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검경 수사권 조정안 국회 통과 … 권한 커진 경찰, 전문성과 중립성 확보해야
[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검경 수사권 조정안 국회 통과 … 권한 커진 경찰, 전문성과 중립성 확보해야
  • 배지영 기자
  • 승인 2020.01.17 13:24
  • 호수 7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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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었다. 이로써 경찰은 66년 만에 검찰과 거의 대등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더불어민주당과 4개 군소정당이 참여하는 ‘4+1협의체’는 지난 13일 오후 국회 본회의를 열어 검경 수사권 조정을 위한 형사소송법 개정안과 검찰청법 개정안을 가결 처리했다. 4+1협의체가 마련한 수사권 조정법의 골자는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는 대신 경찰에 대부분의 일반사건에 대한 1차적 수사권과 수사 종결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다만, 검찰은 기소권과 함께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등 중대범죄에 대한 직접수사권을 갖는다. 검사는 경찰의 불송치 결정이 위법·부당할 경우 경찰에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으나 사법통제 역할을 하기가 쉽지 않게 됐다. 

검찰의 영장청구권 독점도 깨졌다. 개정안에 따르면, 검사가 경찰의 영장 신청을 정당한 이유 없이 판사에게 청구하지 않을 경우 경찰은 해당 지방검찰청 관할 고등검찰청에 영장 청구 여부에 대한 심의를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이로써 경찰은 검찰의 지휘를 받지 않으면서 수사를 시작할 수도 있고, 죄가 안 된다면 독자적으로 수사를 종결할 수 있게 됐다.  

이번 조정안은 지난 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 이후 처음으로 검찰과 경찰을 ‘협력 관계’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 경찰의 독자적인 수사가 일정 정도 가능해지면서 기존 ‘수직적 상하 관계’였던 검경이 ‘수평적 협력 관계’로 바뀌게 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경찰은 창설 이래 최대의 숙원을 풀게 됐다. 그동안 우리나라 검찰은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었다. 기소를 독점하는 것은 물론이고 수사에까지 전횡을 휘두를 수 있었던 구조였다. 그러나 검찰은 고위고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로 기소독점권이 깨진 데 이어 경찰에 대한 수사 지휘권까지 잃게 됐다. 66년 독점 권력을 상실한 순간이다.

조정안은 향후 6개월에서 1년 사이에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공수처법은 이미 통과돼 오는 7월 설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검찰이 기소를 독점하고 주요 범죄를 직접 수사하며 경찰 수사까지 지휘하던 단일 체제에서 수사권은 검찰, 공수처, 경찰로 분산되고 기소권마저 검찰과 공수처로 분산되는 체제로 접어든다. 

수사권, 기소독점권, 영장청구권 등을 바탕으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해 온 검찰을 견제할 법적 토대가 마련된 것은 의미가 크다. 여권은 조정안 국회 통과와 관련해 “과도하게 비대해진 채 마지막 특권집단이 됐던 과거 역사를 뒤로하고 민주적 통제 하의 국민 검찰로 거듭날 것”이라며 막강한 권력을 가졌던 검찰의 변화를 예견했다.

그러려면 검찰과 경찰이 수사권 조정의 취지를 잘 새겨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한 선의의 경쟁을 벌여야 한다. 사사건건 권한 다툼으로 갈등을 빚거나 존재를 과시하려고 과잉수사 경쟁에 나서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경찰의 비대화에 대한 걱정 또한 크다. 경찰은 12만 명이 넘는 인력을 가진 아주 큰 조직이다. 범죄 수사뿐 아니라 방대한 조직을 바탕으로 정보수집 기능도 수행하기 때문에 검찰 못지않은 비대한 권력이 될 수 있다. 자칫 ‘경찰공화국’이 될 수 있다는 게 일각의 우려다.

이로 인한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는 자치경찰제, 정보경찰 폐지를 담은 경찰개혁법 입법 등 후속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는 필요성이 거론되고 있다. 나아가 국민 관점에서 관련법을 점검해 미흡한 부분을 신속히 보완해야 한다. 경찰이 수사 종결권을 갖는 만큼 전문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법령을 보완하고 관행도 고쳐야 하는 것이다. 

수사권 조정은 경찰을 위한 것이 아니다. 수사기관 간 견제와 균형을 통해 공정한 법 집행을 유도하고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며, 국민으로부터 부여된 권력이 국민의 요구를 외면하면 권력의 힘은 무용지물이 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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