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수 대한노인회 전북 고창군지회장 “구 노인회관 자리에 새 건물 신축…노인회 재산 지켜 의미”
정기수 대한노인회 전북 고창군지회장 “구 노인회관 자리에 새 건물 신축…노인회 재산 지켜 의미”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0.01.17 13:32
  • 호수 7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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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반골’ 고창 노인들, 어디 가든 배려·봉사하는 자세 돋보여

노인회장·향교 전교 선출…갈등 유발하는 선거보다 추대가 나아

[백세시대=오현주기자] “우리 ‘노인회 정신’을 하나 만들어놓았다.”

정기수(86) 대한노인회 전북 고창군지회장은 신축 노인회관이 갖는 의미를 이렇게 압축해 표현했다. 고창군지회는 도·군비 20억원을 들여 낡은 노인회관을 허물고 그 자리에 연면적 859㎡(260여평)의 3층 독립건물을 새로 짓고 지난해 11월 18일 준공식을 가졌다. 이날 준공식에 김두봉 전북연합회장과 14개 시·군 지회장들을 비롯해 유기상 고창군수, 조규철 고창군의회 의장 등 많은 내빈이 참석해 축하해주었다.

노인회관은 세련된 디자인의 콘크리트 건물로 1층 다목적실, 2층 사무실과 지회장실 및 소회의실, 3층 대회의실로 구성됐다.   

정 지회장은 “회관을 짓는 과정에서 군청 측이 땅을 기부채납하고 넓은 데로 가서 지으라고 했지만 제가 고집을 부려 원래 자리를 고수했다”며 “군청 등이 있는 요지에 노인회관이 있음으로서 우선 접근성이 편하고 두 번째는 지역사회 발전의 단초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월 초, 고창읍 성산3길에 위치한 노인회관에서 정 지회장을 만나 노인회관 건립 과정과 앞으로의 계획 등을 들었다. 정 지회장은 2018년 3월에 재임됐다.

-신축 노인회관이 군의 랜드마크가 될 것 같다.

“읍내에 고층빌딩이 적어 멀리서도 눈에 잘 띈다. 노인회관을 노인회 재산으로 만들어놓은 건 우리뿐으로 알고 있다. 제가 울산, 강원도 전국을 다녀봤지만 이만한 노인회관을 본 적이 없다. 준공식에 참석한 지회장들이 놀라워하며 자금 조달 비결을 가르쳐 달라고 해 제가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느냐’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웃음).”

-어려움이 많았을 텐데.

“가장 어려웠던 건 예산이다. 한두 푼 들어가는 게 아니라서 국비를 가져와야 하지만 애초에 국비는 사단법인에 투자할 수가 없다. 그래서 민간단체를 지원할 수 있는 군청을 통해 국비 지원을 받았다. 딱 한 번 송하진 전북도지사를 찾아뵙고 협조를 요청했더니 그 자리에서 흔쾌히 수락했다. 송 도지사께서 전북연합회 건물도 지어주신 것으로 안다. 노인에게 정말 잘 하고 계셔서 다들 고마워한다.”

정기수 고창군지회장(왼편 네 번째)이 직원들과 신축 노인회관 앞에서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사진 왼편 세 번째부터 노상기 경로부장, 정 지회장, 한 사람 건너 김시용 사무국장.
정기수 고창군지회장(왼편 네 번째)이 직원들과 신축 노인회관 앞에서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사진 왼편 세 번째부터 노상기 경로부장, 정 지회장, 한 사람 건너 김시용 사무국장.

노인회관 주변도 깔끔하게 잘 꾸며놓았다. 검은색 돌로 만든 노인회관 건립기념비에는 도지사와 군수, 군 의회 의원, 분회장, 직원들 이름까지 일일이 새겨놓아 도움을 준 이들에 대한 고마움을 영원히 잊지 않도록 했다. 그 옆에는 기념식수도 심어놓았다. 

정 지회장은 “집만 덩그마니 지어놓으면 무슨 소용 있나. 군에서 추경예산을 편성해 소파에서 커튼까지 전부 인테리어를 해주었다”며 “인근 땅을 매입해 ‘노인공원’도 조성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고창은 어떤 군인가.

