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골목식당’, 박수칠 때 떠나라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골목식당’, 박수칠 때 떠나라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0.01.03 15:03
  • 호수 7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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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우삼겹’을 개발하고 수많은 프랜차이즈 식당들을 성공시킨 요식업계의 거물 더본코리아의 백종원 대표. 그는 2014년 ‘한식대첩2’의 심사위원으로 등장한 후 대중들에게 얼굴을 알렸고 이듬해에는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출연, 구수한 충청도 말투와 의외로 뛰어난 언변으로 ‘슈가보이’라는 애칭을 얻으며 큰 사랑을 받는다. 

이후에는 요리프로그램인 tvN ‘집밥 백선생’ 시리즈에 출연하면서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는 레시피를 알려주기 시작한다. 그가 알려주는 레시피는 요상한 식재료 없이 간장, 고춧가루, 마늘 등 흔한 재료만 사용하면서도 준수한 맛을 보장했고 실제로 이를 따라한 사람들이 요리에 성공하면서 그는 대중의 신뢰까지 얻게 됐다. 

또 그는 2018년 1월부터 방영을 시작한 SBS ‘골목식당’에서 사업가로서의 성공방식을 대중과 공유했다. 그는 영세한 자영업자들을 위해 영업비밀을 아낌없이 공개했고 그의 진심어린 헌신 덕분에 ‘골목식당’은 사회적으로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가 도움을 준 식당들이 방송 이후 큰 인기를 끌면서 ‘골목 살리기’라는 방송 목적까지 어느 정도 달성한 듯 보였다.

물론 이에 대해 비판적인 시선도 많았다. 과거에도 MBC ‘신동엽의 신장개업’ 등 식당을 살리기 위한 프로그램이 있었고 실제로 방송 이후 일종의 ‘방송빨’ 덕분에 문전성시를 이뤘다. 하지만 몇 개월이 지나면 대부분의 식당이 서비스부터 맛까지 방송 이전으로 돌아가 큰 비판을 받았다. 

백 대표와 골목식당 측도 이를 의식해서였는지 컨설팅 과정 내내 꾸준히 맛과 서비스를 유지할 것을 주문했고 방송이 끝난 직후에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실시하며 해당 식당과 골목을 지켜봤다. 

하지만 아쉽게도 대부분의 식당이 과거와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 심지어 백 대표 탓을 하는 식당 주인도 많다. 이에 대해 시청자들은 아낌없이 노하우를 내놓은 백 대표를 비난하는 식당 측의 파렴치한 행태에 분노한다. 더 나아가 백 대표가 더 이상 재능을 낭비하지 않도록 프로그램을 폐지하라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혹자는 말한다. 백 대표 덕분에 식당들이 망하는 이유를 적나라하게 알게 됐다고. 또 누군가는 지적한다.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다”라고. 백 대표는 골목식당 방송 초기 프로그램을 하게 된 이유 중 하나로 “요식업에 함부로 뛰어들지 말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라고도 했다. 이제 그 이유는 충분히 보여준 것 같다. 박수칠 때 떠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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