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세상읽기] 누구나 장수를 누리는 시대
[백세시대 /세상읽기] 누구나 장수를 누리는 시대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0.02.07 14:49
  • 호수 7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00세가 되면 건강은 나빠지고 삶의 질은 하락하는가. 이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려고 전국의 100세 노인을 만난 이가 있다. 박상철(72) 전남대 연구석좌교수이다. 서울대 의대 생화학교실 교수, 한국노화학회장 등을 지낸 그는 국내 최초로 100세 인구 조사 결과를 발표해 장수에 대한 인식을 획기적으로 바꾼 인물이다. 그가 만난 100세 노인에 대한 첫인상은 이렇다.

“전남 곡성에서 만난 홍순갑 어르신은 당시 102세였는데 만나자마자 힘자랑을 했다. 마당에서 팔굽혀펴기를 100개를 하고 계시더라. 구례 산동면에 사는 101세 임종철 어르신을 뵈러 갔는데 지게를 메고 오셨다. 그분은 쉰 살 손자를 데리고 살고 있었다. 일본의 102세 노인을 만났을 때도 충격이었다. 일본 노인은 한국말에 능통했다. 그는 정년을 하고나서 한글을 배우고 싶어 시작했고 80세에 중국어를 배웠다. 100세 때 러시아어를 익혔고 104세 때 브라질 초청을 계기로 포르투갈어 공부를 시작했다.”

그러니까 100세를 넘어도 여전히 학습 능력과 신체적 힘이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박 교수는 100세 노인들을 만나고 난 후 “지금 놀라운 시대가 오고 있다. 슈퍼 노인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우리는 지금까지 나이가 들면 쓸모없는 사람이 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그들은 젊은 사람과 다를 바가 없다. 생산능력도, 컴퓨터를 다루는 능력도 뒤떨어지지 않았다”면서 “‘노인은 그렇지~’ 라는 고정관념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박 교수는 “이제는 ‘장수의 보편화’가 진행되고 있다“고도 했다.

박 교수는 “사람들이 많이 죽는 나이인 최빈사망연령은 1950년부터 계속 늘어나 우리나라 평균수명은 82세, 최빈사망연령은 90세를 넘었다. 최빈사망연령 표준편차를 보면 옛날에는 10년 정도였지만 지금은 6년이다. 죽어가는 사람들 나이의 표준편차가 작아진다는 것은 죽는 사람들 나이의 차이가 없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장수의 보편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특별한 사람들이 장수했지만 이제는 somebody(누군가)가 아닌 everybody(누구나)이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과거 70이라는 나이는 죽어야할 나이였지만 지금은 일을 못해서 안달이 난 나이다. 건강한 노인이 압도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이들을 사회에서 소외시키지 말고 독립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문제들을 바꾸어주자. 사회가 이들을 제대로 장수시켜버려야 한다”며 장수시대의 실천 강령으로 ‘하자’, ‘주자’, ‘배우자’를 세 가지 행동 원칙을 제시했다. 

“무엇이든 해버려라, 나이가 들었다는 핑계를 대지마라. 못할 이유가 뭐 있냐. 그리고 나이가 들면 받으려고 하지 마라. 줘라. 마지막으로 나이가 들면 배워야 한다. 배워야 줄 것도 생기고 할 것도 생긴다.” 

실제로 100세 노인이 젊은이 못지않게 왕성하게 활동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인물이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이다. 

100세의 김형석 교수는 2019년 한 해 동안 무려 183회의 강연을 했다. 조선일보, 동아일보에 글을 쓰고 저서도 몇 권 출간했다. 물론 새로 쓴 책은 아니고 과거에 나온 책을 다듬거나 연재한 글들을 모은 것이지만. 

그가 90고개를 넘었을 때 이런 말을 했다. 

“정신적 기능과 일에서는 노쇠현상을 모르겠는데 신체적 늙음은 계속됐다. 정신과 육체 사이의 간격이 넓어지는 느낌이었다. 인간적 성장은 아직 남아 있다고 생각했다. 하고 싶은 일이 많고 후배와 다른 사람들에게 작은 모범과 도움이라도 주고 싶다는 의지는 감소하지 않았다.”

최근에 김 교수는 “내 인생에서 가장 많은 일을 한 기간은 40에서 60대 중반까지였고 지금 와서는 97세에서 100세까지가 되었다. 올해 4월이면 만 100세가 채워진다. 그때까지는 지금의 삶과 일을 연장해 갈 생각”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바야흐로 100세가 돼도 건강이 나빠지지 않을 수 있고 100세여도 삶의 질이  하락하지 않는 시대가 온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