인종합복지관에서는 어르신을 대상으로 한 포토샵 수업이 진행됐다. 평균 연령이 70대인 학생들은 강사의 지도 아래 각종 건강 정보가 담긴 이색 카드를 만들고 있었다. 그런데 이들을 지도하는 강사의 모습이 색달랐다. 백발이 성성한, 팔순을 앞둔 윤동철(79) 어르신이었던 것이다. 그의 지도 아래 학생들은 청와대 공식홈페이지에도 등장했던 ‘어르신짤’을 만들어 나갔다. 수강생인 이희순 어르신은 “클릭도 제대로 못했는데 윤 강사님이 같은 설명을 두 번, 세 번 반복하며 상세하게 알려줘 포토샵의 재미를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 오픈뱅크의 출현과 무인주문기 보급 등 IT가 사회 전 분야로 빠르게 확산되면서 어르신을 대상으로 한 관련 교육이 중요해진 가운데 어르신 강사가 어르신들을 가르치는 일명 ‘노노교육’이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스마트폰 교육 등 어르신을 대상으로 한 IT교육은 그간 꾸준히 진행돼 왔다. 다만 젊은 사람들의 입장에서 가르치다 보니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포기하는 어르신들이 많은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젊은 사람의 시각이 아닌 나이 들어서 IT 기술을 습득한 노인들이 동년배의 시각에서 가르치면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지역미디어센터와 노인복지관 등에서 양성 중인 시니어 스마트폰 강사가 대표적이다. 서울 중랑구 신내노인종합복지관은 지난해부터 ‘시니어IT봉사단’을 운영하고 있다. 복지관에서 운영 중인 스마트폰 교육 수료생으로 구성된 일종의 도우미로 전문 강사의 수업을 보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봉사단은 나이 들어 첨단 기기를 접하는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아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쉽게 익힐 수 있는 법을 소개해 수강생들의 지지를 얻고 있다. 어르신 스마트폰 교육에서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가 바로 영어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경우 앱을 설치하려면 반드시 플레이스토어 앱에 접속해야 하는데 화면상에 ‘play스토어’라고 표기돼 있어 노인들이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

봉사단원인 김정희(79) 어르신은 “80대 전후 어르신들은 영어를 배우거나 사용할 기회가 많지 않았던 터라 알파벳을 읽을 수 없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봉사단은 이런 노인들의 사정을 감안해 최대한 ‘직관적’으로 설명한다. 앱의 경우 제각기 아이콘의 생김새가 다른데 이를 활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플레이스토어는 ‘재생버튼(▶)’과 닮았는데 이를 활용해 “비디오를 틀 때 재생 버튼을 누르듯이, 스마트폰에서 세모 버튼을 찾아 터치하면 앱들을 살 수 있는 ‘가게’가 나온다”는 식으로 맞춤형 교육을 한다. 

또 어르신들은 ‘버튼’ 방식에 익숙해 ‘터치’ 방식을 받아들이는데도 힘들어 한다. 예를 들어 홈화면에서 터치를 오래하면 위젯(바로가기) 옵션으로 넘어갈 수 있는데, 왜 빈 화면을 꾹 누르고 있어야 하는지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다. 봉사단원은 이런 점을 감안해 어르신들이 서툴러도 다그치지 않고 스스로 깨우칠 수 있도록 옆에서 차근차근 알려주면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수업에 참여한 강선옥(75) 어르신은 “그간 스마트폰으로 전화랑 문자메시지만 보내는 게 전부였는데 복지관에서 봉사단원들이 하나하나 친절히 알려준 덕분에 연하장도 만들어 보내게 됐다”고 말했다.

젊은 사람들도 쉽게 하기 어려운 포토샵 교육에서도 어르신이 강사로 나선 곳도 있다. 은평노인종합복지관 윤동철 어르신의 지도 아래 매주 두 차례 어르신 대상 포토샵 강좌를 운영하고 있다. 윤 어르신은 은퇴 후 서울시립대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컴퓨터 활용 기술을 익혔다. 이때 자신이 어떤 어려움을 느꼈고 어떻게 재미를 알게 됐는지를 바탕으로 10여 년 전부터 포토샵 강사로 나섰고, 눈높이 교육을 통해 수백 명에 달하는 어르신들의 컴퓨터 활용 능력을 키워줬다.   

윤동철 어르신은 “직접 만든 이미지를 친구들이나 손주들에게 전송하고 뿌듯해하는 동년배 학생들을 보며 보람을 느낀다”며 “보다 많은 어르신들이 컴퓨터를 두려워하지 않도록 친절히 가르쳐드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동통신사에서도 어르신을 강사로 선발해 스마트폰 교육에 나섰다. SK텔레콤은 2018년부터 운영 중인 어르신 대상 ‘알기 쉬운 스마트폰 교실’에서 우수 수강자를 선발, 교육을 거쳐 스마트폰 강사(보조강사)로 활동하는 ‘다시, 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를 비롯해 부산 양산시 등 6개 매장에서 스마트폰의 배경화면이나 벨소리 설정, 사진찍기 등 기초 기능부터 카카오톡, 인스타그램, 네이버 밴드 등 SNS나 유튜브 활용법 등을 강의한다. 어르신 수강자들과 같은 눈높이를 갖고 있어 설명이 쉽고, 강의를 듣는 어르신들도 궁금한 점을 부담 없이 물어볼 수 있어 교육 효과가 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