“전 지역이 생물권보존지역으로 지정될 만큼 자연이 잘 보존된 청정지역이다. 선사시대 거석문화의 중심지로 재조명되고 곳곳에 산재된 지석묘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2000년)으로 등재되기도 했다. 뛰어난 인물도 많이 배출했다. 인촌 김성수, 미당 서정주가 이곳 출신이며 판소리 여섯마당을 집대성한 신재효 선생도 여기 출신이다.” 

현재 5만5000여 군민 중 노인은 1만7000여명이다. 그 중 대한노인회 회원이 1만6500여명으로 93%에 달한다. 고창군지회는 14개 읍면 분회, 594개 경로당을 두었다.  

-경로당 시설은 어떤가.

“기본적인 전자제품, 건강증진을 위한 기구들은 다 갖췄다. 작년에 공기청정기를 전 경로당에 보급했다. 낙후된 경로당은 군에서 리모델링을 해주거나 허물고 새로 크게 지어준다.”

-경로당 활성화는 어떤가.

“군청, 보건소, 생활체육회, 자원봉사센터, 건강관리공단 등 8개 기관·단체에서 450여개 경로당에 지속적으로 건강체조 등 8개 프로그램을 지원해주고 있다. 거기다 전북연합회서도 별도로 프로그램을 주고 있다.”

-고창군지회만의 특색 있는 사업이라면.

“핵가족 시대의 청소년들은 효(부모)와 충(국가)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성장해 사회적으로 문제가 많다. 충효 사상을 일깨우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매년 5월, 가정의 달 행사를 해오고 있다. 작년에 47회를 기록했다. 이날 군수, 군 의회 의장 등 내빈을 초청한 가운데 식사도 대접하고 효부·효자, 착한어린이 표창도 하고 하루를 즐겁고 뜻있게 보낸다. 노인의 날 기념식도 1000여명이 모여 정말 성대하게 치른다.”

-노인 일자리는 어떤가.

“2019년의 경우 8개 유형의 노인 일자리에 735명의 노인들이 참여해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도 하고 자기 건강도 챙기고 성취감도 느꼈다. 재능나눔에도 300명이 참여하는 등 이웃에 봉사하고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정 지회장은 “작년에 ‘행복나눔기금’이라고 경로당에서 십시일반으로 2400여만원을 모아 고창군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전달한 일도 보람 중 하나”라고 말했다. 

정기수 지회장은 고창에서 나고 자랐다. 건국대 법학과를 나와 전북도 도의원, 전북도 의정회 의장, 고창군 농업협동조합장, 고창군 의료보험조합 대표이사 등을 지냈다. 전북연합회 수석부회장이다.

-당시 도 의원은 어땠는가. 

“최연소(27세) 도의원으로 문교사회위원회에 속해 재미있게 일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시·군 감사권이 있어 시·군 감사까지 했다. 임기는 3년이었고 5·16군사혁명이 나면서 해산됐다. 중간에 정치에 발을 담궈 한때 지구당 부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농협 조합장은 몇 년 했는가.

“정치판을 떠난 후로 농촌운동에 전념했다. 농협에서 농산물 판매사업과 함께 일반대출보다 이자가 저렴한 신용대출을 많이 했다. 6년간 조합장을 하면서 운영이 어려운 면 단위 농협을 모두 흑자로 돌려놓았다.”

정 지회장은 “조합장을 끝내고 주위 권유로 의료보험조합 대표 자리에 앉았지만 역시 경영이 어려웠다”며 “당시 노조를 만들라는 전국노총의 압력을 물리치고 50여명의 직원과 함께 혼신을 힘을 쏟아 흑자 경영을 이루었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계획은.

“제가 있는 한 고창 노인회가 발전해 전국적으로 모범이 되는 지회가 되자는 것이다. ‘양반골’ 고창의 노인은 어딜 가나 다르다는 소리를 듣는다. 커피 뽑아달라는 말 안 하고 식탁에 앉으면 먼저 냅킨을 돌리기도 한다. 배려와 봉사의 자세가 돋보인다.”

정기수 지회장은 초임, 재선 모두 추대를 받았다. 이와 관련해 인터뷰 끝에 “적어도 지역에서 존경 받는 위치에 있는 노인회장과 향교 전교에 대한 선출은 갈등과 분열을 낳는 선거보다는 추대 형식으로 뽑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현주 기자 fatboyo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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