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로 살펴본 경로당 분쟁 해결방안… “경로당 회계 투명 공개하니 갈등 사라져”
사례로 살펴본 경로당 분쟁 해결방안… “경로당 회계 투명 공개하니 갈등 사라져”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0.02.07 14:01
  • 호수 7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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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금 사용 관련 갈등 가장 많아… 매월 결산서 게시해 불씨 없애

회장의 독단적 운영으로 인한 다툼… 지회 적극 중재로 풀기도

[백세시대=배성호기자] 충북의 A 경로당은 최근 회원 간 갈등으로 큰 홍역을 치렀다. 도시에서 살다가 몇 해 전 귀농한 한 회원이 회장으로 선출된 후 그간 조금씩 쌓여온 갈등이 폭발한 것이다. 대학을 나오고 언변까지 뛰어난 그는 평생을 농부로 살아온 회원들과 마찰을 빚어왔는데 회장이 된 후 융화보다는 고압적인 자세로 회원들을 대하면서 문제가 됐던 것이다. 다행히 노인회 관계자들과 마을주민들이 중재에 나서며 갈등은 봉합됐다. 해당 노인회 관계자는 “가치관이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 조금씩 물러서야 갈등을 줄일 수 있는데, 알면서도 실천이 쉽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경로당은 어르신들의 대표적인 여가문화 공간이지만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는 만큼 종종 분쟁이 발생하곤 한다. 문제가 커져서 지회 혹은 연합회까지 개입하는 일이 발생하고 또 일부 갈등은 봉합되지 않아서 사법절차를 밟기도 한다.

회원들 간에 벌어지는 사소한 갈등은 임원진이 나서 화해를 유도해 금방 풀어지는 편이다. 가령 화투놀이를 하다 갈등이 발생한다거나 경로당 내에서 흡연 음주를 하는 문제는 회장이나 총무가 적극적으로 타이르거나 화해를 유도하면서 큰 문제없이 마무리 된다.

문제는 임원진과 관련된 분쟁이다. 경로당에서 발생하는 분쟁의 가장 큰 비중은 회장 등 임원진의 운영 방식에 대한 불만에서 비롯된다. 현재 많이 개선되고 있지만 신입 회원 가입을 임의적으로 막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경로당은 65세 이상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또 나이가 어리거나 타 지역에 거주하더라도 특별회원 형태로 회원을 받아들인다. 하지만 일부 경로당에서는 공간이 비좁다는 이유로 혹은 귀농귀촌한 후 마을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배척해 문제가 됐다. 다행히 이와 관련한 분쟁은 지회에서 지속적으로 교육을 실시해 현재는 관련 분쟁 건수가 점차 줄고 있는 추세다.

서울 B지회 관계자는 “몇 해 전까지만 해도 회원 가입을 막는 문제 때문에 민원이 많이 발생했지만 지속적인 교육으로 인식이 개선돼 점차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또 보조금 등 경로당 운영비 사용과 관련한 갈등도 주요 분쟁 중 하나이다. 강원도의 C지회는 최근 관내 한 경로당에서 “회장이 공금을 횡령하고 있다”는 투서를 접수한 후 감사에 나섰다. 그 결과 실제 횡령은 없었고 해당 경로당 회장은 적법하게 돈을 사용하고 회계도 꼼꼼히 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갈등이 발생한 이유는 회장이 회원들에게 운영비 사용 내역을 공개하지 않아서이다. 경로당에서 벌어지는 운영비 문제의 대부분은 이처럼 내역을 공개하지 않아 발생하고 있다.

회장들의 입장은 이렇다. 봉사한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데 대뜸 장부를 내놓으라는 요구를 들으면 자신을 의심하는 것 같아 불쾌하다는 것이다. 또 매년 정산하고 그 자료를 공개하고 있음에도 수시로 보여달라고 하는 것은 지나친 간섭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회원들은 모든 것을 공개해 투명하게 운영하기를 원했고 이로 인해 갈등이 벌어졌던 것이다. 결국 노인회의 중재로 매달 정산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으로 갈등을 봉합했다. 

C지회 관계자는 “과거와는 달리 경로당 회원들도 주먹구구식이 아닌 체계적이고 투명한 운영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회장들 역시 이에 공감해 점차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회장의 독단적 운영도 문제가 되고 있다. 경기 D지회의 한 경로당에서는 회장이 총무와 역할 분담을 하지 않고 본인이 모든 일을 처리해 문제가 됐다. 또 매월 개최해야 하는 월례회의도 툭하면 생략해 회원들의 불만을 샀다. 

이 역시 지회가 나서서 삼자대면을 통해 갈등을 봉합하면서 일단락됐다.

급식도우미를 지원받지 못하는 경로당의 경우 식사와 관련된 다툼도 자주 발생한다. 보통 돌아가면서 음식을 준비하거나 몇몇 회원이 자원해 해결하는데 일부 회원들이 식사 때만 나타나 밥을 먹고 설거지 등을 돕지 않고 돌아가는 얌체 행각을 벌이면서 싸움으로 번지는 것이다. 

대한노인회 관계자들은 경로당에서 벌어지는 이와 같은 갈등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소통과 양보하려는 마음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해 대한노인회 중앙회 교육총괄본부 주최로 진행된 ‘갈등관리강사’ 양성교육에서 강조된 것도 대화와 소통의 기술이다. 말로 하는 대화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얼굴표정‧말투‧눈짓 등을 잘 파악하고 상대방의 입장에 공감하면서 잘 듣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경청만 잘해도 상당수의 갈등은 풀리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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