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기고] 테니스는 내 삶의 동반자
[백세시대 / 기고] 테니스는 내 삶의 동반자
  • 김기상 대한노인회 전주시지회 덕진동 분회장
  • 승인 2020.02.07 14:56
  • 호수 7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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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상 대한노인회 전주시지회 덕진동 분회장
김기상 대한노인회 전주시지회 덕진동 분회장

산수(傘壽)라고도 하는 여든 살은 날수로 장장 2만9200일이요, 맥박수로 계산하면 31억5000만 번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수가 나온다.

필자는 1936년 병자년 생으로 쥐띠 해를 일곱 번째 맞아 만84세가 되었다. 오랜 세월 건강한 몸으로 나를 지탱해 준 것은 바로 테니스라고 생각한다. 테니스경기는 1:1로 하는 단식경기와 2:2로 하는 복식경기, 남녀가 한 명씩 섞어하는 혼합복식이 있는데, 우리 이순테니스 대회는 복식경기로 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테니스경기에서 점수를 부르는 방식이 특이하다. 0점을 러브(Love), 처음 얻은 점수를 피프틴(Fifteen, 15), 두 번째 얻는 점수를 써티(Thirty, 30), 세 번째 얻는 점수를 포티(Forty, 40)라고 한다. 0점을 러브(사랑)라고 하는 것은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에서 그렇게 표현한다고 하니 신사운동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1967년 공무원 재직 때 처음 라켓 잡아

필자는 1967년 익산시청에서 근무할 때 동료직원으로부터 테니스에 대한 걸음마를 배운 것이 동기가 되어 50년이 넘는 오늘에 이르기까지 유일하게 취미활동으로 지켜오고 있다. 당시 테니스는 상당히 귀족적인 운동이라 쉽게 접근하기가 어려운 시기였다.

공직 퇴직 후인 2003년 도내 각 시군 이순테니스 회장단을 포함한 60여명의 동호인들이 전라북도 이순테니스 연합회를 조직했고 필자는 초대회장으로 추대되었다. 

2004년에는 강현욱 도지사님의 지원 아래 제1회 전라북도지사배 전국 이순테니스대회를 개최했다. 이순테니스 동호인 500여명이 모여 자웅을 겨루고 서로의 친목과 시도 간 소통의 계기가 된 뜻깊은 대회였다. 

이 대회는 매년 계속되어 16회로 오늘에 이르렀고 이를 계기로 각 지역에서 시도지사배 대회를 열어 전국체전에 견줄만한 대회로 대성황를 이루고 있다. 이순테니스대회는 연령별로 이순(耳順) 1.2부와 고희(古稀) 1.2부 그리고 산수(傘壽) 1.2부 등 6개부로 경기가 열리며, 여자는 남자보다 10세를 낮추어 대결한다.

현재는 이순부와 고희부의 경우 다시 금배부와 은배부로 나누어 10개 부문으로 확대되었다. 전국의 이순테니스 동호인들은 누구나 다함께 기량을 겨룰 수 있는 잔치마당이 되었는데 이에 일조를 했다는 뿌듯한 마음이 든다.

패색 짙은 경기 역전우승의 기억 생생

2014년 제11회 전라북도지사배 전국 이순테니스대회 때 일이다. 고희2부로 참가하여 역시 추첨으로 대전광역시의 동호인과 짝이 되어 예선전을 힘겹게 통과하고 광주광역시 동호인들과 결승전에서 대결하게 되었다. 5:3으로 끌려가고 있는 상황에서 머리를 스쳐가는 것이 있었다. 지더라도 최선을 다하고 곱게 져야한다는 마음으로 파이팅을 외치며 서로 손뼉을 마주쳤다. 그런데 파트너가 리시브한 공이 상대편에 기회를 주고 말았다. 상대가 보기 좋게 스매싱한 공을 보고 엉겁결에 라켓을 내밀었는데 그게 발리 샷이 되어 상대코트에 떨어져 득점을 하게 되었다.

한 포인트면 경기가 끝나는 순간에 되살아난 우리 팀은 5:5 듀스를 만들었고 타이브레이크에서 접전 끝에 7:4로 역전승의 쾌거를 이루었다. 그 게임은 즐거운 추억으로 지금까지도 활력소 역할을 하고 있다. 이와 상반된 경기도 있다. 2016년 대전광역시장배 전국 이순테니스대회 때이다. 산수부에 참가하여 광주광역시의 동호인과 짝이 되었는데, 결승전까지 올라가 수원시의 동호인 팀과 마지막 대결을 하게 됐다.

게임이 잘 풀려 5:2로 이기고 있던 상황에서 마지막 포인트의 기회가 우리에게 왔다. 한 포인트면 우승이라는 흥분된 마음으로 스매싱한 공이 그만 힘이 너무 들어가 아웃되어 듀스(동점)가 되었다. 이후 조급함이 욕심을 불러오고 욕심은 무리를 낳아 연속실수를 하게 되었다.

아쉬움으로 좀처럼 마음을 진정할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5:5로 게임 듀스가 되었고 타이브레이크 접전 끝에 8:10으로 역전패를 당해야했다. 테니스 동호인들은 ‘5:2 스코어에는 징크스(Jinx)가 있다’고들 한다. 이 스코어에서 여러 번 역전패와 역전승을 경험한데서 나온 말인 것 같다. 모든 운동경기에 있어 우승을 한다는 것은 자기의 기량보다도 하늘이 내려준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만84세 된 요즘도 주 3~4일 코트 누벼

필자는 테니스코트에서 많은 인생의 활력과 즐거움을 만끽한다. 우승할 때 동호인들의 칭찬과 격려의 말은 저물어가는 황혼의 노객에게 청춘을 되찾게 해주고 희열을 느끼게 해준다.

전북도청에서 근무하다 정년퇴임한 이들의 모임체인 구심회(球心會) 회원 20여명과 함께 전용코트인 도청 테니스코트에서 일주일에 3~4일 테니스 운동을 한다.

오전에 테니스를 하고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하며 곁들여 먹는 시원한 막걸리 한 잔의 맛이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즐거움이며 모든 것을 한손에 거머쥔 양 부러울 것이 없다.

누가 말했던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지금은 100세시대다. 앞으로 얼마의 삶이 주어질지 모르지만 테니스 경기에서처럼 교만과 구각(舊殼)을 버려야 한다는 교훈을 새기면서 활기 넘치는 아름다운 노년의 삶을 꾸려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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