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복 박사의 한방 이야기] 17. 입냄새와 명화 속 키스, 구취와 낭만적 입맞춤
[김대복 박사의 한방 이야기] 17. 입냄새와 명화 속 키스, 구취와 낭만적 입맞춤
  • 김대복 한의학 박사
  • 승인 2020.02.06 13: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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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냄새를 일으키는 질환은 다양하다. 입 냄새와 연관 있는 다양한 질환과 치료법을 김대복 한의학박사(혜은당클린한의원장)가 연재한다. <편집자 주>

세상은 오른손잡이 위주다. 수요와 공급 법칙의 결과다. 세상 사람의 90% 이상은 오른손잡이다. 그렇기에 수요가 많은 오른손잡이 중심으로 많은 것이 갖추어졌다. 엘리베이터 자판, 버스 카드 단말기, 가위, 옷의 단추 등도 그렇다. 밀어를 속삭이는 연인간의 위치도 그렇다. 로맨틱한 입맞춤을 위한 안정감 있는 자세도 다수의 오른손잡이를 고려하게 된다.

밀어를 속삭일 때 일반적으로 남자가 왼쪽, 여자가 오른쪽에서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게 자연스럽다. 여성이 적극적이라면 반대의 위치가 좋다. 이 자세가 서로에게 편안한 구도다. 사람은 심장이 타인에게 가까이 있으면 부담을 느낀다. 심장은 오른쪽에 있다. 배려할 연인을 자신의 오른쪽에 앉혀야 하는 이유다. 특히 열 명 중에 아홉 명은 오른손잡이라는 현실성도 있다. 또 고개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돌아가는 익숙한 습관도 배경이다. 키스는 적극적인 사람이 주도한다. 적극적인 남자나 여자가 왼쪽에 자리할 때 입맞춤이 부드럽게 진행될 확률이 높아진다.

그러나 길은 단 하나만 있는 게 아니다. 입맞춤의 명화로 꼽히는 구스타프 클림트의 1908년 작품 ‘키스’의 남자 주인공은 왼손잡이다. 연인은 황금빛 배경, 외부와 차단된 공간에서 황홀한 키스를 막 하려는 자세다. 여자는 꽃에 무릎을 맡기고, 남자의 팔에 목을 맡긴 채 눈을 감고 있다 고개를 뒤로 젖혀 남자의 황홀한 키스를 기다리고 있다. 이 작품에서 남자의 위치는 오른쪽이고, 여자가 왼쪽이다.

그런데 황홀한 키스를 위한 완벽에 가까운 자세와 분위기 조성도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입에서 심한 악취가 나는 경우다. 사람에게는 냄새가 있다. 생명활동을 하는 한 냄새는 불가피하다. 다행히 정상적인 신진대사에 의한 냄새는 극히 미약해서 자신도, 타인도 거의 인식하지 못한다. 하지만 생리적 현상, 섭생, 바람직하지 않은 습관, 질환 등으로 인해 구취를 풍기는 경우가 있다.

로맨스 영화 속의 주인공과 같은 멋진 키스를 원한다면 준비가 필요하다. 아침 키스는 삼가는 게 좋다. 잠을 잘 때는 침샘 분비가 극히 적다. 입안이 건조한 상태에서 산소가 없는 상태를 좋아하는 세균들이 증식된다. 음식물찌꺼기를 부패시키고, 황화합물을 발생시켜 구취를 풍기게 한다.

구강건조는 입안 건강을 악화시켜 충치나 잇몸질환을 유발도 한다. 따라서 굿모닝 키스를 원한다면 꼭 양치질을 깨끗하게 하고, 물 한 모금 마시는 사전 준비를 해야 한다. 사랑의 묘약인 키스는 구강 건강에도 긍정적 효과가 있다. 타액과 타액의 교환으로 침샘 분비를 촉진시키기 때문이다. 다만 입안에는 많은 균이 서식하고 있음도 생각해야 한다. 수많은 사람과 입맞춤을 하면 모든 이의 유해균도 흡수하는 결과가 된다.

생리적 구취나 섭생에 의한 입냄새는 시간이 지나거나 양치질을 하면 해소된다. 이에 비해 질환에 의한 구취는 치료해야만 사라진다. 입냄새를 일으키는 질환은 혀의 백태, 충치, 잇몸질환, 위산역류, 인후두염, 편도염, 편도결석, 기관지확장증, 폐농양, 간성혼수, 당뇨, 혈액질환, 소화불량, 축농증, 위염, 후비루, 매핵기 등 다양하다.

다행히 구취는 원인질환을 정확히 진단하고 바른 처방을 하면 치료가 잘 된다. 따라서 입냄새가 나면 구취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의료인과 상담하면 고민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높다. 치료기간은 원인과 증상, 개인의 체질과 유전적 소인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1~3개월 정도다.

<김대복>

한의학 박사로 혜은당클린한의원장이다. 주요 논문과 저서에는 '구취환자 469례에 대한 후향적 연구', ‘입 냄새 한 달이면 치료된다’, ‘오후 3시의 입 냄새’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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