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각본·국제영화·감독‧작품상 휩쓸어… 외국어영화로 최초 작품상
[백세시대=배성호 기자]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세계 최대 영화축제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가장 빛나는 별이 됐다. 아시아영화 최초로 각본상을 수상한데 이어 국제영화상, 감독상, 작품상까지 휩쓸며 4관왕의 영예를 안았다.
2월 10일(한국시간) 미국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기생충은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각본상, 편집상, 미술상, 국제영화상까지 총 6개 부문에 후보에 올랐다. 이중 편집상과 미술상을 제외한 4개의 상을 휩쓸며 한국영화의 저력을 과시했다.
2010년대 들어 아카데미 영화제는 한 작품의 감독상과 작품상을 가급적 몰아서 주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 2015년 ‘버드맨’ 이후 5년 만에 작품상과 감독상을 동시에 수상해 의미가 깊다. 또 지난해 '로마'가 감독상과 국제영화상(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적 있지만, 감독상과 작품상까지 모두 받은 건 92회까지 치뤄지면서 처음 있는 일이다.
한국 영화는 1962년 신상옥 감독의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출품을 시작으로 꾸준히 아카데미상에 도전했지만, 후보에 지명된 것도, 수상에 성공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기생충'은 외국어 영화로는 처음으로 작품상을 받아 오스카 영화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기생충’은 ‘아카데미 전초전’으로 불리는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을 받은 데 이어 제25회 크리틱 초이스 어워즈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과 감독상을 받기도 했다. 그리고 이번 수상으로 지난해 5월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시작으로 숨가쁘게 달려온 수상 퍼레이드의 아름다운 마침표를 찍었다.
아카데미 시상식은 미국 아카데미협회와 영화업계가 수여하는 미국 최대의 영화상으로 일명 ‘오스카상’이라고도 불린다. 세계에서 가장 큰 영화 시장을 가진 미국에서 최고의 권위를 가진 시상식으로 전 세계적으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아카데미상은 그동안 미국 자본으로 제작되고 대사를 영어로 진행하는 영화를 대상으로 수상자를 결정해왔다. 다만 외국어영화상(올해 국제영화상으로 개편)에 한해 한정적으로 영어 외의 언어로 제작된 해외영화에 상을 수여했다. 그런데 지난해 스페인어 대사에 멕시코 배우들로만 화면을 채운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로마’(2018년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가 감독상 등을 수상하며 변화의 기류를 보였고, 이번에 한국어와 한국배우로만 만들어진 영화가 작품상, 감독상, 각색상까지 거머쥐어 세계를 놀라게 했다.
