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성큼 다가온 ‘동전 없는 사회’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성큼 다가온 ‘동전 없는 사회’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0.02.07 14:37
  • 호수 7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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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 그간 모았던 동전을 바꾸려다 애를 먹은 경험이 있다. 은행들이 특정 요일 일정시간만 동전을 교환해주는데 근무시간과 겹쳐서 도저히 바꿀 수가 없었던 것이다. 아예 동전교환이 불가능한 지점도 있다. 우여곡절 끝에 겨우 바꿨고 이후로는 동전이 생기면 가급적 쓰는데 집중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한 달 넘게 500원짜리 동전 하나를 들고 다니고 있다. 동전이 안 생기게 노력하다 보니 가급적이면 신용‧체크카드를 사용하게 됐고 그 결과 좀처럼 동전을 쓸 기회가 생기지 않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동전 없는 사회’로 나아가고 있다. 지난해 한국은행이 발행한 동전이 역대 가장 적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9 동전 발행액(연중)은 364억9000만원으로 전년(425억9000만원)보다 60억9000만원(14.3%) 줄어들었다. 이는 관련 통계가 집계된 1992년 이후 역대 최소치다. IMF 외환위기 직후 대대적인 동전 모으기 운동으로 발행액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1998년(396억1000만원) 때보다도 발행액이 적은 것이다. 필자의 경우처럼 신용카드 결제와 모바일 간편결제 활성화로 동전 사용이 줄어들면서 발행량을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한국은행은 동전 사용에 따른 불편함과 동전 제조와 유통에 들어가는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한 차원에서 ‘동전 없는 사회’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 사업의 일환으로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물건을 사고 결제한 뒤 거슬러 받을 잔돈을 은행 계좌로 직접 적립해주는 서비스를 시행한다. 

‘동전 없는 사회’는 결국 ‘현금 없는 사회’를 의미한다. 동전을 만들지 않기 위해 카드를 쓰다보면 여기에 익숙해져 현금조차 가지고 다니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주변에 아예 현금을 가지고 다니지 않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휴대폰에 카드를 탑재할 수 있는 ‘00페이’ 등이 등장하면서 휴대폰만 있어도 결제가 가능해지자 지갑을 버리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금을 선호하는 일부 식당들은 계산대 주변에 계좌번호를 적어서 계좌이체를 유도하기도 한다. 아예 현금을 거부하는 식당들도 있다. 계산대에 현금을 비치하지 않아 카드가 없으면 이용이 불가능하다. 요새 급증하고 있는 무인계산대에선 현금 결제가 가능하지만 사용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어 좀더 시간이 지나고 나면 카드 결제 혹은 모바일 결제만 가능해질지도 모른다. 

인류가 물물교환이 아닌 화폐로 경제 활동을 하면서 늘 함께 했던 ‘동전’의 시대가 서서히 저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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