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필품도 ‘구독’하는 시대… 이유식‧칫솔 등 정기배송
생필품도 ‘구독’하는 시대… 이유식‧칫솔 등 정기배송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0.02.07 15:38
  • 호수 7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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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구독료 내고 물건‧서비스 받아쓰는 구독경제 세계적으로 인기

식품‧생활용품 업체 각축… 월 5만원 내면 매일 베이커리빵 제공도

[백세시대=배성호기자] 서울 성동구에 거주하는 유지환(50) 씨는 최근 충치 치료를 하면서 자신이 칫솔 관리를 잘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특히 그는 귀찮다는 핑계로 칫솔을 자주 갈지 않았다. 치아 건강을 위해선 3개월에 한 번씩 교체하는 것이 좋은데 유 씨의 경우 직장에서 사용하는 칫솔은 1년 넘게 쓰기도 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는 최근 이 문제에서 벗어나게 됐다. 매달 1500원만 내면 3개월 단위로 새 칫솔을 보내주는 정기구독을 시작한 것이다. 유 씨는 “언제 갈았는지 계산하지 않아도 돼 편하고 치아도 관리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최근 국내를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구독경제 열풍이 불고 있다. 구독경제란 매달 구독료를 내고 필요한 물건이나 서비스를 받아쓰는 경제 활동을 뜻한다. 매일 아침 배달되는 신문이나 우유 등이 고전적인 의미의 구독경제이다. 2000년대 들면서 음악‧영화 등 미디어 콘텐츠로 기반을 넓히고 식품, 뷰티, 패션, 건강 등 소비생활과 밀접한 산업전반으로까지도 확대됐다. 

구독 서비스는 일정 주기마다 구매하는 품목을 매번 일일이 구매하는 수고를 덜어주면서 일정액을 지불하면 정해진 기간에 맞춰 정기적으로 제품을 배송해주는 서비스다. 동일 제품을 계속 구매하는 번거로움을 줄일 수 있어 시간에 쫓기는 직장인이나 맞벌이 부부에게 특히 인기다. 글로벌 투자은행 크레딧스위스는 전세계 구독 시장이 2016년 4200억 달러(470조원)에서 2020년에는 5300억 달러(594조원)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추정한 바 있다.

구독경제는 크게 렌털형, 스트리밍형, 정기배송형 등으로 구분된다. 렌털형은 가장 보편화된 형태로 안마의자, 정수기 등을 정기적으로 빌려서 사용하는 개념이다. 스트리밍형의 대표적인 사례는 미국의 동영상 서비스 ‘넷플릭스’가 있다. 넷플릭스는 매달 비용을 내면 세계 각국의 영화 및 드라마를 볼 수 있게 해준다. ‘정기배송형’은 생필품 등을 정기적으로 배송해주는 모델이다.

대표적으로 쿠팡 정기배송은 2015년 3월 서비스를 시작한 후 현재까지 약 40만 명의 고객을 유치했다. 인기 정기배송 품목으로는 유아용품을 비롯 식품, 생활용품, 건강기능식품, 세탁·주방용품, 반려동물용품 등이며 총 17가지 카테고리 상품을 정기배송으로 이용할 수 있다. 제조업의 정기구독 시장 진출도 늘고 있다.

이유식은 베베쿡, 풀무원 베이비밀 등이 경쟁하고 있으며 반찬과 밀키트(손질이 끝난 식재료와 양념을 넣고 정해진 순서대로 조리하기만 하면 되는 가정간편식)는 동원홈푸드의 ‘더반찬’, CJ제일제당의 ‘쿠킷’, 한국야쿠르트의 ‘하이프레시’ 등을 필두로 식품 기업들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차(茶)와 빵 등 디저트 제품에도 정기구독 서비스가 등장했다. 아모레퍼시픽은 프리미엄 티(tea) 브랜드 오설록이 차 정기구독 서비스인 ‘다다일상(茶茶日常)’을 선보였다. ‘다다일상’은 ‘차(茶)의 일상화, 지금을 음미하는 습관’이라는 테마로, 차 문화에 입문하고자 하는 고객들에게 매월 오설록이 추천하는 차, 다구, 소품 등을 함께 선별해주는 서비스다. 월 2만9000원이면 다양한 차와 다기를 함께 제공받을 수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업계 최초로 베이커리 월정액 모델을 선보인다. 한 달에 5만원을 내면 매일 빵 하나씩을 제공받는 서비스다. 베이커리 정액권을 결제한 고객은 메나쥬리의 인기 제품 5종 중에 1개를 매일 가져갈 수 있다. 5종 빵의 가격은 4200원~5500원. 30일 동안 매일 빵을 구독할 경우 정가의 3분의 1 가격에 사는 셈이다.

와이셔츠와 면도기, 칫솔 등을 배송받는 서비스도 등장했다. 위클리셔츠는 와이셔츠를 주당 3~5벌 정기배송해주는 서비스를 내놨다. 롯데렌탈의 ‘묘미’에서도 와이셔츠 배송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이노쉐이프는 면도기와 면도용품, 면도날 등을 정기적으로 배송해 남심을 공략하고 있다. 구강제품 전문 브랜드 ‘라이브오랄스’는 자사 구강제품의 정기배송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서비스 신청자는 1개월 단위의 결제를 통해 칫솔 적정 교체 주기인 3개월마다 제품을 배송 받을 수 있다. 정기배송 칫솔은 일반 칫솔, 전동 칫솔 헤드, 교정 칫솔 등 취향에 맞춘 구매가 가능하다. 

이 밖에도 마스크팩, 그림, 유아용 완구, 꽃까지 정기배송을 통해 받아볼 수 있을 정도로 구독경제가 일상 생활의 전 품목으로 확산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구독을 이용하는 고객은 배송 주기를 바꾸기는 해도 서비스 자체를 중단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어 충성도가 높다”면서 “구독경제는 편리함과 비대면을 선호하는 소비자의 성향이 만들어낸 것인 만큼 보다 다양한 서비스가 출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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