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꽃 묘목장
밤새도록 어린 묘목이
손톱만큼 자랐다
혹한이 강할수록 견디는 힘도 강해져서
겨울 온 들판에
눈의 꽃 만발하겠다
올 겨울은 눈이 많이 내리지 않아 포근한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한강이 꽁꽁 얼어 아이들의 썰매를 타는 풍경을 전국에 방송하던 모습은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었다. 이상 기온은 지구촌 전체에서 전혀 다른 풍경을 보여주고 있고, 겨울이 춥지 않으면 한 해 농사는 망치는 거라고 농부의 근심이 한 다발이다. 눈이 내리지 않는 나라에 폭설이 내리는가 하면 호주의 산불은 몇 달째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겨울을 기억하는 눈의 어린 묘목들은 밤사이에 싹을 틔우고 온 들판을 가득 메우고 있다. 치매라도 걸린 듯 계절이 오락가락할지라도 겨울을 겨울답게 하는 저 눈의 어린 새싹들이 겨울임을 알리고 한때나마 동장군의 위력을 실감나게 한다. 햇빛 받아 눈이 부시게 반짝이는 저 눈의 어린 묘목이 교목으로 자라 겨울 왕국의 아름다운 한때를 오래도록 건설하기를.
디카시‧글 : 이기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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