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건설, ‘묻지마’ 과천 재건축 공사비 수백억원대 증액 의혹…도마 위
GS건설, ‘묻지마’ 과천 재건축 공사비 수백억원대 증액 의혹…도마 위
  • 최주연 기자
  • 승인 2020.01.09 16: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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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조합장과 ‘정보 보안 합의서’ 밀실 작성…“관련 문서 인쇄 금지로 심의‧자문 불가능했다”
회사 측 ‘뭉뚱그려’ 증액 총액만 공개…변경 자재 구체적인 가격 확인 불가

“돈 어디에 썼나” 모델하우스 공개 후 공사비 과다 책정 의혹…자재 품질 떨어져
GS건설 “이해 쉽게 자료 공개했고 총회에서 동의한 내용들, 문제없다” 일축

[백세경제=최주연 기자] 과천주공 6단지(과천자이) 시공사인 GS건설이 공사비 과다 책정 의혹으로 조합과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다. 여기에는 △GS건설과 전 조합장의 밀실에서의 정보 보안 합의서 작성 △판매 가격이 누락된 변경된 자재 내역 공개 △품질 낮은 자재와 가전 브랜드 적용 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조합은 GS건설에 증액된 공사비 원인을 묻는 동시에 “돈 쓴 만큼 아파트를 만들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회사는 “총회에서 이미 가결된 내용들”이라면서 “영업기밀”, “협상대상자만 아는 내용”이라고 변경된 자재의 판매가 공개는 꺼리고 있다.

과천주공 6단지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조합)이 GS건설의 ‘묻지마’ 공사비 증액에 집단행동을 시작했다. 조합은 9일 GS건설 본사 앞에서 맹추위 속에서도 200여 명의 조합원들과 함께 ‘말로는 파트너십, 실상은 바가지십’이라는 구호를 외쳤다. 조합은 “공사비에 걸맞게 시공하라”면서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기업윤리에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과천주공 6단지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조합)이 GS건설의 ‘묻지마’ 공사비 증액에 집단행동을 시작했다. 조합은 9일 GS건설 본사 앞에서 맹추위 속에서도 200여 명의 조합원들과 함께 ‘말로는 파트너십, 실상은 바가지십’이라는 구호를 외쳤다.(사진=제보자)
과천주공 6단지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조합)이 GS건설의 ‘묻지마’ 공사비 증액에 집단행동을 시작했다. 조합은 9일 GS건설 본사 앞에서 맹추위 속에서도 200여 명의 조합원들과 함께 ‘말로는 파트너십, 실상은 바가지십’이라는 구호를 외쳤다.(사진=제보자)

“갈등이요? 일방적으로 짓밟혀서 이제야 신음이라도 내는 것입니다. 갈등도 대등한 관계나 돼야 갈등 아닙니까.”

[백세시대]에서 인터뷰한 조합 관계자 A씨는 GS건설의 행태에 분노를 금치 못했다. 돈이 어디에 쓰일지 공개하고, 걷어간 만큼 그에 상응하는 재료를 써야 하는 것이 인지상정인데 GS건설은 어느 것 하나 투명하게 일을 처리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합은 전 집행부와 GS건설의 유착을 현재 공사비 과다책정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18년 10월 GS건설 B상무는 전 조합장에게 정보 보안 합의서를 쓰게 해 도급변경 계약 협의와 관련된 각종 내역서와 자료 및 원가 자료를 계약 당사자 간에만 공유했다.

또 이를 조합 이사나 대의원에게 조차 “인쇄물 형태로 공개하지 않기”로 약속했다. GS건설 동의가 있으면 회사가 제출한 금액 등이 제외된 내용은 공개할 수 있고, 합의 내용을 지키지 않을 경우 민·형사상 책임을 지기로 했다. 한편, 전 조합장과 이사진은 불합리한 계약과 관련한 일련의 문제로 지난해 9월 전원 사퇴한 상태다.

“도급계약 변경과 관련해 세부내역이 들어간 문서가 무려 1,000페이지가 넘었습니다. 자문을 얻거나 심의를 하려면 문자로 기록된 내용을 살펴야 하지 않습니까. 인쇄물로 제공하면 안 된다는 정보 보안 합의서 내용 때문에 제대로 심의할 수도 없었습니다.”

결국 조합은 지난해 5월 총회를 거쳐 공사변경계약을 체결했다. 조합에 따르면 3.3㎡(평)당 공사비는 기존 423만 원에서 520만 6,000원(GS건설 품질투자 평당 29만원 포함)으로 23%(총 1200억 원 가량) 증가했다. 당시 총회는 GS건설이 제시하는 공사비 상승에 따른 산출근거가 불명확한 자료대로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시공사 선정 이후 시간은 곧 돈이기 때문이다.

