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음식점에서 쫓겨나는 ‘나쁜 부모들’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음식점에서 쫓겨나는 ‘나쁜 부모들’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0.01.17 13:36
  • 호수 7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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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6년 첫 방송을 시작해 2015년 종영한 SBS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는 우리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방송에서는 부모가 도저히 통제할 수 없는 이상 행동을 하는 수많은 아이들의 모습을 소개하면서 이를 치료해나가는 과정을 보여줬다. 매 방송 초반에는 물건을 마구 집어 던지거나 기저귀를 뗄 나이가 지나서도 아무데서나 ‘쉬’를 하는 등 충격적인 아이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후 전문가가 이상 행동의 원인을 분석하고 이를 치료해 나가는 과정을 소개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아이들의 이상 행동의 원인을 대부분 부모가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무관심과 지나친 훈육 등을 통해 아이에게 상처를 줬고 이로 인해 일탈을 했던 것이다. 결국 전문가가 제시한 해결법도 부모의 행동을 바꾸는데 초점을 뒀다. 이로 인해 이 시청자들은 이 프로그램의 제목을 ‘우리 아이’가 아닌 ‘우리 부모님이 달라졌어요’라고 해야 맞다는 평을 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반려동물을 돌보는 사람들이 1000만명을 돌파하면서 SBS ‘동물농장’,   EBS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등 동물의 이상 행동을 교정해주는 프로그램도 많이 생겨났다. 이 방송에서도 초반에는 이상 행동을 하는 동물을 집중적으로 보여주지만, 원인은 역시 보호자가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난다. 전문가가 제시한 해결 방법도 보호자의 행동 변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식당이나 카페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식당에서 소란을 피우는 일부 아이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또 ‘손님은 왕’이라는 그릇된 인식과 아이들을 앞세워 식당 측에 부당한 요구를 하는 부모들 때문에 폐업을 고민하는 자영업자들도 있다.  

이런 이유로 몇 해 전부터 아이들과 함께 출입하는 것을 제한하는 ‘노 키즈 존’이 등장했고 이는 또 다른 논란을 야기했다. 식당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측과 지나친 조치라는 의견이 팽팽하게 갈린 것이다. 일부 사람들은 이런 노 키즈 존에 대해 불매운동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그러다 올해 들어 제주의 몇몇 식당 등에서 시작한 ‘노 배드 페어런츠 존’(나쁜 부모 출입금지)이 새로 주목받고 있다. 아이가 소란을 피우게 방치하고 ‘갑질’을 일삼는 악질 부모는 내쫓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사람들은 노 키즈 존과 달리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노 배드 페어런츠 존’이 늘어나는 일도 딱히 환영할 수는 없다. 그만큼 무개념 부모들이 많다는 이야기이니까 말이다. 어려운 일인 것은 알지만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라는 말을 새겨 우리나라의 모든 부모가 ‘굿 페어런츠’로 거듭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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