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슬2
꽃의 한 시절이 지나가자
차마 보낼 수 없는 지난날이
아침마다 다시 왔다가
속절없이 진다
씀바귀 꽃이 지고 아직 씨앗이 여물기 전, 꽃의 전생을 아직 지우지 못한 지난날이 밤마다 그 기억으로 꽃잎을 만들고, 해가 뜨기 전 첫 새벽에 가장 맑은 꽃 한 송이를 피워 올린다. 그리고 아침 해가 뜨자마자 미련 없이 진다.
찬 기운 속에 매일 아침마다 새로 피었다 스러지는 이슬꽃은 시지프스의 신화처럼 덧없다 할지라도 가장 순수하고 맑은, 아무 것도 섞이지 않고 가공되지 않은 한 송이 꽃이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감히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완벽한 솜씨로 만들어낸 이슬. 그 이슬을 한 알씩 꿰어서 만들어낸 저 청정무구의 꽃 한 송이가 황량한 계절을 뜨겁게 달군다.
아침은 이슬이 있어서 비로소 완성된다.
디카시‧글 : 이기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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