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금요칼럼] 65세 정년은 비과학적으로 정해진 것
[백세시대 / 금요칼럼] 65세 정년은 비과학적으로 정해진 것
  • 최성재 서울대하교 명예교수
  • 승인 2020.01.10 15:30
  • 호수 7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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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령과 직업능력은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이 

과학적 연구로 밝혀져

1986년 정년제 폐지한 미국

생산성은 우리나라의 두 배

산업사회 이전 농경사회에서는 연령과 관계없이 일할 수 있을 때(연령)까지 일했고 정년은 없었다. 정년은 산업화의 결과로 생겨난 제도이다. 18세기 후반에 시작된 산업혁명(1차 산업혁명)이 19세기 말부터 전력의 힘으로 대량생산이 이루어지게 됨(2차 산업혁명)으로써 산업화가 제조업 중심으로 급속히 진행되었고, 고용 형태는 피고용(취업)이 주류를 이루게 되었다.   

19세기 중반 이후 독일에서 산업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나타난 사회주의 사상의 영향으로 자본가와 노동자의 대립, 노동자의 처우개선, 노동자의 퇴직 이후 경제적 보장 등의 문제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었다. 입헌군주(프러시아 공화국) 체제였는데 당시 독일의 재상(총리) 비스마르크는 격화되고 있는 노동운동을 무마하려는 의도로 1889년에 세계 최초로 공적 노령연금 제도를 제안하여 도입하였다.  

사실 1889년 처음 도입한 노령연금 제도의 연금수급 연령은 65세가 아니라 70세였다. 이 70세 연령은 당시 독일 남자의 평균수명 37.7세와 여자의 평균수명이 41.4세였던 것을 생각하면 너무나 비현실적 연령이었다. 일설에 의하면 법안 제안 당시 비스마르크 자신은 74세로 건강하였기 때문에 자신의 나이를 기준으로 했다는 것이다. 흔히들 노령연금 수급 연령이 65세로 정해진 역사적 기원으로 비스마르크 시대 도입한 공적 노령연금의 수급 연령이 65세였다는 데서 찾고 있으나 이는 잘못 알려진 것이다. 비스마르크는 노령연금제도 도입 후 9년이 지난 1898년에 사망했고 그의 사망 이후 18년이 지난 1916년에 이르러서야 노령연금 수급 연령이 65세로 낮춰졌다. 노령연금 수급 연령이 65세로 된 것은 노령연금 도입 후 27년, 비스마르크 사망 후 18년이나 지난 때였으므로 노령연금 수급연령의 기원으로 이야기하는 ‘65세’는 비스마르크와는 상관이 없다. 

연령과 능력(직업능력)은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제는 과학적 연구로 많이 밝혀지고 있지만, 독일의 노령연금제도 도입 당시만 해도 노화의 정도와 능력을 연령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일반 상식이었다. 이 상식은 아무런 과학적 근거가 없는 것이었고, 처음 정한 70세 정년은 비스마르크가 자기 마음대로 비과학적 상식으로 정한 것일 뿐이다. 1900년대 초반부터 공적 노령연금 제도는 산업화하는 유럽과 미국 등으로 확산되어 현재는 세계 거의 모는 국가가 공적 노령연금제도를 도입하면서 독일의 예를 따라 연금수급 연령을 65세로 정하는 전통이 되었다.   

20세기 동안 산업화가 세계적으로 빠르게 확산되어 대부분의 국가는 산업사회로 변화되었다. 선진국에서는 20세기 중반 이후부터 컴퓨터와 인터넷 등을 중심으로 한 지식정보화사회의 제3차 산업혁명 사회로 발전되기 시작하였다. 산업사회의 발전과 더불어 평균수명이 크게 연장되는 점과 능력 중심 임금체계를 강화하면서 1986년 미국이 연령 차별금지법을 개정하여 연령을 이유로 퇴직시키는 것을 금지함으로써 정년제도는 사실상 없어지게 되었다. 이 같은 정년제 폐지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65세 정년은 그 의미를 점차 잃어가고 있다.

21세기부터 급속히 진전되는 고령화사회는 생산가능인구를 축소시키고 있고, 지식정보화사회의 3차 산업혁명과 21세기에 들어와 시작된 4차 산업혁명(로봇, 인공지능, 양자역학 이용의 대량 컴퓨팅, 바이오 기술, 사물 인터넷, 3D 프린팅, 자율주행 자동차 등의 융합 기술혁명) 시대로 발전됨에 따라 신체적 능력보다는 정신적 능력이 훨씬 중요해지고 있다. 지난 20~30년간 생산성은 연령보다 개인의 특성이 훨씬 크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2017년 기준으로 OECD국가의 근로자 1인당 평균 생산성을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60세 이하의 젊은 노동자들이 일하는 한국의 노동생산성(노동 시간당 GDP: $37.89)은 정년을 폐지하여 60세 이상의 근로자가 대단히 많은 미국의 노동생산성(노동시간 당 GDP: $71.99)의 절반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이 능력이나 생산성을 좌우한다는 논리가 합당하다면 분명히 미국은 한국보다 생산성이 훨씬 낮아야 하는데 오히려 훨씬 더 높은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사실이다.  

이러한 사실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연공 가급의 임금체계와 정년제를 고수하면서 2016년에야 60세 정년을 연장하고 법적으로 보장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현실은 21세기의 엄청난 사회변화에 말로는 대응한다고 하지만 실제 행동에는 눈을 감고 안이하게 대응하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정부와 민간기업 그리고 국민 모두는 우리에게 밀어닥치고 있는 제4차산업혁명 사회와 고령화 사회에 대응하여 하루 속히 중장기적 계획으로 비과학적이고 비합리적인 연령 중심이 아닌 능력 중심의 인력수급 정책과 인사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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