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막혈관폐쇄증, 망막의 혈관 막혀 발생… 심하면 실명까지 불러
망막혈관폐쇄증, 망막의 혈관 막혀 발생… 심하면 실명까지 불러
  • 이수연 기자
  • 승인 2020.01.10 15:48
  • 호수 7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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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순환이 잘 안 되는 고혈압‧동맥경화증‧당뇨병 환자 등 특히 조심

갑자기 눈 앞 캄캄할 땐 즉시 응급실로…눈에 신생혈관 안 생기게 치료

[백세시대=이수연기자] 경기도 안양에 사는 송모(67) 씨는 자고 일어나 보니 눈에 까만 점이 떠다니는 것 같은 증상이 나타났다. 특별한 통증은 없지만, 최근 시력이 많이 떨어진 것 때문에 걱정하던 송 씨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병원을 찾았다. 평소 고혈압으로 약물치료를 받고 있던 송 씨는 망막혈관폐쇄증 진단을 받았다.  

흔히 우리 눈을 카메라로 비유하는데, 망막은 카메라에 빛이 들어와 상이 맺히는 필름에 해당된다. 즉 눈으로 보는 물체나 글자의 상을 신경을 통해 뇌에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런 기능을 하기 위해 망막은 1억개가 넘는 빛감지세포와 백만개가 넘는 시신경세포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망막은 혈관을 통해 영양과 산소를 공급받는다. 망막혈관폐쇄증은 망막의 혈관이 막히거나 파열돼 출혈이 발생하고 원활한 혈액 순환이 이루어지지 못하면 망막이 손상되고 시력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증상을 말한다. 심할 경우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어 ‘눈 중풍’이라고도 불린다. 

◇50~70대 사이 고혈압 환자 조심해야

망막혈관폐쇄증이 발생하는 원인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혈액순환장애를 일으키는 동맥경화증,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녹내장 등과 연계해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나이가 많아짐에 따라 더욱 흔하게 발생하며 50~70대 사이에 발병률이 높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망막혈관폐쇄증 국내 환자 수는 2014년 5만471명에서 2018년 6만3920명으로 급증했다. 

망막혈관폐쇄증은 눈 속 망막의 동‧정맥 중 막히는 부위에 따라 망막동맥폐쇄증과 망막정맥폐쇄증으로 나뉜다. 망막동맥은 망막에 피를 공급해주는 혈관이고, 망막정맥은 망막에서 사용한 피를 다시 심장으로 내보내는 혈관이다.

동맥혈관이 막혀 발생되는 망막동맥폐쇄증(왼쪽)과 정맥 혈관 일부나 전체가 막히면서 발생되는 망막정맥폐쇄증(오른쪽)의 사진. 망막 검사 시 정상적으로 혈관이 존재하지 않는 부분은 까맣게 나타나는 것을 보여준다.
동맥혈관이 막혀 발생되는 망막동맥폐쇄증(왼쪽)과 정맥 혈관 일부나 전체가 막히면서 발생되는 망막정맥폐쇄증(오른쪽)의 사진. 망막 검사 시 정상적으로 혈관이 존재하지 않는 부분은 까맣게 나타나는 것을 보여준다.

망막동맥폐쇄증은 응급안과질환에 해당되며, 즉각적인 치료가 이뤄져야 한다. 별다른 통증 없이 먹구름이 낀 것처럼 눈앞이 캄캄해지는 등 갑작스러운 시력 저하가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며, 발견 즉시 병원을 찾아 안압을 낮추고, 혈관이 폐쇄된 원인을 찾아야 한다. 

인제대학교 안과 김재석 교수는 “망막동맥폐쇄의 경우 안과 영역의 응급에 해당되는 질환으로 즉각적인 치료가 필요하다”며 “폐쇄가 2시간 이상 지속되면 시력 회복이 어렵고 치료 결과가 매우 좋지 않기 때문에 바로 응급실을 방문해 안압을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망막정맥폐쇄증는 동맥폐쇄보다 비교적 흔하게 나타나며, 정맥이 서서히 좁아지면서 발생된다. 보통 한쪽 눈에서만 발생되고, 망막동맥폐쇄보다는 시력 저하가 덜한 것이 특징이다. 

건국대병원 안과 김형찬 교수는 “망막정맥폐쇄증으로 인해 정맥의 일부나 전체가 막히게 되면 혈액이 정체되면서 모든 망막 정맥이 처지고, 출혈이 발생된다”며 “혈관이 손상되면서 액체 성분이 망막으로 새어 나오게 되면, 황반부종 등을 일으켜 시력이 저하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황반부종은 망막의 중앙 부위인 황반이 붓는 질환으로 망막의 혈관 이상 또는 손상이 원인이다. 

◇신생혈관 발생하기 전 안압 낮추고 치료해야

시력이 심하게 손상되지 않으면 망막혈관폐쇄증을 모르고 지나칠 수도 있다. 따라서 당뇨나 고혈압 등의 만성질환자들은 정기적인 안과 검사를 받아야 한다. 망막혈관폐쇄증이 의심될 때는 가능한 빨리 의사의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먼저 안저검사를 시행해야 한다. 안저검사는 약물로 동공을 확대시킨 후 눈 안을 구석까지 살필 수 있도록 하는 검사로 렌즈를 이용한 세극등 현미경 안저검사 또는 도상검안경 검사를 시행할 수 있다. 세극등 현미경 검사는 황반, 망막 내 미세혈관 이상, 혈관폐쇄 부위 등을 관찰하는 데 적합하고, 도상검안경 검사는 넓은 시야를 얻을 수 있어 전반적인 출혈이나 삼출물의 정도를 파악할 수 있다. 두 검사법을 활용해 세밀한 검사를 함으로써 정확한 진단을 내리고 치료 방법을 결정해야 한다. 

치료는 병의 경과에 따라 레이저 광응고술, 유리체강 내 약물주사, 유리체 절제술 등이 시행된다. 레이저 광응고술은 신생혈관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시행된다. 망막혈관폐쇄가 생기면 우리 몸은 막힌 혈관으로 인해 중단된 산소 공급을 위해 스스로 신생혈관을 만든다. 이렇게 새로 생겨난 신생혈관은 완전하지 못하고 충격에 매우 약해 쉽게 터져 출혈이 발생되기 쉽다. 만약 신생혈관으로 인해 망막에 출혈이 생기는 경우에는 망막 일부가 손상되거나 녹내장 발생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비정상적인 신생혈관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혈관폐쇄 부위에 레이저치료를 시행할 수 있고, 황반부종을 동반하고 있다면 유리체내 항체 주사나 스테로이드 주사를 사용할 수 있다. 신생혈관이 터져서 출혈이 발생된 경우에는 유리체 절제술이 필요하다. 

김재석 교수는 “망막혈관폐쇄가 발생된 후에는 치료를 받아도 이전과 같은 시력으로 돌아가는 일이 어렵기 때문에 예방이 중요하다”며 “혈관폐쇄의 주요 원인인 고혈압이나 당뇨 환자의 경우 질병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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