“재건축 사업이라는 게 시공사가 일단 선정되면 시간과의 싸움입니다. 빚을 얻어 이주하는데 1년에 이주비 이자만 150억원이에요. 시공사가 제시한 선택지는 하나뿐이기 때문에 ‘Yes or No’입니다. 시간 소요는 곧 돈이기 때문에 우리는 시공사를 믿고 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본지가 입수한 과천주공 6단지 주택재건축정비사업 공사변경계약서에는 변경된 건축자재들이 문서 맨 끝에 별첨으로 붙어있었다. A씨는 GS건설이 “판매가격이 빠진 뭉뚱그린 사업비 내역”과 “증액 총액만 통째로” 공개했다고 했다.

“모니터로 보여주긴 했지만 다 보여주지도 않았고 꼼꼼히 살필 수도 없었어요. 보여주고 싶은 정보만 공개했습니다.”

GS건설과 조합의 갈등은 모델하우스가 공개되고 나서 극으로 치달았다. 늘어난 공사비만큼 질적으로 향상된 자재가 쓰이지 않은 것이다. 이로 인해 GS건설의 ‘묻지마’ 공사비 증액에 대한 문제 제기와 전 집행부의 책임론이 불거졌다.

“시장에 없는 제품들이 쓰였어요. 어디서 확인도 할 수 없는 자재요. 검증되지 않은 프로젝트명이 그대로 들어가기도 했고. 예를 들어 인덕션도 중소 가전 브랜드 제품이 들어갔고 ‘시스템 X’창호라는 것도 알고 보니 일반 창호였고요. 엉망진창이었습니다.”

GS건설이 제시한 자재변경내역에는 그 명칭이 명확하지 않았다. 어린이집이나 경로당, 상가 외관에 쓰이는 화강석도 ‘황가진주급’ 기재해 정확히 어떤 것이 쓰이는지 확인할 수 없었다. 변경자재에 대한 판매가도 공개되지 않고 있다.(사진=제보자)
GS건설이 제시한 자재변경내역에는 그 명칭이 명확하지 않았다. 어린이집이나 경로당, 상가 외관에 쓰이는 화강석도 ‘황가진주급’ 으로 기재해 정확히 어떤 것이 쓰이는지 확인할 수 없었다. 변경자재에 대한 판매가도 공개되지 않고 있다.(사진=제보자)

실제로 GS건설이 제시한 자재변경내역에는 그 명칭이 명확하지 않았다. 어린이집이나 경로당, 상가 외관에 쓰이는 화강석도 ‘황가진주급’ 기재해 정확히 어떤 것이 쓰이는지 확인할 수 없었다.

이로 인해 일부 조합원은 ‘과천자이 품질개선자문단’을 발족했고 조합장을 비롯해 이사진 전부가 사퇴했다. 지난해 11월 3일 임시총회에서 새 조합장과 집행부가 선출됐다.

“상식적인 것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판매가를 공개하고 돈 들인 만큼 그에 걸맞은 아파트를 만들라는 것이죠.”

또 A씨는 “전 조합장은 도덕적으로 비난받아야 마땅합니다. 하지만 전문가 집단인 GS건설이 정보 보안을 명분으로 한 문서를 작성하게 했고 문제를 여기까지 키웠다는 점에서 좌시할 수 없습니다.”

조합은 GS건설에 판매가를 공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회사는 묵묵부답이다. 조합은 현재 GS건설을 상대로 법적 소송을 검토 중이다. 

GS건설 “전 조합에서 문제없이 가결한 내용”…심의 어려움? “주관적인 것”

과천주공 6단지 재개발사업과 관련해 GS건설은 “총회를 거쳐 가결된 내용”이라면서 ‘문제없음’을 강조했다. 현 집행부가 전 집행부가 협의한 내용을 전면 부정하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GS건설 관계자는 7일 [백세시대]와의 인터뷰에서 “공사 원가 세부내역 공개는 영업 기밀로 공개하지 않는 부분”이라면서 “비밀보장을 위해 당시 정보보안합의서를 작성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인쇄물 형태로의 공개를 금지한 것도 보안상의 문제를 염두에 둔 것일 뿐 구두로는 협의했다”면서 “이해하기 쉽게 공사비 증액과 관련한 자료를 공개했고, 총회에서 동의해 가결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인쇄물 형태 공개 금지 내용으로 심의가 어려웠던 상황에 대해서는 “주관적인 부분”이라고 말했다.

또 “당시 선출된 집행부를 현 집행부가 전면 부정하면서 무효를 주장하는 것이 옳은 것이냐”며 “문제가 있으면 소송을 걸면 될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자재 판매가’ 공개 여부와 관련해서는 “잘 모르겠다. 협상 대상자가 알 일”이라고 답변을 회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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