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나이 들어 연극무대에 서보니…
[기고] 나이 들어 연극무대에 서보니…
  • 조봉일 전남 목포시지회 노인대학생
  • 승인 2020.01.31 14:35
  • 호수 7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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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2019년도 목포시지회 제38기 노인대학 학생의 신분으로 연극배우에 발탁되어 짧은 시간 내 단역배우로 활약했다. 

젊은 시절 잠깐 무대경험은 있었지만 대사 외우는데 어찌나 힘이 들었던지…. 그리고 얼마나 많은 염려를 받았는지 모른다. 

외우기를 밥 먹듯 해도 구절들이 자꾸만 기억에서 사라지곤 하는 것을 ‘백독의자통(百讀意自通)’이라는 단어를 되새기면서 시간이 생길 때마다 남몰래 중얼중얼 외웠다. 

드디어 공연날짜와 시간이 잡히고 출연의 시간. 긴장되는 마음을 다잡고 어렵게 외운 대사를 중심으로 머리에 스치는 생각을 군데군데 넣어가면서 나이 먹고 처음 경험했던 연극무대였다. 두렵기만 했던 첫 무대를 시작으로 두어 차례 공연을 거듭하면서 비록 많은 수의 배우는 아니었지만 여러 사람과 호흡을 같이 하며 보람과 기쁨을 느꼈다. 

특히 목포문화예술회관에서 ‘제23회 노인의 날’ 기념행사로 목포시장을 비롯 시·도의원, 노인회 임원, 시민 등 700여명이 참석한 큰 무대에서 했던 공연은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벅차다.

공연을 하면서 노인이 할 수 있는 많은 분야가 있음을 실감하게 되었다. 차츰 쇠퇴해가고 스스로가 위축되는 노인들도 주위로부터 권유와 재촉을 받으면, 할 수 있다는 용기와 자신감을 얻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크나큰 수확이 아닐 수 없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새로운 일을 하려할 때 주저하게 되는데,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고 포착한다면 누구라도 새로운 경험과 뜻하지 않은 보람의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삶이 나에게 와달라고 손짓할 때, 단지 나이 들었다는 이유로 주춤할 것이 아니라 도전한다면 먹어가는 나이를 행복과 감성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공연시간 20분에 준비기간만 한 달여. 열정적이었던 동료배우들과 지도해주신 분들, 공연에 만전을 기해주신 사무국 직원들, 그리고 무엇보다 좋은 기회를 준 대학장님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어느 것 하나 놓칠 수 없는 나를 위해 소중한 것들은 확실하게 지키면서 얼마 남지 않은 생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그리고 새로운 도전에 두려움 없이 나아가며 살아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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